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아르헨 정부 “나치 관련 비밀문건 모두 공개”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stgauto.asiatoday.co.kr/kn/view.php?key=20250327010014959

글자크기

닫기

손영식 부에노스아이레스 통신원

승인 : 2025. 03. 27. 17:35

현지 언론 "국내 정착 전범 리스트·전범 은행 거래 내역 등 공개 기대"
clip20250327171828
2017년 6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유대인연구소 '아르헨티나-이스라엘 협회'(DAIA) 사무실에 전시된 나치 관련 유품들. 아르헨티나 경찰은 지난 8일 부에노스아이레스 교외의 한 주택에서 히틀러 흉상과 함께 나치 문양 '하켄크로이트'가 새겨진 독수리상, 모래시계, 장난감 등 나치 관련 유품 75점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는 아르헨티나 역사상 가장 많은 나치 유품으로,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전범이 된 나치 독일의 고위 관리들이 남미로 망명하며 반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EPA 연합뉴스
아시아투데이 손영식 부에노스아이레스 통신원 기자 = 아르헨티나 정부가 2차 세계대전 이후 자국으로 도주한 나치 전범들 관련 비밀 문서들을 모두 공개한다.

정부의 나치 전범 문건 공개로 아르헨티나에 정착한 전범 리스트는 물론 이들이 신분세탁 후 진행한 은행 거래 내역 등 내밀한 정보가 공개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라나시온 등 현지 언론은 25일(이하 현지시간) 아르헨티나 정부가 나치 독일이 패망한 뒤 아르헨티나로 도주해 정착한 나치 전범과 관련 정부 보관 문건을 모두 공개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국무총리 격인 기예르모 프랑코 아르헨티나 수석장관은 "미 상원의원들의 요청에 따라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이 결단을 내리고 관련 문건을 모두 공개하라고 명령했다"며 "국방부를 포함해 모든 국가기관이 보관해온 나치 관련 문건에 대한 비공개조치를 해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1940년대 세계 5대 강국으로 선진국이었던 아르헨티나는 유럽 주재 아르헨티나대사관에 유대인에겐 비자를 발급하지 말라는 비밀명령을 내리는 등 나치 독일에 우호적이었다.

이에 나치 독일 패망 후 다수의 나치 전범들은 아르헨티나에 들어와 신분을 바꿔 정착했다.

유대인 인권단체 지몬 비젠탈 센터는 지난 2020년 "아르헨티나에 정착한 나치 전범 1만2000명의 리스트를 확보했다"고 밝힌 바 있다.

유대인 대학살(홀로코스트)의 실무 책임자였던 나치 전범 아돌프 아이히만이 체포된 곳도 아르헨티나인 것으로 전해진다.

아이히만은 2차 세계대전 후 전범수용소를 탈출, 1950년 아르헨티나로 도피해 은둔생활을 하다가 1960년 5월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에 붙잡혔다. 다음 해 이스라엘로 압송된 아이히만은 이스라엘 사법부로부터 반인류 범죄 혐의로 사형 판결을 받고 처형됐다.

아르헨티나 기자 출신 역사학자 아벨 바스티는 40년 넘게 아르헨티나로 도주한 나치 전범들을 추적하고 있다.

특히 바스티는 지하벙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진 아돌프 히틀러가 아르헨티나로 도주해 살았다는 소문이 파다한데, 이를 추적해온 바스티는 이미 관련 책을 12권이나 펴냈다.

그는 지난 2016년 히틀러를 직접 봤다는 한 여성을 인터뷰했다. 아르헨티나 비야 라 앙고스투라에 살고 있다는 여성은 2019년 우연히 다큐멘터리를 보다가 젊었을 때 자신이 본 사람이 히틀러였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1956년 아르헨티나 이날코에 있는 한 대저택에서 한 달 동안 가사도우미로 일하면서 히틀러를 봤다는 이 여성은 기록사진의 모습 그대로 콧수염을 기른 히틀러가 언제나 재킷과 롱부츠를 착용했다며 스페인어를 전혀 몰라 독일어로 지시를 내리곤 했다고 떠올렸다.

이 여성은 인터뷰에서 "당시 대저택에서 일한 사람이 여럿이라 나 외에도 히틀러를 본 사람이 많다"고 하며 관리인으로 일했던 남자를 만나 보라고 이름을 알려주기도 했다.

현지 언론은 "해변마을에 갑자기 통행금지령이 내려지고 나치 잠수함이 입항했다는 말이 전해져 내려오는 등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나치 관련 입소문이 무성하다"며 정부의 나치 관련 문건 공개 결정에 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손영식 부에노스아이레스 통신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