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사설] 프랑스 연금개혁, 강력한 정치 리더십의 성과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stgauto.asiatoday.co.kr/kn/view.php?key=20230321010011770

글자크기

닫기

 

승인 : 2023. 03. 21. 18:23

연초부터 세계를 뜨겁게 달궜던 프랑스 연금개혁안이 마침내 통과됐다. 연립 야당의 내각 불신임안이 20일(현지시간) 부결됨에 따라 현재 62세인 정년을 64세로 늦추는 게 핵심인 연금개혁법안이 발효 절차를 밟게 됐다. 지난 2019년 마크롱 대통령의 첫 개혁안 실패 이후 3년 3개월 만이다. 프랑스는 이에 앞서 1982년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이 60세로 정년을 5년 앞당기는 퇴행적 개혁 이후 연금 고갈이 가속화됐고 2010년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정년을 62세로 연장하는 '미완의 개혁'을 단행한 대가로 정계에서 물러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40년 넘게 진행된 프랑스 연금개혁에 마크롱 대통령이 일단 큰 마침표를 찍었다. 연금적자로 국가 재정이 도탄에 빠져서는 안 된다는 명분을 앞세운 마크롱 대통령은 정치생명을 내건 연금개혁을 단행했다. 연금 개혁안이 프랑스 국민들의 행복한 노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더 이상 연금개혁을 늦출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65세 이상 인구가 21%에 달하는 초고령화 사회에 이미 접어들었고, 올해부터 적자로 돌아선 연금 재정의 적자폭이 2030년에는 약 19조원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프랑스 정부가 연금에 지출하는 비용은 국내총생산(GDP)의 15.9%로 유럽연합 평균인 13.6%보다 2.3%포인트 높다. 개혁안은 압도적인 반대 여론에 부딪혔고 전국적인 대규모 파업과 시위를 촉발했다. 우리 국민의 눈높이에서는 2년 지급개시 연령을 늦추는 연금개혁안이 별로 급진적인 변화를 추구하지 않는데도 일과 삶의 균형을 평생 신념으로 삼는 프랑스 국민에게는 행복한 노후를 파괴한다고 인식돼 엄청난 저항을 불러일으켰다.

긴 여정의 프랑스 연금개혁 과정은 우리에게 큰 교훈을 준다. 먼저 연금개혁에서는 개혁을 향한 강력한 정치적 리더십이 필수불가결하다는 점이다. 또 개혁의 때를 놓치면 그만큼 재정적 부담과 국민적 저항이 커진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때 연금개혁을 방치하고 실기했지만 윤석열 정부가 결기의 리더십으로 마무리하길 바란다.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