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사우디 미래도시 네옴 건설, 부패·노동자 사망·인종차별·여성혐오 문제”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stgauto.asiatoday.co.kr/kn/view.php?key=20240912010008176

글자크기

닫기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4. 09. 12. 11:09

WSJ "사우디 네옴 프로젝트, 부패·노동자 사망·인종차별·여성혐오 문제"
"빈 살만 왕세자, 능력 중시 채용...실패시, 부·명성 잃을 위험"
"10만여명 노동자, 도시 161km 떨어진 사막 임시 트레일러 거주"
KakaoTalk_20240911_220110013_01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추진하고 있는 전 세계 최대 건설 프로젝트인 네옴(Neom) 입지./네옴 홈페이지 캡처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39)가 추진하고 있는 전 세계 최대 건설 프로젝트인 네옴(Neom)이 부패·노동자 사망·인종 차별·여성 혐오 문제에 직면해 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네옴은 '최고의 지성과 인재가 선구적인 아이디어를 구현할 수 있는 미래의 땅'이라고 홍보하고 있지만, 실제는 이 프로젝트가 파란만장한 과거와 직장 내 부적절한 행동을 한 임원들을 끌어들이는 장소가 됐다고 WSJ이 네옴 전·현직 임원들의 문서·이메일·녹음을 입수해 밝혔다.

◇ WSJ "사우디 네옴 프로젝트, 부패·노동자 사망·인종 차별·여성 혐오 문제 직면"

호주 태생 웨인 보그(59) 매체 담당 임원은 지난 여름 노동자 3명이 사망 관련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일요일 저녁 회의에 참석하게 되자 전화 통화에서 인도 아대륙 출신 현장 노동자들은 '멍청한 놈들(f...ing morons)'들이라며 "그래서 백인들이 서열(pecking order)의 맨 위에 있는 것"이라고 말하는 등 인종차별적이고 여성 혐오적인 발언이 녹음돼 있다고 WSJ은 전했다.
미국·영국·호주의 영화 스튜디오에서 20년 가까이 근무하고 폭스에서 일하다가 네옴에 참여한 보그는 안전 대책 회의 후에도 "어리석은 행동에 대비해 훈련할 수는 없다"며 작업자의 안전을 가볍게 무시하는 태도를 보였고, "백인이 서열(tree)의 맨 위에 있다"고 인종차별적 발언을 계속했다.

보고는 또 페르시아만 출신 여성을 '성전환자'처럼 보인다고 했고, 이슬람에서는 특정 성적 자세가 금지됐다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네옴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추진하고 있는 전 세계 최대 건설 프로젝트인 네옴(Neom) 입지./네옴 홈페이지 캡처
◇ "빈 살만 왕세자, 네옴 구상 실현에 능력만 중시...프로젝트 실패시, 부·명성 잃을 위험"

빈 살만 왕세자는 네옴을 야심찬 개혁 프로그램의 상징으로 삼고 수천억 달러의 오일 머니를 투자해 미래도시를 건설하고 있고, 동계 아시안게임·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등을 개최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이 프로젝트가 실패하면 국가의 부와 개혁가로서의 명성을 잃을 위험이 있다고 WSJ은 지적했다.

특히 빈 살만 왕세자가 네옴을 구상할 때부터 자신의 대담한 아이디어를 현실화하기 위해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자신의 비전을 실현하는 데 도움이 되기만 하면 그 임원들을 기꺼이 지원해 왔고, 네옴 문화는 그의 강압적인 스타일을 따르고 있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여러 문제로 물러난 독일인 최고경영자(CEO)에 이어 CEO가 나드미 알 나사르도 어려운 경영 스타일로 정평이 나 있으며 "나는 모든 사람을 노예처럼 부린다"고 말하는 등 직원들에게 폭언을 일삼는다고 WSJ은 전했다.

네옴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추진하고 있는 네옴(Neom) 프로젝트 일부./네옴 홈페이지 캡처
◇ "10만여명 네옴 노동자, 도시서 161km 떨어진 사막 임시 트레일러서 거주, 음주 금지·교류 거의 없어"

이렇게 문제가 있는 임원들이 고용되는 것은 네옴 임직원들이 사우디아라비아 북서쪽 사막에 거주해야 해 능력과 인성을 겸비한 인재를 채용하기에 한계가 있는 것도 한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

10만명이 넘은 사무·생산직 노동자들은 주요 도시에서 100마일(161km) 떨어진 임시 트레일러 파크에서 거주하고 있고, 음주가 금지돼 있으며 사회적 교류가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아마존·시스코 시스템즈 등에서 근무한 사무직 직원들이 평균 연봉 110만달러(14억7500만원)와 최근까지 외부 세계와 단절됐던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산업이나 기업을 만들 기회에 고무돼 임원으로 합류하는 등 100여개국 출신 약 5000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