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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로] 계엄 사태가 키운 코리아디스카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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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강훈 기자

승인 : 2024. 12. 10. 18:00

손강훈
"사람들이 국장을 떠나는 이유? 예측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올해 내내 박스권에 갇혀있는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답답함을 토로하는 말이다. 국내 증시는 호재나 악재가 발생한다고 해도 예상과는 전혀 다른 주가 흐름을 보였던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코리아디스카운트의 핵심은 바로 '불확실성'이라는 지적이다.

지정학적 갈등, 기준금리 인하시점, 미국 대선 등 외부 변수에 불확실성을 키웠던 우리 증시는 최근 계엄·탄핵정국 돌입이라는 대형 변수를 맞았다. '계엄=독재'로 여겨지는 분위기상 계엄령 선포는 시장에 상당한 충격을 줬으며, 불안을 느낀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 증시 탈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실제 계엄 사태 이후 외국인들은 1조원 가량 국내 주식을 팔아치웠다.

지난 7일 불발된 탄핵으로 혼란은 더 커졌다. 계엄 이후 매수세를 보이며 국내 증시를 떠받치던 개인투자자도 팔자로 돌아선 것이다. 지난 9일 코스피와 코스닥은 모두 52주 신저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날 코스피·코스닥 합산 시가총액은 2246조1769억원으로 비상계엄 사태가 있기 전일 3일과 비교하면 144조3394억원이 사라졌다.
환율도 급등했다. 9일 원달러환율은 1437원으로 2년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정국 때 원달러환율이 2주만에 52원 올랐던 만큼, 이번 사태로 인해 연내 1500원 돌파 전망도 나오는 상황이다.

당국은 불안한 정치 상황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고자 안간힘을 쓰는 중이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총재,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은 연일 간담회를 개최하면서 우리나라 경제의 견조한 펀터멘털(기초체력)을 강조, 금융·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모든 조치를 총동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올해 정부가 야심 차게 시행한 밸류업 프로그램도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특히 지난달 21일부터 개시된 2000억원 규모의 밸류업 펀트 투자(3000억원 추가 조성)와 밸류업 지수에 새로운 종목을 추가하는 리밸런싱의 기대감이 크게 떨어졌다.

정치적 불확실성을 해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다드앤푸어스(S&P)와 피치, 무디스는 계엄사태가 당장 우리나라 신용도에 주는 영향을 제한적이라면서도, 후폭풍이 장기화될 경우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평가를 내놨다.

국내 증권가들도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특히 나빠지고 있는 수출경기와 2기 트럼프 정부 출범과 함께 강해질 미국의 관세정책 등 우리경제의 전망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발생한 정치적 리스크는 코스피 등 국내 증시의 추세적 반등을 제한시킬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결국 민주적이고 헌법적인 절차에 따라 빠르게 상황을 수습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올 한 해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금융당국이 했던 정책적 노력들은 무위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손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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