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부동산 인사이트]5년 반 묶였던 ‘잠삼대청’ 토지거래허가구역 이번엔 풀릴까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stgauto.asiatoday.co.kr/kn/view.php?key=20250114010006925

글자크기

닫기

조철현 기자

승인 : 2025. 01. 14. 14:38

오는 4월부터 서울 주요 지역 거래허가구역 지정 만료
거래 허가 '족쇄' 해제 여부에 관심 쏠려
잠실은 일반 아파트까지 규제 묶여… 해제 가능성도
서울시, 토지거래허가제 실효성 검토 연구용역 나서
부동산은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입니다. 정부 정책과 경제 상황, 수요와 공급, 금리, 세제 등 다양한 변수와 시장 환경에 따라 끊임없이 움직이고 변화합니다.
이런 부동산 시장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시각도 다양합니다.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수요자들부터 부동산 재테크로 돈을 벌려는 투자자들까지 부동산에 대한 생각과 관점이 저마다 다르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에 아시아투데이는 부동산과 관련한 온갖 현상과 이슈 등을 조철현 부동산 전문기자의 날카로운 눈으로 짚어보는 <부동산 인사이트>를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서울 아파트 거래량 2년 9개월만에 5천건대 회복
서울 주요 지역에 걸려 있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의 지정 기한이 오는 4월부터 줄줄이 도래하면서 재지정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 시내에 빼곡히 들어선 아파트 단지들 모습. /연합뉴스
아시아투데이 조철현 기자 = 토지거래허가제. 윤석열 정부 부동산 정책 핵심인 '규제 완화'의 마지막 고리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위해 출범 초기부터 규제 완화에 나서면서 토지거래허가제는 사실상 마지막 부동산 '대못 규제'로 남아 있다.

이런 허가제가 새해 초부터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강남과 여의도, 목동 등 서울 주요 지역에 적용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기한이 오는 4월부터 속속 다가오면서 해제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서울 국제교류복합지구 인근 4개동(송파구 잠실동과 강남구 삼성·대치·청담동)의 경우 재건축·재개발이 이뤄지지 않는 일반 아파트마저 사고팔 때 허가를 받도록 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거세게 일고 있어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권자인 서울시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시장에선 거래 활성화를 위해 서울시가 거래허가구역 지정 해제를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과 집값 안정을 위해 계속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맞서고 있다.

◇'잠삼대청', 오는 6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5년 도래

서울시는 2020년 6월 강남 국제교류복합지구 및 인근 지역인 잠실·삼성·대치·청담동(이하 '잠삼대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현대자동차그룹 글로벌 비즈니스 콤플렉스(GBC) 조성,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 개발, 잠실 마이스(MICE) 복합 공간 조성 등을 앞두고 주변 지역에 투기 수요가 유입될 우려가 높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였다. 올해 6월이면 이 일대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지 5년이 된다.

이듬해인 2021년 4월에는 압구정·여의도·성수·목동 일대 정비사업지(재건축·재개발 단지)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됐다. 대상지는 압구정동 아파트지구 24개 단지, 여의도동 아파트지구와 인근 16개 단지, 목동 택지개발지구 14개 단지, 성수동 전략정비구역 1∼4구역이다.

신속통합기획 재개발 후보지와 공공재개발 후보지 등도 규제 대상이다. 현재 서울에 지정된 토지거래허가구역 면적은 총 65.25㎢다. 서울시 전체 면적의 10.8%에 이른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일정 규모(주거지역 6㎡, 상업지역 15㎡) 이상의 토지·상가·주택을 거래할 때 관할 시·군·구청장의 허가를 받도록 한 제도다. 허가 없이 계약을 체결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토지가격의 30% 상당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부동산 시장 과열과 투기 수요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1978년 도입됐다.

거래허가구역 내 주택을 사면 2년간 실거주해야 하고, 상가·업무용 빌딩은 4년간 직접 운영해야 한다. 특히 주택의 경우 매입 후 바로 임대를 놓거나 전세를 끼고 집을 매입할 수 없다. 이른바 '갭투자'가 불가능한 것이다.

