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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과거 생보사 매물을 재매각한 경험이 있습니다. 2013년 NH농협금융그룹 회장 시절 우리투자증권·우리아비바생명·우리자산운용·우리금융저축은행 등 4개 계열사를 '1+3' 패키지로 매입했고, 이 중 우리아비바생명을 DGB금융지주에 재매각했습니다. 2년 뒤 임 회장은 금융위원장에 내정된 뒤 "우리아비바생명 재매각은 농협금융·DGB지주·우리아비바생명 등 이해관계자 모두를 충족시킨 거래였다"고 설명한 바있죠.
사실 우리금융 입장에서는 ABL생명이 매력적인 매물이 아닙니다. ABL생명의 작년 말 기준 결손금은 904억원에 달해 3년 째 결손금 장기화 현상이 나아지지 않고 있습니다. 저축성 보험 비중이 높다는 점도 ABL생명의 실적 발목을 잡고 있죠. 때문에 새 주인이 될 우리금융은 저축성 보험 관련 책임준비금 부담이 적지 않을 겁니다. 중국 다자보험이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패키지 매각'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10년 전 상황이 또 다시 재현되는 분위기입니다. 우선 한국금융이 생보사 매물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한국금융은 우리금융의 지분을 보유한 주주이기도 하죠. 우리금융과 시그널만 맞으면 ABL생명을 충분히 매수할 수 있다는 관측입니다. 특히 한국금융이 BNP파리바카디프생명(카디프생명) 인수를 검토 중이란 점도 주목할 만한 대목입니다. 카디프생명은 적자가 지속되고 있는 곳이라, 한국금융 행보에 눈길이 쏠립니다. 이에 대해 한 금융권 관계자는 "(한국금융의 생보사 인수 검토는) 생보업 라이센스 취득을 위한 것이라고 봐야할 것"이라며 "우리금융이 싼 가격에 ABL생명을 넘긴다면 한국금융이 매수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에 ABL생명이 보유한 여의도 본사 사옥 가치는 약 3000억원에 달합니다. 현재 한국금융이 검토중인 카디프생명보다는 ABL생명이 더 매력적인 매물일 수 있다는 겁니다. 향후 부동산 자산 가치가 높아질 여지가 높은 만큼 향후 부동산 매각 차익을 볼 수도 있습니다. 한국금융이 ABL생명을 사들인다면 생보업 라이센스를 확보해 수익 다각화에 나설 수 있을 뿐더러, 여의도 사옥 매각으로 부수적인 이익을 거둘 수 있을 겁니다.
금융위원회는 이번달 중 우리금융의 동양·ABL생명 인수를 최종 승인할 전망입니다. 임 회장이 10년 전 처럼 'ABL생명 재매각' 카드를 꺼낼지 관심이 모아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