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대법 '선동' 유죄, '음모' 무죄
전문가 "글 게시만으로 처벌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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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미국정치 갤러리(미정갤)'에 헌재 폭력행위를 사전 모의하는 다수의 글에 대해 신고받고 작성자들 추적에 나섰다.
이 게시판엔 "헌재 주변을 탐색하고 왔다"며 헌재 곳곳의 사진과 함께 '답사 인증글'이 올라왔다. 또 다른 글엔 헌재 모든 층의 내부 평면도가 공개되며 '시위 가능한 장소 확인'이라고 쓰기도 했다. 또 경찰 차벽을 뛰어넘을 사다리와 야구 방망이를 준비했다는 글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마지막 변론기일인 오는 13일을 '초코퍼지 입고일'이라 칭한 글도 있었다. '숙청'이라는 뜻의 영단어 '퍼지(Purge)'를 아이스크림에 빗댄 것으로 보인다.
이번 헌재 난동 모의 의혹은 지난달 17~18일 게시된 서부지법 난동 사건을 선동했다는 게시 글과 같은 혐의로 수사가 진행될 공산이 크다. 이에 '실질적인 위험성'이 처벌 여부를 가를 것이라 전망이다. 2015년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에게 징역 9년을 확정한 대법원 전원합의체(전합)는 실질적 위험성을 기준으로 내란 선동 혐의는 유죄로 판단했으나, 내란 음모 혐의는 무죄로 본 전례가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처럼 단순히 온라인에 글을 작성한 것만으로 처벌이 쉽진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들의 경우 '시민의 의견 표출' 수준으로 볼 수 있다는 취지다.
김소정 변호사는 "헌재 평면도 등을 올렸다는 이유만으로 '내란을 꾸몄다'고 보긴 어려울 것 같다. 계획을 세워 역할을 분담하는 등 구체적인 행위가 있지 않는 이상 예비·음모죄를 적용할 순 없다"며 "경찰이 수사에 나선 것은 실제 처벌을 하겠다는 게 아니라 계도·경고 차원에서 조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 '과도한 수사에 해당한다'는 비판이 있을 수는 있다"고 말했다.
곽준호 형사 전문 변호사는 국가기관을 향한 국민의 비판은 최대로 보장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윤석열·문재인 대통령 시절에도 '사형에 처하자', '청와대를 뒤엎자'는 글이 많이 올라왔지만 다 내란죄를 적용하진 않았다. 이번엔 대상이 대통령에서 헌재로 바뀌었을 뿐"이라며 "국가기관에 대한 비판을 다 처벌하기 시작하면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