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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등 헌재 재판관들이 2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 심판 선고를 위해 대심판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공동취재 |
헌재는 이날 재판관 5명 기각, 1명 인용, 2명 각하 의견으로 한 총리 탄핵소추를 기각했다. 법조계의 예상대로 탄핵안이 기각됨에 따라 한 총리는 국회에서 소추된 지 87일 만에 직무에 복귀했다. 통상·안보위기에 대통령이 궐위인 상황에서 컨트롤타워 일부가 복원하게 돼 다행이지만 아쉬운 대목도 많다.
무엇보다 헌재가 대통령 대행이니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은 것은 위법이라고 판단하면서도, 국회 '탄핵 정족수'는 대통령이 아닌 국무총리 기준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결정한 것은 논리적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다수 재판관은 결정문에서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는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에는 본래의 신분상 지위에 따른 의결정족수를 적용함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국회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는 국무총리와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의 지위는 확연히 구분해야 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각하 의견을 표명한 정형식·조한창 재판관은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는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은 대통령만큼이나 신중하게 행사돼야 한다"며 "특히 이번 사건처럼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의 직무집행을 포괄해 탄핵소추 사유가 구성된 경우, 대통령 기준으로 의결정족수를 따지는 게 헌법 취지에 부합한다"고 지적했다. 매우 설득력 있는 주장이다. 국민의힘에서도 "헌재가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거대야당의 무제한 탄핵면허를 부여한 것"(권성동 원내대표), "헌재가 펴낸 헌법해설서에 명시돼 있는 '재적의원 3분의2 이상'을 갖추지 못했음에도 헌재가 (기각) 결정한 것은 교과서와 다르게 수능 채점하는 것"(김기현 의원)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헌재는 이번 판결로 거대야당에 탄핵남발을 경고했다고 볼 수 있다. 윤석열 정부 들어 국회가 탄핵소추한 13건 가운데 헌재는 선고된 9건에서 모두 기각을 결정해 거대야당에 9:0 완패를 안겼다. 헌재가 거대야당이 탄핵을 남발해 국정을 마비시켜 왔음을 판결을 통해 알린 셈이다. 국가의 운명을 가를 큰 고비인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에서도 헌법재판관들이 국가와 국민을 살릴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