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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없어서 못 판다”…1000억 들여 생산 늘리는 고려아연 ‘이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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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김한슬 기자

승인 : 2025. 04. 14. 17:05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가보니
국내 유일 인듐·안티모니 생산
글로벌 자원전쟁 속 가치 부각
퓨머·통합 공정으로 경쟁력 제고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전경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전경. /고려아연
"생산이 되자마자 족족 물량이 나갑니다. 보십시오. (창고에) 오늘 생산된 인듐만 보관돼 있네요."

국내 제조업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온산국가산업단지. 이곳에는 에쓰오일, LG화학, HD현대 등 내로라하는 굴지의 대기업들이 한데 모여 있다. 고려아연은 지난해 경영권 분쟁으로 유명세를 탔지만, 사실 1974년부터 이곳의 터줏대감 역할로서 그야말로 알짜배기로 성장해 온 기업이다. 규모로 따지면 이곳에서 에쓰오일 다음으로 두 번째 크다. 최근 고려아연은 글로벌 자원 전쟁 속에서 희소금속인 인듐과 안티모니를 국내 유일하게 생산해 그 경쟁력이 부각되고 있다. 그렇다면 회사는 사명 안의 '아연'뿐만이 아닌, 소위 '없어서 못 판다'는 이 금속들을 어떻게 알아보고 생산해 올 수 있었을까.

햇살이 내리쬐던 지난 10일 방문한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에는 활기가 넘쳤다. 온산제련소는 부지 43만평, 월드컵 상암경기장의 18배에 달한다. 이곳에선 각종 공정이 24시간 쉴새 없이 이어졌고, 일부 부지에선 니켈 등 이차전지 원료 증설에도 속도를 내고 있었다.

인듐 공장에선 고온 전기로에서 액체 상태인 물질을 고체화하는, 이른바 주조 공정이 한창이었다. 인듐은 아연 및 연 정광(불순물을 1차 제거한 금속 광석) 안에 포함된 극소량의 희소금속으로, 디스플레이 표면부터 반도체·태양광 등의 주요 소재로 활용된다. 통상 타 제련소에서 광물로부터 아연과 연만 회수한다면, 고려아연은 수차례 공정을 거쳐 인듐, 안티모니, 금, 은 등 다양한 금속류를 생산하고 있다.

그중 안티모니는 생산 자체가 극소량이라 최종 공정에서 사람 손을 거쳐 탄생한다. 한달 중 19일가량 공정이 이뤄지고 있는데, 한번에 550kg를 생산한다. 연간 생산량은 150톤으로, 전 세계 제련소 중에선 가장 많다.

때마침 현장에서 직원의 손을 거쳐 나온 괴 형태의 인듐은 은괴와 비슷한 형태로 반짝거렸다. 전종빈 온산제련소 책임은 "인듐은 페이크 실버(가짜 은)라 불릴 만큼 가치도 높고 비싸게 팔린다"고 말했다. 알짜 금속답게 지난해 5억원이었던 인듐의 영업이익은 1년새 5배 이상 늘어 27억원을 기록했다. 이날 휑해 보이던 창고에는 당일자로 생산된 극소량의 인듐만 놓여 있었다.

희소금속 생산은 국가적인 차원에서 중요해지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에 따라 인듐 최대 생산국인 중국이 올해 수출 통제를 결정하면서다. 일각에서는 인듐 등이 미국 관세 협상의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고려아연이 미국 인듐 공급망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은 인듐과 안티모니에 각각 500억원씩 총 1000억원의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전 책임은 "인듐 투자는 공정 단계를 늘리는 데 활용된다. 기존에 (인듐, 구리 등을 추출하는 조액공정 단계를) 1단계 했다면 2단계로 확장, 체류시간을 늘려 회수율을 높이고 있다"며 "지난달 개선을 완료해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듐
고려아연 직원이 10일 온산제련소에서 인듐 주조 공정을 하고 있다. /김한슬 기자
◇퓨머 공정으로 효율성↑…전 세계 유일 통합 공정도
회사가 희소금속 생산을 도맡아 할 수 있는 건 제련부산물에서 유가금속을 회수하는 '퓨머 공정' 덕분이다. 아연, 연 제련공정 후에 남은 부산물을 퓨머 설비를 거쳐 또 다른 금속을 추출하는 식이다. 즉, 플랜트-퓨머-플랜트 이 과정을 계속 거치면서 남는 것 없이 각종 금속을 생산하게 된다.

특히 퓨머 설비가 마련되면서 기존에 공정액과 슬러지(침전물)를 보관해 온 폰드(연못)도 불필요해 졌다. 외부에 마련된 폰드는 환경 리스크가 존재하지만, 퓨머 설비는 이를 막을 수 있다. 회사는 이미 제련소 안 안전교육센터 근처에 남아있는 유일한 폰드 하나마저 없애는 작업을 마치고 있었고, 해당 부지는 또 다른 생산 부지로 활용될 예정이다.

강기태 온산제련소 책임은 "사실 퓨머 공정이라는 것이 기존에 해외에서 이론화돼 있었지만, 이를 상용화하는 사례는 잘 없다"며 "고려아연의 50년간 제련 경험이 밑바탕돼 이를 현실화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 세계 유일무이한 '아연-연-동 통합 공정'도 한몫하고 있다. 각 제련 과정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어 효율성은 최대로 끌어올리고, 자원 순환율을 한층 높이고 있다.

◇폐자원 활용 적극…"친환경 선순환 체계 구축"
온산제련소 곳곳을 살펴 보면 희소금속뿐만 아닌, 각종 소재 전반에 대한 적극적인 증설이 이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생산이 늘되, 부지는 한계가 있다 보니 폐자원을 활용하는 사업 비중을 높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동은 2028년까지 15만톤의 생산이 계획돼 있는데, 기존 5만톤을 제외한 나머지 10만톤을 모두 폐배터리 등 폐자원을 통해 생산하겠단 계획이다. 회사가 미국 전자폐기물 재활용 스타트업 이그니오 등에 투자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이외에도 이차전지 자회사인 켐코는 전기차 시장에 대응해 국내 유일의 고순도 니켈 제작소를 짓고 있다. 내년 완공 예정으로, 현장에서 이미 설비 뼈대가 잡혀가고 있었다.

강기태 책임은 "전략광물을 담당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반도체·철강·배터리 등에 이르기까지 국내 굵직한 기업들이 모두 고객사다. (고려아연은) 단순한 하나의 기업을 떠나 국가적인 산업을 책임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아연1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에서 생산된 아연. /김한슬 기자
김한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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