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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쩍 않던 트럼프, 국채 매도 러시에 돌연 ‘후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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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효극 기자

승인 : 2025. 04. 10. 13:46

미 국채 팔고 일·독·스위스로 피신
서머스 전 재무 등 '금융위기' 경고
트럼프 대통령 상호관세 전격 유예
TAIWAN-US-TRADE-TARIFF-STOCKS
한 여성이 10일 타이베이에서 대만 주식 시장의 주가를 보여주는 스크린 앞을 지나가고 있다.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요 교역국에 대한 상호 관세를 유예하겠다고 발표하자 아시아 증시는 급등했다. /AFP 연합뉴스
증시 폭락과 경제 침체 경고에도 꿈쩍 않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상호관세를 돌연 유예한 것은 미국 국채 매도 러시가 심상치 않다는 판단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며칠 동안 공화당 동료 의원들, 기업계 인사들, 심지어 최측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압박에도 흔들리지 않던 트럼프 대통령은 "내 정책은 결코 바뀌지 않는다"고 단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가 발효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국에 대해 추가 보복 조치로 맞선 중국에 대한 관세를 125%로 올리면서 나머지 다른 나라·지역의 상호관세 부과는 90일간 유예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이는 정치적 부담을 감내할 수 있는 한계선을 드러낸 결정으로, 특히 안전 자산으로 여겨지던 미국 국채 시장에서의 급격한 매도세로 인한 경제적 파장이 대통령의 참모진이 예상한 수준보다 훨씬 심각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CNN은 재무부 내에서 고조되는 위기감이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 관세 유예 결정에 핵심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날 오전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백악관에서 열린 회의에서 직접 대통령에게 관련 우려를 전달했고, 이는 이미 경제 참모들로부터 국채 시장 급락에 대한 브리핑을 받은 트럼프 대통령의 우려에 무게를 실었다. 게다가 경제계 주요 인사들 역시 백악관 고위 보좌진들과의 통화에서 국채 시장 불안에 대해 반복적으로 언급하며 관세 정책 후퇴를 강하게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 경제팀은 채권시장에서 하루 전부터 본격화된 매도세가 밤새 가속화되는 걸 지켜보며 긴장했다. 전통적으로 주식시장이 급락하거나 경제가 불안정할 경우 투자자들은 미국 국채로 자산을 옮기며 안전자산을 선호하게 되는데, 이번엔 국채 금리가 오히려 급등하며 정반대의 흐름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3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은 지난 4일 4.4% 미만이었는데 9일에는 4.8%를 넘어섰다. 이는 헤지펀드들이 레버리지 포지션을 청산하고, 해외 투자자들이 일본, 스위스, 독일 자산으로 피신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됐다. 또 매도세가 지속되면서 미국 경제 전반에 자본 조달 비용을 높이면서 자칫 재앙에 가까운 금융 위기를 초래할 위험이 커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국채 매도세가 심화되자, 로렌스 서머스 전 재무장관을 포함한 경제학자들은 금융 위기를 경고했다.

당일 아침까지도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에서 주식시장에 대한 언급을 이어가며 상호관세 유예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최측근 통상 고위 관료조차도 대통령의 입장 변화 가능성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돌연 SNS를 통해 관세 유예 결정을 발표했을 당시, 의회 청문회에 참석 중이던 미 무역대표부(USTR)의 제이미슨 그리어 대표는 변화가 있음을 전혀 암시하지 않았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 부과를 유예하고 상황이 반전된 오후엔 기자들에게 "국채 시장을 주의 깊게 보고 있었다"며 "지금 국채 시장은 아주 멋지다. 하지만 어젯밤에 보니 사람들이 조금 불안해 하더라"고 말했다.

이번 조치는 전 세계 무역 질서가 미국에 불공정하다고 주장하며 이를 '해방'하겠다고 공언해온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뼈아픈 후퇴였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평가했다. 한편에선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장이나 지지자들의 반발을 완전히 무시하지는 않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했다.

그러나 베센트 재무장관 등 백악관 당국자들은 모든 국가에 대한 신규 관세(중국 제외) 유예 결정을 '후퇴'로 보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신 이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테이블로의 초대'라는 전략적 구상의 일환이라고 주장했지만 이는 그럴듯한 '포장'일 뿐이라는 반론이 나온다.

기업들은 이번 조치에 안도하면서도 여전히 불확실성은 해소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여전히 대부분 국가에 대해 10%의 관세가 유지되고 있으며, 미국은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한층 격화시켰고, 자동차와 제약 등 특정 산업에 대한 관세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최효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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