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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반쪽 지원’ 위기에 속타는 반도체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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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찬모 기자

승인 : 2024. 12. 26.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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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자타공인 '반도체 강국'입니다. 1992년 삼성전자가 일본 도시바를 누르고 메모리반도체 1위에 오른 이후 줄곧 이 시장을 주도해왔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올해 11월까지 누적 반도체 수출액은 1275억 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영원한 1등은 없습니다. 반도체 산업의 중심축이 변화하면서 시장 판도는 급변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산업을 바라보는 시선도 예전과 사뭇 달라지고 있습니다. 특정 산업계의 문제로 치부되었던 반도체는 어느새 국가간 경쟁의 핵심 축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른바 '반도체 패권 전쟁'이 그것입니다. 미국은 2022년부터 527억 달러(5년간)를 지원하는 반도체법을 시행 중이고, 유럽연합은 2030년까지 430억 유로를 투자한다고 선언했습니다. 일본도 반도체 경쟁력 회복을 목표로 같은 기간 10조엔을 지원하는 종합경제대책을 내놓았죠.

그런데 한국 정부, 정치권은 한가롭기만 합니다. 한때 우리나라 수출의 30%를 차지했던 반도체 산업의 '영화(榮華)'가 영원할 것이라고 믿는 걸까요. 그래서인지 몰라도 유달리 반도체 산업 지원에 인색합니다.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된 법안만 봐도 그렇습니다. 여야는 이날 국회에서 주요 민생·경제 법안 110여개를 처리하기로 했지만,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를 골자로 하는 '반도체 특별법'은 빠졌습니다. '주 52시간 근무제 완화' 등을 두고 이견 차를 좁히지 못한데다 탄핵 정국으로 논의가 지연된 탓이죠. 당초 반도체 기업의 세액공제율도 현행 15%(대기업 기준)에서 20%까지 높이기로 했지만, 지난 10일 국회 본회의에선 기존 법안을 3년 연장하는 내용만 처리했습니다.
여야는 이날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반도체 특별법 처리를 논의할 계획이지만, 연내 국회 문턱을 넘을지는 미지수입니다. 반도체 업계 숙원인 주 52시간 근무제 완화도 받아들여질 지 난망한 상황입니다. 최근 삼성전자 임원들이 국회를 찾아 '주52시간 근무제 일부 완화'를 호소했지만 국회, 특히 야당의 귀는 좀처럼 열릴 기미가 없어 보입니다.

그런 점에서 박용진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날 내놓은 반도체 특별법에 대한 입장은 곱씹어볼만 합니다. 한때 '재벌 저격수', '삼성 저격수'로 불렸던 강성 정치인인 그는 "'화이트 이그잼션(고액 연봉자 근로시간 규제 예외 적용)'을 포함해 반도체특별법을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반도체특별법의 '주52시간 예외' 논의가 전체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점에 공감한다. 하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압박, TSMC와의 경쟁에서 뒤쳐진다면 자칫 수십, 수백만개의 일자리가 감소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국익보다 앞선 것은 없습니다. '반쪽' 보다 못한 반도체 지원책이 국가의 존립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점을 정치권, 특히 야당은 명심해야 합니다.
연찬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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