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사설] 탄핵심판 신뢰 깨지면, 판결 수용 불가로 국가 분열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stgauto.asiatoday.co.kr/kn/view.php?key=20250108010004101

글자크기

닫기

 

승인 : 2025. 01. 09. 00:02

김형두 헌법재판관과 김복형 헌법재판관이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소심판정에서 열린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심판 변론준비기일을 진행하기 위해 착석해 있다. /공동취재
헌법재판소에서는 지금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을 두고 국민의 신뢰를 깨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어 개탄스럽기 그지없다. 국회의 윤 대통령 탄핵사유서에서 내란죄를 뺄 때에는 중대하고 심각한 변경이 이루어진 것이고 이는 탄핵의결에 영향을 주기 마련이다. '내란죄 성립 여부'를 제외하면 탄핵 사유 가운데 80%를 철회하는 셈이어서 탄핵소추를 각하해야 한다는 윤 대통령 측의 주장을 헌재는 새겨들어야 한다.

탄핵소추 각하에 이어 국회 재의결 주장이 제기되고 있음에도 헌재는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어 답답하다. 법학자뿐만 아니라 평범한 국민의 시각으로도 탄핵사유에 중대한 변경이 있으면 헌재가 즉각적 조치를 취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각하 여부를 판단하지 않고 재판관에게 맡긴다는 식으로 실질적으로 재의결이 필요하지 않다고 버티는 것은 헌재의 공신력과 공정성 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처사다.

'내란죄 헌재 권유' 논란에 대해서는 권유를 받은 바 없으며 실언한 것이라는 옹색한 변명을 늘어놔서는 곤란하다. 헌재의 일방적 변론기일 일괄지정도 헌재의 독립성과 공정성 등을 해치는 결정이다. '불법'이라는 윤 대통령 측 주장에 대해 헌재 공보관이 헌법재판소법에 따른 것이었다고 했지만, 윤 대통령 측 변호사는 법령 확인 결과 사실과 달랐다고 주장했다. 헌재 탄핵심판 변론기일 일괄지정이 법령을 위반한 것이라며 사전지정행위에 대한 무효소송이 제기됐지 않았는가.

헌재가 철저하게 법적 절차와 헌법의 내용에 따라 판결하지 않을 경우 이를 수긍하지 못한 국민 사이의 내분이 심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이게 빌미가 돼 헌재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지 향후 국민이 판결에 신뢰를 보내지 않을 경우 그에 따른 혼란은 가히 짐작하기 힘들다. 베네수엘라의 경우처럼 2명의 대통령이 임무를 수행하게 되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빚어지는 단초가 될 수 있음을 헌재와 정치권은 명심해야 한다. 헌재는 법적 논란이 야기되지 않도록 탄핵심판을 엄정하고 공정하게 진행하는 게 헌재의 존립과 국민 통합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대통령 탄핵소추 판결은 국가적 혼란을 최소화한다는 차원에서 신속함도 필요할 수 있겠지만, 충분한 여유와 시간을 두고 명확한 헌법적 근거를 토대로 결론을 내리는 게 국민적 지지를 얻을 수 있는 더 중요한 선택이라는 점을 헌재는 가슴 깊이 새겨야 한다. 무엇이 헌법에 합치되는 것이고 그렇지 않은지 판단해 헌법에 반하는 법률조항이나 공권력 행사를 바로잡는 업무를 하는 곳이 헌재 아닌가. 헌법에 근거해 공명정대한 판단을 내리는 것이 헌재의 존재 이유임을 단 한시라도 망각하지 않는 헌재를 기대한다.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