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르포] ‘괴물 산불’ 지나간 주왕산국립공원…남겨진 과제는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stgauto.asiatoday.co.kr/kn/view.php?key=20250408010004478

글자크기

닫기

경북 청송 이정연 기자

승인 : 2025. 04. 08. 11:19

축구경기장 4500개 면적 검게 그을려
소나무 군락 최대 피해…"피해 조사 시작"
산사태 예방 및 탐방로 정리 등 대응 과제
경북 청송군 식당
경상북도 청송군 주왕산국립공원 앞 지난 산불로 검게 그을린 식당 모습./이정연 기자
유례가 없던 '괴물산불'에 주왕산국립공원 3분의 1 가량이 피해를 입었다. 피해 정도는 주왕산 내에서도 각기 다르지만 일부 식생은 완전히 파괴되는 등 피해규모 조사에 나선 단계다. 관계자들은 산불 진화용 헬기 등 고성능 진화 장비 등의 충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기자가 지난 7일 찾은 청송군 주왕산 앞 상가들과 일부 마을은 화마가 휩쓸어간 흔적이 역력했다. 길가에 핀 벚꽃이 무색하게 '봄 특수'를 기대했던 지역주민들의 바람과는 달리, 음식점 곳곳이 붕괴되고 검게 그을린 모습이었다. 공단 추산 3260헥타르(ha)가 불에 탔다. 이는 축구경기장 4500개에 달하는 크기다.

지난달 22일 오전 11시 25분에 경북 의성군 안평면에서 성묘객 실화로 발생된 산불은 국립공원 내 청송읍 부곡리 735번지에 지난달 25일 오후 6시 20분경 들러붙었다. 당시 현장에는 최대 풍속 초당 25m, 평균 풍속 14m의 서남풍이 불었고, 낙엽을 매개로 뭉친 불덩이들이 곳곳으로 떨어져 음식점 건물을 비롯해 마을들을 덮치고 있었다는 게 주민들과 국립공원공단의 설명이다.

강풍을 타고 800m까지 불기둥이 금세 옮겨붙는 급박한 상황에 안호경 주왕산 국립공원사무소장은 "중형급 태풍급 강풍에 진화는 무리라고 판단했고, 마을 주민 대피에 총력을 기울이며 일단 화마가 진정될 때까지 기다렸다"고 언급했다.

공단 관계자들은 "산불에는 헬기가 가장 효과적 대응수단이지만 전체 공단의 헬기는 1대에 그치는 상황"이라며 "고성능 산불 진화 차량 등도 충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공단 소유의 헬기는 러시아와의 경제협력 대가로 받은 1대가 전부인데, 이마저도 노후화된 데다가 운용 인력도 고령화가 심각하다. 공단 인력은 산림청에 있었던 공무원이거나 아니면 군에서 전역 혹은 중도 퇴직자들을 채용하고 있지만 민간 헬기는 인력 나이제한이 없다.

국립공원공단
경상북도 청송군 주왕산국립공원 내에서 국립공원공단 관계자들이 나무를 조사하고 있다./이정연 기자
국립공원공단은 생태계 피해 내용과 면적 산출, 2차 피해 발생위험 파악을 위해 주왕산국립공원과 지리산국립공원에 대한 현장 조사에 나선 상태다. 시급성을 고려해 분야별 공단 내부 전문가로 구성해 진행하고 있다. 국립공원연구원 17명, 야생생물보전원 2명, 생태계조사단 27명을 꾸렸다.

이날 관계자에 따르면 식생의 경우 참나무 등은 겉은 그을렸어도 향후 다시 살아날 확률이 높지만 불에 탄 소나무 군락은 소생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산불피해는 매우심각(수관화)-심각(수간화)-경미(지표화) 등 단계로 나누는데, 매우심각과 심각으로 분류된 곳은 산사태 우려까지 낳는다. 특히 두 유형은 나무군락 등의 식생이 전부 파괴되며 생물다양성은 거의 소실됐다고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명현호 국립공원공단 기후변화연구센터장은 "6월 장마가 오게 되면 심각 이상 지역들은 토사 유출이나 산사태가 우려될 수 있어 응급 복구를 할 건지 모니터링할 건지 판단을 하는 형태로 기초조사에 들어갈 것"이라며 "지역 주민들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탐방객들이 찾아오기를 바라고 있기 때문에 가급적 빨리 개방할 수 있도록 (신속한) 조사를 바탕으로 탐방로를 정비한 후 개방을 목표를 잡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그동안 관련 법률이 없어 지원하지 못 했던 상가 건물 등에 대한 보상안도 검토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재정당국과 협의를 거쳐야겠지만, 음식점 소실 등에 대한 피해에 대한 보상도 할 수 있도록 관련 법률을 개정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정연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