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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가운데 우리 수출 환경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무역 성장세는 둔화되었는데 이는 주요국이 자국 내 생산을 위해 자국 산업 육성뿐 아니라 보호 무역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이의 결정판이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다. 이미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했다. 그러나 이는 서막에 불과하다. 전 산업에 걸친 일반관세나 자동차, 반도체 등 우리 주요 수출품에 대한 관세 등이 예고되어있다.
트럼프가 관세를 부과하는 가장 큰 목적은 주요국에서 생산하여 수출하지 말고 미국에서 생산하라는 것이다. 바이든 시절에 만들어진 반도체 과학법이나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미국 내 생산에 대해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것이다. 방법은 다르지만, 수입보다는 미국에서의 생산하라는 것이다. 한편 주요국의 보호무역보다 우리 산업을 더 위협하는 것은 모든 산업에서 강력한 가격 경쟁력을 가진 중국이다. 중국은 강력한 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상당한 투자가 이루어졌고, 이는 세계적인 공급과잉을 유발했다.
이에 따라 중국 내에서 엄청난 경쟁이 벌어지고 있고, 이는 가격 인하 경쟁으로 이어져 주요 제품의 가격은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시장뿐만 아니라 세계 시장, 심지어는 우리 국내 시장에서 저 가격의 중국 제품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최근 철강이나 석유화학, 전기차 등에서 중국 제품으로 인해 우리 기업이 몸살을 앓고 있다.
이 상황에서 국내 시장을 지키고 우리 수출을 지속하려면, 중국산 제품보다 뛰어난 가격경쟁력을 갖춰야 할 것이다. 나아가 주요 수출국의 관세나 생산 인센티브를 뛰어넘을 수 있는 가격 경쟁력을 보유해야 한다. 이런 관세나 인센티브가 없더라도, 수출을 위해서는 수송비나 현지 판매 비용 등의 각종 부담이 추가로 부과된다. 기본적으로, 엄청난 국내 생산 경쟁력이 없으면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는 매우 경직된 노사관계로 생산 효율이 높지 못하고, 최근 근로시간 단축이나 최저 임금 인상 등으로 생산 비용이 상승해왔다. 각종 규제도 국내 생산 비용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제기되고 있다.
현재 우리 산업은 디지털 전환, 그린 전환, 인구 전환 등 대전환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연구개발(R&D) 투자뿐 아니라 생산을 위한 대규모 투자도 이루어져야 한다. 이 상황에서 우리 기업 차원에서는 이 투자를 국내 혹은 해외 어디에 할 것인가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 자동차만 하더라도 지금까지 국내 생산여건 문제로 추가 신규 생산시설 투자에 매우 제한적이었다. 대외적인 환경 변화를 고려하지 않더라도 국내 투자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결국, 적어도 국내 생산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국내에서 추가적인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여기엔 노동, 규제, 인프라 등과 같은 생산여건이 개선이 뒷받침돼야 하고, 불리한 임금이나 노사관계 등에도 견딜 수 있는 생산방식의 혁신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국내 생산에 대한 직접적인 인센티브뿐 아니라 생산 및 생산방식의 변화를 위한 설비투자에 대해서 세제 혜택 등 다양한 지원이 적어도 주요국이 하는 것만큼이라도 이루어져야 한다. 대전환기를 맞아 이번에 국내에서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고, 해외투자만 이루어진다면 국내에서의 생산투자 기회는 영원히 잃어버릴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결국 국내 생산 및 국내 고용은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조철 산업연구원(KIET)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