◇"내 아파트, 내가 팔겠다는데"… '아파트 거래허가제'에 집주인 '한숨'

서울시는 재건축·재개발 사업 추진 구역과 개발 호재를 지닌 지역의 부동산 가격 상승을 막기 위해 토지거래허가제를 광범위하게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2023년 관련 법이 개정되면서 잠삼대청에 있는 빌라·단독주택·상가·토지 등 비(非)아파트는 토지거래허가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다. 아파트만 규제 대상으로 남겨 놓은 것이다. 잠삼대청 아파트 주민들 사이에서 토지거래허가제가 사실상 '아파트 거래 허가제'로 전락했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대치동 한 아파트 주민은 "내 집이지만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토로한다. 잠삼대청 지역은 올해로 5년 동안 아파트 거래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주민들의 피로도가 높아진 상황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재건축·재개발 사업지 내 주택은 투기 우려를 감안해 허가구역으로 지정한다고 해도 정비사업과 무관한 일반 아파트에까지 적용하는 건 과잉 행정"이라는 지적이 적잖게 나온다.

스포츠·마이스(MICE) 복합 단지로 거듭날 잠실 종합운동장 일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와 현대차그룹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옛 한전 부지), 잠실종합운동장 일대는 국제업무 및 전시·컨벤션(MICE) 등 산업시설과 스포츠·문화·엔터테인먼트 융합시설, 수변공원 등이 들어서는 대규모 국제교류복합지구로 조성된다. 서울시는 개발 기대감에 주변 부동산 시장이 들썩일 것으로 우려해 지난 2000년 6월 주변 지역인 송파구 잠실동과 강남구 삼성·대치·청담동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어 지금까지 관리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6월 8일 촬영한 삼성동 현대차 GBC 건설 현장과 잠실종합운동장 일대 모습. /연합뉴스
게다가 잠실동의 경우 다른 지역과 비교했을 때 집값을 자극할 만한 정비사업이 활발하게 추진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실효성 여부를 두고 주민들 불만이 만만치 않다. 잠실동 리센츠 아파트 소유자는 "잠실 마이스 사업 계획이 한참 전에 나와 개발 기대감도 주변 부동산에 이미 반영돼 거래허가구역 지정 실익이 사라진 상태"라며 "투기 우려가 없는 재건축 완료 단지까지도 모두 규제로 묶는 것은 재산권을 침해하는 과도한 조치"라고 불만을 털어놨다.

◇"반포는 놔두고 왜 여기만 잡냐"… 형평성·역차별 논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있다. 똑 같이 대규모 재개발을 추진하고 있는데도 성동구 성수 1~4구역은 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고, 용산구 한남 2~5구역은 규제를 받지 않는다. 또 노원구와 은평구에선 각각 창동 차량기지 개발과 서울혁신파크 개발사업이 이뤄지고 있는데, 국제교류복합지구 근처만 규제 지역으로 묶여 있다.

역차별 논란도 일고 있다. 초고가 아파트 단지가 밀집한 서초구 반포동이나 강남구 도곡동 등 일부 지역이 토지거래허가제에서 비켜나 있어서다. 토지거래허가제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토지거래허가제가 당초 기대만큼 집값 안정 효과를 끌어내지 못한다는 지적도 많다. 허가구역으로 지정됐다고 집값이 안정되는 것도 아니라는 설명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면적 84㎡형은 지난달 27억5000만원에 손바뀜했다. 2020년 6월 토지거래허가제가 적용될 때 이 면적대 가격은 20억5000만원이었는데, 4여년 만에 6억5000만원 오른 것이다. 잠실주공5단지 전용 82㎡형도 지난달 11일 34억500만원에 팔리며 최고 거래가 기록을 새로 썼다. 실거주 수요자가 주택 거래시장을 주도하는 상황이다 보나 토지거래허가제가 집값 안정 효과를 거둘 수 없다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세 물량 감소에 따른 전셋값 상승 우려도 나온다. 거래허가구역에서 주택을 사면 2년간 실거주해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전세 매물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전셋값이 오르면 전세 수요가 매매 수요로 옮겨붙어 집값이 오르기 마련이다.

