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조성준의 와이드엔터]2라운드 접어든 민희진 VS 하이브, 무너진 신뢰 다시 쌓을까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stgauto.asiatoday.co.kr/kn/view.php?key=20240601010000019

글자크기

닫기

조성준 기자

승인 : 2024. 06. 02. 11:13

화해 제안 거부한 하이브, 축출 계속 시도할 듯…타협 가능성 배제 못해
민희진 어도어 대표
걸그룹 뉴진스 소속사인 어도어 민희진 대표이사가 지난 4월 25일(왼쪽)과 5월 31일 기자회견을 각각 열었을 때의 모습이다. 동일 인물로 보기 어려울 만큼 표정과 옷차림 모두 극명하게 대조된다./연합뉴스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자신의 해임 여부와 관련된 하이브의 임시주주총회 의결권 행사를 막아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인용한 다음날인 지난달 31일, 민 대표는 하이브에 기습적으로 화해를 제안했다. 그러나 하이브가 침묵으로 거부 의사를 드러내면서 민 대표의 경영권 탈취 여부와 관련된 이들의 다툼은 한 치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더욱 복잡해졌다.

1차전 승리로 간신히 한숨 돌린 민 대표는 하이브의 의표를 찔렀을지도 모를 카드 공개로 '대인배'로의 변신을 시도하며, 뉴진스와 뉴진스의 가족들 그리고 팬들의 지지를 계속 가져갈 수 있게 됐다. 문제는 고립무원의 처지를 앞으로 어떻게 견뎌낼지다.

앞서 하이브는 민 대표가 종전을 제의하기 전 어도어의 임시주총을 열어 기존의 이사 2명을 해임하고 새로운 이사 3명을 앉혔다. 선임된 이사들은 모두 '하이브의 사람들'로, 민 대표를 견제하고 압박하기 위한 포위 구도가 만들어진 것이다.

하이브가 파견한 선발대이자 소방수이기도 한 신임 이사들은 뒤숭숭한 어도어 내부를 다독이는 한편, 소속 가수 뉴진스와 관련된 민 대표의 경영과 프로듀싱 행위 전반에 이견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테면 곡 선정부터 콘서트 투어 계획까지 민 대표 혼자 처리해 오던 주요 과정들에 사사건건 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는 걸 의미한다.
그동안의 경력과 첫 기자회견에서의 모습으로 알 수 있듯이 고집 센 크리에이터에 가까운 민 대표가 좋게 보면 신임 이사들의 대안 권유, 나쁘게 보면 잦은 간섭을 과연 얼마만큼 언제까지 받아들일 수 있을지 미지수다.

갑갑하기는 하이브도 마찬가지다. 민 대표가 내민 손을 잡자니 분이 안 풀리고, 안 잡자니 '속 좁은 골리앗'으로 보일지 몰라 고심중일 것이다. 그럼에도 민 대표의 축출을 계속 시도할 것으로 관측되는 첫 번째 이유는 2주전 법원에 제출됐던 방시혁 의장의 탄원서에서 찾을 수 있다.

방 의장은 탄원서에서 민 대표의 의도와 행위를 시스템, 넓게는 K팝 산업 전체를 훼손하는 '악의'와 '악행'으로 각각 규정했다. 상대를 향한 적개심과 강한 처벌 의지가 없다면 구사하기 어려운 수위의 표현이다. 민 대표를 바라보는 방 의장의 시각이 확신에 가깝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확신은 웬만해선 바뀌지 않는다.

이와 함께 1차전 승리를 내주면서 업계 1위의 자존심을 구긴 방 의장으로서는 만회의 기회가 절실한데다, '한 번 배신하면 또 배신한다'는 속설을 무시하기 어려우므로 민 대표에 대한 불신을 쉽게 거둬들이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 신곡 '버블검'과 '하우 스위트'가 내리 히트하며 롱런의 기반이 어느정도 닦인 지금부터는 민 대표 없이도 뉴진스를 이끌고 갈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을 법하다.

물론 극적인 '화해의 한마당'이 펼쳐질지도 모른다. 각자가 한 발씩 물러나 다시 힘을 합치는 광경이 아름답게 연출될 수 있다. 하지만 양쪽이 마음을 완전히 고쳐먹지 않는 한, 밀어내기와 버티기를 둘러싼 수 십개의 '경우의 수'는 여전히 물 밑에서 난무할 것으로 보인다. 강산이 두 번하고도 세 번 가까이 달라지는 동안 취재해 왔지만, 아직도 알다가도 모를 연예계다.

조성준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