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피의자 방어권 보호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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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장관 변호인단인 유승수 변호사는 이날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관련 증인 신문을 위해 서울 종로구 헌재에 출석해 취재진과 만나 "수사기록이 그대로 언론에 유출되고 기사화되며 피고인의 방어권을 침해하고 있다"면서 "이는 헌재가 헌재법을 위반하는 불법행위임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헌재는 지난 8일 경찰청과 국방부 검찰단, 서울중앙지검으로부터 기록인증등본 송부촉탁에 대해 일부 회신을 받았다.
이에 윤 대통령 측은 '재판·소추 또는 범죄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의 기록에 대해 송부를 요구할 수 없다'는 헌재법 32조를 근거로 비상계엄 관련 수사기록을 탄핵심판에 활용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항변했다.
천재현 헌재 공보관은 앞서 브리핑을 통해 "당사자 신청에 의해서 실시하는 기록인증등본 송부 촉탁은 헌재법 제10조 제1항, 헌재심판규칙 제39조 제1항과 40조에 근거한다"며 "헌재법 32조 단서 위반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법조계는 윤 대통령 탄핵 소추 사유의 방점이 된 내란 혐의 관련 형사사건과 탄핵심판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라 피고인의 방어권과 변론권이 침해당할 수 있어 헌재가 수사기록을 살핀다는 것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은 행태라고 꼬집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헌재는 형사사건의 결과를 토대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며 "형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사건에 대한 수사기관의 일방적 판단이 담긴 수사기록을 보겠다는 것은 불공정한 심판을 할 예단이 생길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법조계는 또 헌재가 이례적으로 국가적 중대 사안인 탄핵심판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여론전에 휩쓸려 심판에 나서서는 안 된다고도 지적했다.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 과정 등에 대한 절차와 위헌성을 두고 차분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일반인도 형사사건이 같이 걸려 있는 경우 기일을 계속 수정해 조사 결과를 보고 결정하기 위해 연기를 하는데 2~3년씩도 미뤄진다"며 "지금 윤 대통령은 검찰의 기소가 예상되는 분위기인데 헌재도 심판 절차에서 이런 부분을 감안해 심판을 중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윤 대통령 측은 기소될 경우 헌재법 제51조를 들어 탄핵 심판 중단을 요청할 수 있다. 헌재법 제51조는 피청구인에 대한 탄핵 심판 청구와 동일한 사유로 형사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경우 재판부는 심판 절차를 정지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법조계는 헌재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처럼 수사기록만을 토대로 국가에 엄중한 탄핵심판 사안을 결정 내려서는 안 된다고도 제언한다.
박 전 대통령 당시 탄핵 인용은 검찰의 공소장 등에 근거한 측면이 있는데 윤 대통령의 탄핵과 직결되는 내란죄 관련 재판은 이제 막 첫발을 뗀 수준이고 혐의 또한 하나로 규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법조계 한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의 경우 탄핵 소추 사유에서 뇌물죄 등 형사관련 부분을 빼도 상당히 많아 심판을 독자적으로 할 수 있었지만 윤 대통령의 경우 결국 내란죄 혐의 하나"라며 "만일 형사재판에서 무죄가 나오고 헌재가 탄핵을 인용하는 판단을 내린다면 공정한 판단이 아니었다고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헌재는 헌법을 기본으로 심리를 진행하는 곳"이라며 "그런데 헌법 해석에 대해 피고인의 변론권, 방어권을 무시하는 식의 절차진행 소지가 보인다면 누가 피고인의 기본권을 보장할 수 있겠는가. 헌법을 수호해야 하는 헌재가 나서서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는 꼴"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