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칼럼] 고려아연 사태로 본, 주주 이익과 매수(경영권)방어수단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stgauto.asiatoday.co.kr/kn/view.php?key=20241017010009553

글자크기

닫기

 

승인 : 2024. 10. 17. 18:06

권용수 건국대학교 교수
권용수 건국대학교 교양대학 교수
회사는 회사(주주)의 이익을 가장 크게 높일 수 있는 자가 경영해야 한다. 그래서 무능한 경영진의 경영권 유지에 이용될지도 모르는, 이른바 경영권 방어 수단은 부정적으로 여겨진다. 경영진의 비효율적 행위로부터 투자자를 보호하는 수단이 미흡하다고 평가되는 우리나라에서는 더욱 그러한 경향이 있다.

그런데 경영권 방어 수단을 원천 봉쇄하는 것은 바람직할까? 경영권 방어 수단은 대개 적대적 매수나 행동주의 펀드의 경영 개입 장면에서 활용된다. 적대적 매수는 회사의 동의를 얻지 않은 매수를 말한다. 회사 스스로는 의사 표현을 할 수 없다는 점을 생각하면, 회사의 동의는 일반적으로 이사회의 동의라 할 수 있다.

이사회가 매수에 동의하지 않는 것은 그들의 관점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매수이기 때문일 것이다. 경영진이 회사 경영을 잘하면 경영권이 안정된다고 가정하고 보면, 그저 현 경영진의 경영권을 빼앗으려는 매수를 바람직하지 않은 매수로 본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시장은 항상 효율적이지 않고 개별 회사의 주가는 본래 가치나 실력과 무관하게 형성되기도 한다. 여기서 경영진이 나름 회사 경영을 잘하고 있어도 경영권이 안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생긴다. 이 경우는 이사회가 경영권 방어를 넘어서 회사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매수를 판단할 것이다. 우리는 이사가 회사를 위해 임무를 수행해야 할 선관주의의무·충실의무를 부담하는 존재임을 다시 한번 상기할 필요가 있다.

회사는 유능한 자가 경영해야 한다. 그렇다면 적대적 매수 장면에서 언제나 경영권 방어 수단이 필요한 건 아니다. 무능한 경영진의 경영권이 유능한 자에게로 이동할 수 있는 기업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 다만 이사회가 회사의 이익에 반한다는 것을 이유로 특정 매수에 동의하지 않았다면 그것을 주주가 따져보고 판단할 수 있도록 정보와 시간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흔히 말하는 경영권 방어 수단이 활용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이때는 경영권 방어가 목적이 아니므로 경영권 방어 수단이라는 용어를 매수 방어 수단 등으로 수정하는 게 어떨까 한다.
최근 고려아연과 영풍·MBK의 경영권 분쟁은 매수 방어 수단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생각해 보게 한다.

이번 분쟁에는 이례적으로 임직원, 투자자, 시민, 지역단체, 지자체 등 여러 주체가 고려아연의 현 경영진을 지지했다. 배경에는 세계 최대 아연 제련기업인 고려아연의 경영권이 MBK에 넘어가는 게 회사 또는 주주의 이익, 나아가 지역경제나 국가 경제 면에서 좋으냐는 의문이 있다. 이것은 회사 경영진이 경영을 잘했는지 못했는지, 누가 회사를 경영하는 게 회사의 이익에 부합할지를 전제로 경영권 분쟁이 일어나는 것만은 아님을 보여준다.

만약 기업매수가 경영권 약탈에 목적을 둔 것으로 회사 또는 주주의 이익에 이바지하지 않는 것이라면, 경영진은 이를 방어해야 할 것이다. 이사는 회사를 위해 행동해야 할 선관주의의무·충실의무를 부담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 사태에서 보듯이 효과적인 방어 수단이 없다면 이사회가 방어에 나서도 나서지 않아도 의무 위반이 문제 될 수 있다. 고려아연이 자기주식 취득을 방어 수단으로 사용한 것을 두고 벌어지고 있는 법적 다툼을 생각하면 이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자기주식 취득 정도를 매수 방어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주가를 올리는 것도 방어 수단이라면 자기주식 취득도 방어 수단이다. 그러나 자기주식 취득은 적대적 매수나 행동주의 펀드에 의한 경영 개입 등을 직접적으로 저지·회피하는 수단은 아니다. 방어 수단으로서 효과를 위해 들여야 하는 법적 절차나 비용도 너무 크다. 고려아연 사태에서 지적되는 승자의 저주는 괜한 말이 아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경영권 분쟁이 역대 최다이다. 밸류업과 기업 지배구조 개선 요구 강화, 공개매수 활성화, 금융회사의 분쟁 참여 증가 등으로 경영권 분쟁이나 적대적 매수가 당분간 빈번할 것이라는 지적도 끊이질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생각하면 회사와 주주의 이익 관점에서 의문이 있는 적대적 매수를 일단 중지시키고, 주주가 해당 매수를 따져보고 판단할 수 있는 정보와 시간을 확보하는 데 이바지하는 방어 수단 도입·활용을 고민해 볼 필요도 있다고 여겨진다.

다만 매수 방어 수단 도입은 바람직한 매수나 경영권 이동까지 저해할 수 있다. 국제적 추세에 맞지 않는 면도 있다. 따라서 어떤 경우에 방어 수단 활용을 인정할 것인지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 회사 또는 주주의 이익을 위해 매수 방어 수단이 활용되는 것을 허용하되, 그것이 남용되지 않도록 엄격한 형식적 요건 충족을 요구하는 방안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권용수 건국대 교양대학 교수는…

건국대 법학과 졸업, 일본 도시샤대학 법학 박사. 한국상사법학회·한국기업법학회·한국경제법학회·한국신탁에서 총무이사를, 또한 한국경영인학회·한국상사판례학회·한국중견기업학회에서 상임이사를 맡고 있다. 일본 회사법과 AI 법률(출판 작업 중)에 관한 책을 번역·출판했고 산업통상자원부의 사업재편심의위원회 위원, 한국경제인협회 상법 개정 자문단으로 활동 중이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권용수 건국대학교 교양대학 교수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