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일왕 장녀, 유학 대신 적십자사 입사…잇단 구설 왕세제 일가와 대비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stgauto.asiatoday.co.kr/kn/view.php?key=20240123010014078

글자크기

닫기

정은혜 도쿄 통신원

승인 : 2024. 01. 23. 16:24

aiko_japan
대학 졸업 후 해외유학길에 오르지 않고 일본 적십사자 입사를 결정한 나루히토 일왕의 장녀인 아이코 공주. /아사히 방송 뉴스화면 캡처
나루히토 일왕의 외동딸인 아이코 공주와 아키시노노미야 왕세제의 장남 히사히토 왕자에 대한 일본 내 여론이 극명히 갈리며 한동안 물밑으로 가라앉았던 여왕 지지 여론이 재부상하고 있다. 아키시노노미야 왕세제는 아들이 없는 나루히토 일왕의 친동생으로, 현재 일본 왕위 계승 서열 1위다.

23일 아사히 신문 등 일본 주요 언론에 따르면 궁내청은 전날 현재 대학 4학년인 아이코 공주가 일본 적십자사에 입사해 4월부터 복지부서 직원으로 근무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궁내청에 따르면 아이코 공주는 적십자사 취업이 결정된 후 "평소에 관심이 많았던 일본 적십자사에서 일할 수 있게 행복하다"며 "현장에서 여러 경험을 하면서 (복지 관련) 공부도 열심히 해 한 사람의 직장인으로서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소감을 전했다.

궁내청의 아이코 공주 취업 발표는 이전에는 없었던 이례적인 일이라는 점에서 많은 국민적 주목을 받았다. 그간 일본 왕족은 성별과는 상관없이 대학을 졸업하고 영국의 대학에서 4년간의 유학생활을 마친 후 귀국해 취직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아이코 공주가 이런 전례를 따르지 않고 또래 대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졸업에 맞춰 취업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특히 아이코 공주가 대학에서 복지를 전공으로 선택해 평소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회공헌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쌓았던 터라 많은 국민들로부터 '납득이 되는 취직'이라는 호의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무엇보다 그가 "일본 적십자사의 재해 복구와 재난 지원 사업에 관심이 있다"고 자주 언급했던 만큼 사회초년병으로서 그의 행보가 지진 등 자연재해 피해에서 자유롭지 않은 일본 국민들에 대한 애정으로 비쳐지기도 했다.

궁내청 관계자는 "최근 노토반도 지진 발생 이후 지지부진한 재해복구, 물가상승 등으로 많은 국민들이 고통받고 있는 상황에서 막대한 혈세가 들어가는 유학을 단념한 것"이라며 이번 적십자사 입사가 아이코 공주의 자발적인 선택에 따라 결정된 것임을 설명했다.

반면 왕위 계승 서열 2위인 히사히토 왕자는 또다시 구설수에 올랐다. 궁내청에 따르면 히사히토 왕자는 최근 궁내청 직원, 국립과학박물관 소속 연구원들과 공동으로 잠자리 생태를 연구한 논문을 발표한 바 있는데 이게 현재 재학 중인 명문고등학교에 입학했을 당시 제기됐던 특혜 시비를 또다시 불러 일으킨 것이다.

오다베 유지 시즈오카 복지대학 명예교수는 "해당 논문이 일반인들은 출입이 금지돼 있는 일본 왕궁에서 이뤄진 점과 논문 내용이 전문가가 아니면 이해할 수 없을 정도의 난이도인 점을 고려했을 때 고등학교 2학년인 히사히토 왕자의 참여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사실상 대학에 추천 전형으로 입학하기 위한 스펙쌓기가 아니냐는 평가가 세간에 압도적으로 퍼져있음을 전했다.

이처럼 국민을 위해 유학을 포기한 아이코 공주와 스펙쌓기를 위해 전문가들을 이용한 히사히토 왕자라는 평가가 엇갈리며 한때 논의됐다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여왕 허용 여론이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현재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판에는 "아이코 공주가 차기 일왕이 되길 바란다" "국민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 왕세제 일가는 왕의 재목이 아니다"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행 일본 왕실전범에 따르면 일왕은 부계 혈통의 남성 왕족에게만 허용돼 있다. 나루히토 일왕과 마사코 왕비가 아들 없이 아이코 공주만 둔 상황이 계속되자 한때 일본에서는 여성이나 모계혈통에서 일왕(여왕)이 될 수 있도록 왕실전범을 개정하자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집권여당인 자민당 내 보수파의 반대로 더이상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
정은혜 도쿄 통신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