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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찬기자의 대학로 오디세이] 월요일 오후 5시, 삶의 경계에서 마주한 인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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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찬 선임 기자

승인 : 2025. 03. 16. 22:14

연극 ‘먼데이 PM5’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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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죽(무대에서 죽을란다) 페스티벌'의 개막작 극단 신인류의 '먼데이PM5'공연 장면 / 사진 전형찬 선임기자
아시아투데이 전형찬 선임 기자 = 지난 5일부터 16일까지 서울 종로구 명륜동 극장 동국에서 공연된 극단 신인류의 연극 '먼데이 PM5'는 무력한 순간과 쉽게 잊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깊은 여운을 남겼다. 무죽(무대에서 죽을란다) 페스티벌의 개막작으로 선정된 이 작품은, 배우 최무성이 연출을 맡아 권투 선수 봉세의 삶을 중심으로 현대 사회에서 기억되지 않는 개인들의 모습을 그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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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죽(무대에서 죽을란다) 페스티벌'의 개막작 극단 신인류의 '먼데이PM5'공연 장면 / 사진 전형찬 선임기자
◇ 삼류 권투선수 봉세, 그의 삶이 놓인 갈림길

극의 중심에는 삼류 권투선수 봉세가 있다. 그는 권투만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없어 흥신소에서 일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봉세는 서툴고, 일도 제대로 하지 못해 결국 흥신소 소장 필호의 질책 끝에 일을 그만두게 된다. 그런 그의 곁에는 민지가 있다. 봉세가 어린 시절 밤낮없이 맞고 자랄 때 이를 유일하게 지켜본 인물이다. 봉세는 그녀가 불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마음 한구석에 호감을 품고 있다.

그러나 봉세의 삶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유일한 의지처였던 동생 봉호가 휴가를 나온 날, 그의 소지품에서 권총을 발견하면서 상황은 더욱 긴박하게 전개된다. 봉세는 이 사건을 계기로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그는 단순한 생존을 넘어,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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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죽(무대에서 죽을란다) 페스티벌'의 개막작 극단 신인류의 '먼데이PM5'공연 장면 / 사진 전형찬 선임기자
◇ 연극 속에 녹아든 무력한 순간과 인간의 선택

연출을 맡은 최무성은 극단 신인류의 작품 '먼데이 PM5'를 통해 '무력한 순간'이라는 주제를 강조한다. 누구나 삶을 살아가면서, 하루 중 혹은 인생 속에서 특별히 무력해지는 순간이 있다. 연극은 이러한 순간을 포착하며, 그것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질문한다. 하던 일을 마무리하기에는 이르고, 새로운 시작을 하기에는 늦은 시간. 이 연극의 제목이기도 한 '월요일 오후 5시'는 바로 그런 애매한 시간을 상징하는 듯하다.

작품 속 등장인물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무력한 순간을 마주한다. 봉세는 자신의 현실과 싸우며, 민지는 과거와 현재 사이에서 방황한다. 흥신소 소장 필호는 권위와 현실적인 이해관계 속에서 움직이며, 봉호는 자신의 역할과 의무 사이에서 갈등한다. 또, 강변호사, 한희, 춘배, 윤미 역시 각자의 갈등을 품고 있다. 이들은 모두 인생의 갈림길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 인물들이다. 그리고 그 선택이 그들의 삶을 결정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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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죽(무대에서 죽을란다) 페스티벌'의 개막작 극단 신인류의 '먼데이PM5'공연 장면 / 사진 전형찬 선임기자
◇ 배우들의 열연과 현실감 넘치는 연출

이번 공연에서 류제승, 강현정, 황지훈, 백창엽, 현종우, 전희원, 김태호, 정채연, 장탁현, 권민재 등 실력파 배우들은 강렬한 연기력을 선보였다. 봉세 역을 맡은 류제승은 권투 선수의 거친 삶을 실감 나게 표현하며, 관객들이 그의 삶에 몰입할 수 있도록 했다. 민지 역의 강현정은 섬세한 감정 연기로 과거와 현재의 혼란을 잘 담아냈고, 흥신소 소장 필호를 연기한 백창엽은 현실적인 권력 관계와 인간의 탐욕을 실감 나게 연기했다. 또한 강변호사 역의 현종우, 한희 역의 전희원, 춘배 역의 김태호, 윤미 역의 정채연도 각자의 캐릭터를 생동감 있게 살려냈다. 권투선수를 맡은 권민재와 사내, 코치, 역무원 역할을 오간 장탁현 역시 극의 몰입도를 높이는 데 큰 기여를 했다.

최무성 연출은 무대 공간을 활용하는 방식에서도 뛰어난 감각을 보여주었다. 단순한 세트 디자인 속에서도 무력한 순간과 갈등을 극대화시키는 조명과 소품의 활용이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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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죽(무대에서 죽을란다) 페스티벌'의 개막작 극단 신인류의 '먼데이PM5'공연 장면 / 사진 전형찬 선임기자
◇ 우리가 잊고 지나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이 연극은 단순히 한 권투선수의 이야기로 끝나지 않는다. 이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한 번쯤 겪었을, 혹은 언젠가 맞닥뜨릴 수 있는 '무력한 순간'에 대한 이야기이자, 사회에서 쉽게 잊혀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바쁘게 살아가다 보면 쉽게 지나쳐버릴 인물들, 그리고 누구나 한 번쯤 느꼈을 감정을 무대 위에서 재현하며, 관객들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연극이 끝난 후, 관객들은 극장에서 나서며 자신이 지나쳐온 순간들, 그리고 쉽게 잊었던 사람들에 대해 다시금 떠올리게 될 것이다. 신인류의 먼데이 PM5는 현실과 환상이 교차하는 무대 위에서, 우리 사회의 단면을 생생하게 그려내며 관객들에게 묵직한 여운을 남겼다.

무죽 페스티벌 개막작으로 선보인 이 작품이 앞으로도 더 많은 관객들에게 닿기를 기대해 본다.
전형찬 선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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