닫기

[사설] 대통령의 여당 ‘명예 대표’ 겸임, 전당대회 이후 적극 검토해야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stgauto.asiatoday.co.kr/kn/view.php?key=20230215010008925

글자크기

닫기

 

승인 : 2023. 02. 15. 18:02

'당정 융합'의 새로운 당정관계 구축 필요
◇ 당정분리 시도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회

국민의힘 당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정 분리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당정 분리의 역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참여정부에서부터 시작된다. 권위주의 시절 대통령이 여당 총재를 겸하면서 집권당이 청와대의 거수기 노릇을 했던 정치적 현실뿐만 아니라 YS와 DJ의 경우처럼 임기 말 대통령의 인기가 하락해 탈당을 했던 정치적 상황을 고려해서, 노 전 대통령은 당정 분리를 시도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은 당시 당내 기반이 매우 취약했고 '노사모'라는 사조직에 많이 의존했던 관계로 집권당의 총재직을 맡을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았다.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당시 당정 분리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 당정분리가 초래한 좌·우파 정당의 참담한 경험

노 전 대통령은 민주당을 버리고 열린우리당을 창당했지만 당 대표와 여러 차례 마찰을 빚었다. 당정은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정책, 한미 FTA와 관련해 충돌했다. 또 집권당이 김병준 교육부총리 인준을 반대하는 등 당정 간 갈등이 심각했다. 좌파 집권 세력의 분열은 결국 2007년 대선의 패배로 이어졌다.

당정 분리를 도입했던 우파 세력 새누리당의 경우에도 지난 2016년 총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청와대와 김무성 대표의 집권당이 공천을 둘러싸고 충돌했고 이는 총선 참패와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졌다. 이처럼 당정 분리의 지난 20년 역사는 집권 세력의 갈등과 분열 그리고 책임 정치의 실종이라는 참담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 여당과 대통령은 운명공동체, 당정일체가 오히려 책임정치에 부합

여당은 대통령의 국정을 제대로 뒷받침해야 하고 대통령의 국정수행 결과에 따라 함께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 이것이 책임정치인 것이다. 실제로 당과 대통령의 관계를 규정하고 있는 국민의힘 당헌 제 8조는 '대통령에 당선된 당원은 당의 정강 정책을 충실히 국정에 반영하고 당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적극 뒷받침하며 그 결과에 대하여 대통령과 함께 국민에게 책임을 진다'고 되어 있다. 그리고 '당정은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하여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국민의힘의 당헌 규정은, 비록 대통령에게 집권당 총재라는 직책을 부여하지는 않지만, 당과 대통령은 공동운명체라는 것을 의미한다. 여당은 대통령을 중심으로 당정 일체를 이루는 것이 정당 민주주의와 책임정치의 원리에 부합한다. 정당 민주주의는 의원 개인이 아니라 정당을 통한 의회민주주의를 말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헌법은 대통령중심제와 의원내각제적 요소를 함께 담고 있다. 의원내각제는 말 그대로 당정 일체이다. 집권당 대표가 내각 수상을 맡아 정부를 구성하고 국정을 책임진다. 이 경우에는 삼권분립이 철저하게 지켜져야 한다.


◇ 미국과 프랑스, 모두 대통령은 사실상 집권당을 대표

대통령중심제를 제대로 한다고 평가를 받는 미국의 경우 집권당을 대표하는 사람은 대통령이다. 상원 의장은 부통령이 겸하고 하원 의장은 다수당의 원내 대표가 맡는다. 따라서 미국 집권당의 당수는 대통령이나 마찬가지다.

프랑스의 대통령과 총리는 서로 다른 정당에서 나오는 경우가 있으나 집권당의 당수는 사실상 대통령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명예 당수로서 여당을 이끌고 있고 당 대표는 대통령을 대신해 집권당을 관리하고 있을 뿐이다. 대통령이 집권 세력의 중심이 되어서 당과 정부를 이끌고 그 결과를 여당과 함께 책임지는 것이다.


◇ 대통령이 집권당 '명예 대표' 맡아 당정융합 이루기를

대통령제를 충실히 하는 나라에서 집권당의 당수는 사실상 대통령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통령이 집권당의 총재를 겸임하는 과거로 돌아가지 않더라도 최소한 명예 대표 또는 명예 당수라는 이름으로 집권당을 책임지는 방향으로 새로운 당정 관계를 정립해야 한다. 당정 일체는 과거 제왕적 대통령으로 회귀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지만, 당정 분리가 정치 혼란을 초래했던 역사적 경험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제 대통령이 집권당의 명예 대표를 맡아 집권당과 함께 당정 융합을 이루면서 명실상부하게 책임 정치를 구현하는 새로운 당정 관계를 설정하는 것을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