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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두로 3기 집권 베네수엘라…‘국민 엑소더스’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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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식 부에노스아이레스 통신원

승인 : 2025. 01. 14. 16:20

주변국들, 이민자 수용 부담 증가
MEXICO-US-MIGRATION <YONHAP NO-0438> (AFP)
13일(현지시간) 멕시코 치아파스주 타파출라에서 이민자들이 미국으로 넘어가기 위해 멕시코 영토를 통과할 수 있는 안전 통행증을 기다리며 국가이주연구소 앞에서 대기하고 있다./AFP 연합
아시아투데이 손영식 부에노스아이레스 통신원 = 부정선거 의혹을 받고 있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대통령 취임식을 갖고 세 번째 6년 임기를 시작한 가운데 베네수엘라를 탈출하는 이민자 증가 우려로 남미 각국이 긴장하고 있다.

알베르토 반 클라베렌 칠레 외교부 장관은 13일 자국 매체 T13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칠레는 더 이상의 베네수엘라 이민자를 받아들일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현실화하진 않았지만 베네수엘라 이민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며 "이에 대비할 필요가 있어 국경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고 했다.

베네수엘라와 국경을 맞대고 있으며 그동안 가장 많은 베네수엘라 이민자를 받아들인 콜롬비아에서도 베네수엘라 이민자 증가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로날 로드리게스 콜롬비아 로사리오 대학 교수는 "대다수의 베네수엘라 국민은 마두로가 부르짖고 있는 볼리바르 혁명에 동의하지 않고 있고 지난해 대선 때 변화(정권 교체)를 원했다"며 "변화가 무산됨에 따라 이제 그들은 국가를 떠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베네수엘라에 남아 있는 국민의 대다수는 당장 모국을 탈출할 여력이 없는 계층이 많다"며 "대규모 엑소더스가 한꺼번에 발생한 2019년이나 2021년과 달리 이번에는 탈출이 장기간에 걸쳐 꾸준하게 이뤄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당장 대규모 엑소더스에 시동이 걸릴 것이라는 경고도 나온다. 베네수엘라의 야당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는 BBC 스페인과의 인터뷰에서 "마두로가 힘으로 정권을 유지하려고 하면 수개월 내 400만~500만명이 국경을 넘어 베네수엘라를 빠져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유엔(UN)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10년간 베네수엘라를 탈출한 이민자는 약 789만명에 달해 남미 대륙에서 전례 없는 대이동 기록을 수립했다.

이들 이민자의 약 85%는 언어가 같고 문화적 동질성이 강한 중남미에 정착했다. 중남미 각국의 베네수엘라 이민자 사회가 급성장한 이유다.

유엔난민기구(UNHCR)의 보고서에서 콜롬비아에 거주하는 베네수엘라 이민자는 2018년 약 117만명에서 지난해 약 285만명으로 2배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페루에 정착한 베네수엘라 이주민은 약 65만명에서 약 154만명으로 급증했고 미국(약 9만3000명→약 64만명), 브라질(약 12만명→약 56만명), 칠레(약 28만명→약 53만명) 등지에서도 베네수엘라 이민자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베네수엘라를 탈출하는 이민자가 급증하면서 중남미의 이민지도는 확 바뀌었다. 베네수엘라에서 대규모 엑소더스에 시동이 걸리기 전까지 중남미 이민에는 크게 3개의 큰 흐름이 있었다.

멕시코 등 중미에선 미국을 최종 목적지로 잡은 북미행 이민자 행렬이 이어졌고 남미에선 아르헨티나로 넘어가는 페루·볼리비아 이민자 그리고 베네수엘라로 건너가는 콜롬비아·페루·에콰도르 이민자 등이 3대 흐름을 형성했다.

석유매장량 세계 1위 베네수엘라는 아르헨티나에 이어 남미에서 2번째로 많은 이민자가 몰리는 국가였다.

이민 전문가들은 전쟁이 발발한 것도 아니면서 이민자 흐름에 근본적 변화가 생긴 데는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지만 근본적으론 베네수엘라가 총체적으로 몰락했기 때문이라고 한목소리로 지적했다.

마두로 대통령이 집권한 2013년 이래로 베네수엘라는 정치·경제·사회적으로 무너졌고 생존을 위해 국가를 탈출하는 국민이 늘면서 이민자를 받는 국가에서 이민자를 배출하는 국가로 전락했다는 분석이다.

중남미 전문가 카롤리나 히메네스는 "개인의 인생을 계획할 수 없다는 판단 아래 베네수엘라를 떠난 사람이 많다"며 "마두로의 3번째 취임을 계기로 이런 생각을 하는 국민은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손영식 부에노스아이레스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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