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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연의 오페라산책]국립오페라단 ‘피가로의 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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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승인 : 2025. 03. 25. 08:30

세련되고 신선한 해석 돋보인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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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오페라단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중 한 장면. /국립오페라단
국립오페라단이 모차르트 오페라를 무대에 올린 것은 상당히 오래간만의 일이다.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은 대중적으로 유명한 작품이지만 생각보다 쉽지는 않다. 특히 작품의 완성도가 공연단체에 따라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국립오페라단의 수준 높은 프로덕션으로 이 오페라를 보고자 한 관객들이 많았을 것으로 예측한다. 필자 또한 반가움과 큰 기대로 공연을 기다렸다.

결과부터 말한다면, 기대 이상의 오페라였다. 모차르트 오페라에는 워낙 함의가 많다. 연출에 따라서는 자의적 해석이 가득 한 무대를 선보이기도 한다. 자칫하면 생각보다 긴 공연 시간에다, 여러 인물이 종횡무진 등장하는 이 오페라가 관객들에게는 이해하기 어렵고 지루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그러나 이번 '피가로의 결혼' 제작진은 기존 스타일에서 완전히 벗어나되, 관객들의 공감과 이해가 충분히 이뤄질 그 지점에 작품을 정확히 안착시켰다. 세련미 넘치는 오페라를 신선하게 보여줬다는 말이다. 연출을 맡은 뱅상 위게는 한국에서는 처음 오페라 연출을 맡았다고 하는데 우리 영화 '기생충'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사회 불평등이나 계급 간의 강한 위계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과거와 현재 구분 없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시각으로 작품을 매우 세심하게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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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오페라단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중 한 장면. /국립오페라단
이 프로덕션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백작부인이다. 보통 '피가로의 결혼'에서 백작부인은 가장 수동적이며 나약한 캐릭터로 그려진다. 존재감 또한 네 명의 주역 중에서 가장 적다고 할 수 있는데 이번에는 작품이 수잔나보다 백작부인을 중심으로 돌아갈 뿐 아니라, 패션디자이너라는 직업을 가진 주체적이고 주장이 강한 여성이라는 설정이 있었다. 이는 이 오페라의 전편에 해당하는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에 등장하는 로지나(백작부인)이라면 수긍이 갈만한 해석이다. 백작부인은 바람난 남편과의 대립에서 좀처럼 밀리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그를 강하게 위협했다. 1920년대로 이동한 작품의 시대 배경에서는 충분히 나타날 법한 진취적 여성상이어서 객석의 공감을 자아냈다.

연출만큼 기억에 특별히 남았던 것은 오페라의 무대와 조명, 의상이었다. 파스텔의 색조로 남유럽의 공기와 분위기를 표현했고, 만 하루라는 작품 속 시간의 흐름은 점점 달라지는 해의 위치로 표현했다. 무대 한 가운데 자리한 백작의 저택은 르코르뷔지에가 디자인한 빌라 사보아를 연상시켰다. 무대와 의상 디자인을 맡은 피에르 요바노비치는 디자인계에서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물이다. 1920년이라는 시대에 걸맞은 모던한 건물, 동서양을 융합한 듯한 탁월하고 독특한 색감의 의상 등등 그의 작업은 연출 의도를 명확히 살리고 작품의 완성도를 크게 끌어 올렸다. 빌라 사보아와 같은 저택은 4면으로 분할돼, 무대전환 시간 없이 자연스럽게 회전하면서 각 막마다 참신한 공간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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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오페라단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중 한 장면. /국립오페라단
이날 다비트 라일란트가 지휘하는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의 음악은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생동감 넘치는 모차르트의 선율을 잘 들려주었다. 몇 차례 목관 파트에서 작은 실수가 들렸지만 화사하고 매끄럽게 시작한 서곡에서부터, 흐트러짐 없이 탄력 있게 끌어간 마지막 4막 피날레까지 시청각적으로 조화로운 오페라가 완성했다.

이처럼 조형적으로 빼어난 무대와 개성을 잘 살린 의상을 갖춘 데다 오케스트라의 안정된 뒷받침까지 있다면, 가장 빛이 나는 것은 무대에서 노래와 연기를 하는 성악가들일 것이다. 이날 캐스트는 백작 역할의 바리톤 이동환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우리 오페라의 젊은 세대 성악가들이 주축을 이뤘다. 피가로 역할의 바리톤 박재성, 수잔나에 소프라노 손나래, 백작부인 소프라노 최지은 등등 이제 본격적으로 경력을 시작하는 성악가들이라 할 수 있다. 이들은 긴장으로 다소 경직될 때도 있고, 모차르트 오페라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앙상블을 살리는 데는 아직 미숙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는 각자 위치에서 좋은 기량을 보여줬다. 특히 타고난 음색들이 모두 뛰어나 미래를 기대하게 한다. 한국 오페라의 발전적 세대교체를 지켜보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국립오페라단이 앞으로도 이러한 역할에 앞장 서주길 바란다.

/손수연 오페라 평론가·단국대 교수

손수연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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