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를 하겠다면서, 남을 속이는 면종복배(面從腹背)의 가면을 쓰면 안 된다
-문재인의 '사람이 먼저다'란 제목을 베낀 듯한 '국민이 먼저다'란 책을 내고
박근혜 대통령과 관련인사를 잡아들일 때를 '화양연화 시기'라고 했던 한동훈
-국민의힘이 아니라, 친화성 있는 집단인 '문빠'들이 모인 당을 찾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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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최근 차가운 칼바람을 맞으며 윤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아스팔트 시위를 다니면서 두 사람을 원망했다. 한 사람은 '오직 대한민국만 생각한 바보 같은 선택으로 많은 국민의 몸과 마음을 고생시키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이었다. 집회를 다니면서, "아무리 못 참겠어도 그렇지, 조그만 더 참지" 하는 생각을 수천, 수만 번 했다.
그리고 한동훈을 생각했다. "다수의석을 앞세운 거대 야당이 온갖 패악질로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동아줄로 꽁꽁 묶어 버렸는데, 윤 대통령의 은혜로 여당 대표의 자리까지 올라온 한동훈이 옆에서 도와주기는커녕, 바늘 같은 송곳으로 푹푹 찔러대니 어찌 견딜 수 있었겠나" 하는 생각이었다.
그런 생각은 탄핵 반대 집회 현장에서 만난 애국시민들의 의견도 비슷했다. "한동훈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치가 떨린다"는 반응이었고, 심지어 "찢어죽이고 싶다"는 소리도 여러 번 들었다. 그 분노는 살 속을 파고드는 차가운 겨울바람보다 더 날카롭고 깊었다.
그런데 또다시 한동훈이 기어나온다고 한다. 또 출판한다는 책의 제목이 가관이다. 또 책을 출판하는 메디치미디어란 출판사도 가관이다. 책의 제목은 문재인의 "사람이 먼저다"라는 슬로건을 베낀 듯한 "국민이 먼저다"라는 제목이다. 게다가 메디치미디어는 조국의 책을 비롯해 문재인 쪽 인사들의 책을 단골로 내던 출판사다.
이쯤이면, 한동훈의 사상과 생각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한마디로 '변종 문빠'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관련인사를 잡아들일 때가 '자신의 화양연화 시기'라고 하던 한동훈의 언행과 정치행태, 그리고 지금 출판하는 책을 보니, 한동훈의 겉과 속이 다 드러난다.
그러니 이쯤에서 한마디 안 할 수 없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지켜야 할 도리라는 것이 있다. 즉, 손해 보고 속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자신을 속이지 않아야 한다. 그게 조금 손해 보더라도 신뢰를 쌓는 길이고, 장기적으로 그것이 바람직한 인생이다.
그래서 나는 면종복배(面從腹背), 이중인격자를 가장 경멸한다. 앞뒤 다르게 처신하는 사람들을 '양아치'로 생각한다. 그동안 한동훈이 윤석열 대통령을 어떻게 속이고, 면종복배를 해왔는지는 모르겠으나, 정치는 국민에게 자신을 드러내고 지지를 받는 영역이다.
책상물림 관료라면, 얼마든지 자신을 숨기며 자리를 보전하겠지만, 정치는 그런 영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자신의 정치관을 분명히 드러내고, 그 정치관을 가지고 지지를 받는 자리다. 그런데도 정치권에까지 나와서 계속 다른 사람을 속이려 해서는 안 된다. 그건 양아치거나 사기꾼이지, 정치인이 아니다.
한동훈이 성찰을 하고 다시 정치를 하려고 나오는 것을 말릴 이유는 없다. 그건 한동훈의 자유다. 그런데 제대로 성찰하고, 제대로 정치를 하겠다면서, 다른 사람을 속이는 가면을 쓰면 안 된다. 정치를 '가면무도회'로 착각하면, 대한민국을 위해서도, 한동훈을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따라서 한동훈은 본인이 설자리를 제대로 찾기 바란다. 지금까지 본인 행태나 발언들을 보면, 한동훈은 우파정당인 국민의힘에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다. 그 본질은 PC주의에 '세미 좌파(반쪽 좌파)'다. 그리고 그와 친화성 있는 집단은 조국이나 김경수 같은 문빠들인 것 같다.
그럼 유유상종이라고, 그들과 함께하면 된다. 본인과 색깔이 전혀 다른 곳에서, 뒤로 호박씨 까는 '당 게시판 공작(?)' 같은 짓 하지 말고, 명명백백하고, 솔직하게 정치를 해야 한다. 그것이 큰 정치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바탕이다. 발은 허공에 떠 있으면서 도움닫기 점프를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더 이상 지지층에게 스트레스를 주면서, 국민의힘 근처에서 어슬렁거리지 말고, 자기 본색에 맞는 당이나 집단을 찾아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김성회 전 대통령실 종교다문화비서관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