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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기술사업화, R&D의 아름다운 엔딩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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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03. 20. 06:00

이대훈 한국기계연구원 반도체장비연구센터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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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훈 한국기계연구원 반도체장비연구센터 책임연구원
필자는 공학자다. 과학과 공학은 근본적으로 지향점이 다르다고 생각해 굳이 과학과 공학을 분리해서 공학자라 자칭한다. 과학의 목적이 세상을 이해하고 설명하고자 하는 것이라면, 공학의 목적은 이해와 설명을 바탕으로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가치'를 새로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렇다면 공학자의 로망, 현실에서 가치를 만들어 내는 일은 어떻게 실현될까? 시작은 아이디어일 것이다. 평소 머리 한편에 드문드문 욱여넣어 둔 지식과 경험들, 그 파편들이 문득, 이른 아침 샤워실, 화들짝 눈 뜨는 베갯머리, 잡담을 나누는 커피잔 앞에서 시간과 공간의 간극을 넘어 연결되며 그럴싸한 아이디어로 재탄생한다.

그 후, 골치 아픈 계산, 손 떨리는 실험, 지루한 반복과 기막힌 우연의 과정을 지나, 아이디어는 기술이라는 옷을 입고 세상이라는 데뷔 무대 앞에 선다. 기뻐할 때가 아니다. 효율과 가격, 시장 환경, 경쟁 기술이라는 가혹한 시험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기술은 이 가혹한 시련을 넘지 못한 채 경험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정말 요행히 나의 손과 한계를 넘어서는 무언가가 작용해서 데뷔 무대에서 살아남는 순간이 있다. 기술이 사업화 단계로 들어서는 순간이다.

필자와 동료 연구진은 최근 글로벌 기업에 기술이전을 하는 성과를 얻었다. 해결해야 할 문제를 찾기 시작한 시점부터 햇수로 10년. 기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들, 그 외의 다양한 이슈들, 소통과 경영까지, 지난한 소음 끝에 잘 지휘된 오케스트라처럼 화음을 뿜어낸 어느 순간 계약서 서명은 날인되었고 새로운 공정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공학자의 로망이 실현되는 순간이었다.

오늘날 국가 경쟁력이 과학기술에 의존한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기술 자체는 이상이자 희망일 뿐이다. 희망을 가치로 만들려면, 연구자들이 기꺼이 아이디어를 세상에 데뷔시키기 위한 수고를 선택하고 모험하며 그 성과를 누릴 수 있는 제도와 정책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산업혁명을 뒷받침한 것은 발명가들에게 수고와 모험의 대가를 보장하는 특허제도였고, 초강대국 미국의 과학기술을 뒷받침하는 건 인간의 이기심과 욕망이 산업 발전에 긍정적으로 기능하도록 제도화시킨 정책과 자본 체계일 것이다. 고생해서 10년 만의 기술료 성과를 받았는데 동일 액수의 로또 당첨금보다 두 배나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면, 애써 만든 기술을 사업화하고 싶은데 여러 제약이 시작을 망설이게 한다면, 누가 살벌한 사업화의 전쟁터로 뛰어들겠는가.

시대가 변하고 있다. 영화 'once upon a time in the west'에서 긴장된 총성이 잦아들고 무대의 엔딩을 장식하던 엔리오 모리코네의 배경음악 같은 정책이 필요하다.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필두로 정부는 연구자들이 적극적으로 기술사업화를 추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제도 정비와 인센티브 제공에 노력하고 있다.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데뷔 무대에서 아쉽게 사라져 갔을지 모를 수많은 기술이 적절한 정책과 제도의 배경음악 하에 더 많은 아름다운 엔딩을 만들어 내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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