◇ 서울시, 토지거래허가제 실효성 검토 나서… 해제 기대감 '솔솔'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기조와 부동산 시장 침체가 맞물려 서울 주요 지역, 특히 잠삼대청에 적용되고 있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이 풀리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감이 나온다.

마침 서울시도 토지거래허가제에 대한 실효성 검토에 나섰다. 이미 토지거래허가구역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한 연구 용역에 들어간 상태다. 정비사업이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지 않는 지역에 과도한 규제가 적용되고 있는 건 아닌지 판단하겠다는 게 서울시 입장이다.

서울시는 오는 4월 압구정·여의도·성수·목동 일대에 대한 토지거래 허가구역 재지정 여부를 심의한다. 이곳에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지가 몰려 있어 재지정이 유력한 상황이다.

잠실아파트(1)
서울 송파구 잠실동 일대에 들어선 아파트 단지들. 잠실 엘스와 잠실 리센츠 등은 잠실 주공 단지들을 재건축한 아파트로 새로 입주한 지 벌써 15년이 훌쩍 넘었다.
관심은 잠삼대청 아파트 단지가 토지거래허가제라는 족쇄에서 벗어날지 여부다.

토지거래허가제는 최장 5년 단위로 구역 지정이 가능하다. 한 번 허가구역으로 묶이면 최대 5년마다 지자체에서 재지정 및 해제 여부를 결정한다.

서울시의 경우 5년이 아닌 1년 단위로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 여부를 심의·결정한다. 서울시가 구역 지정 기간을 1년 더 연장하려면 도시계획위원회(도계위)에 관련 안건을 상정해야 한다. 상정하지 않으면 구역 지정은 자동 소멸한다.

토지거래허가제 지정 기한은 최대 5년이지만, 횟수 제한 없이 계속 지정할 수 있다. 따라서 서울시는 잠삼대청 일대에 대해 올해 6월에도 한 차례 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기한을 연장할 수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오는 4~6월 도계위를 열어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 안건 통과 여부를 저울질할 가능성이 크다.

시장에서는 일반 아파트까지 규제 적용을 받고 있는 잠삼대청이 규제 지역에서 풀리거나, 잠실주공5단지와 잠실 우성1·2·3차 등 일부 재건축 단지만 거래허가 대상으로 묶일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규제 지역을 지금과 같이 뭉뚱그려 지정하는 대신 일부 재건축 단지만 콕 집어 지정하는 '핀셋' 관리 방식이 유력하다는 것이다.

반면 잠삼대청이 서울의 핵심 지역라는 점에서 규제 해제에 신중해야 한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이들 지역 아파트값이 여전히 높은 수준인데다 규제 해제로 자칫 투기 수요가 몰릴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 의견도 엇갈린다. 한쪽에선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현재 침체한 시장 상황과 맞지 않다고 하고, 다른 한쪽에선 투기 우려로 재지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지금은 시장 침체기… 규제가 능사 아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은 '부동산 거래 신고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부동산의 투기적 거래가 성행하거나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거나 또는 우려가 있는 지역을 대상으로 지정한다. 구체적으로 보면,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요건은 △주택 가격의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보다 현저히 높은 지역 △당해 지역의 특성상 주택 가격의 상승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거나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우려가 있는 지역 △현재 주택의 투기적인 거래가 성행하고 있으며 더욱 극심해질 우려가 있는 지역 등이다. 이 제도는 투기 거래 근절이라는 기본 취지에 맞게 현존하고도 명백한 위험이 있을 때 제한적으로 해야 하는 조치인 것이다.

지금은 아파트 거래량이 급감하고 집값도 하락하는 부동산 시장 침체기다. 경기 침체와 대통령 탄핵 정국에 따른 시장의 불확실성 등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해도 투기 세력이 유입돼 집값 폭등을 일으키고 시장을 교란할 가능성은 낮은 것이다. 대내외 여러 악재로 실수요자마저 거래를 망설이는 상황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은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이 많다.

거래를 묶어 집값을 누르겠다는 것은 '규제 만능주의'적 발상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은 지나치게 주택 공급을 제한해 집값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 지금은 규제로 얼어붙은 시장을 옥죌 게 아니라 숨통을 터줘야 할 시기다.
조철현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