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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전 제4차 '녹색성장 및 2030 글로벌 목표를 위한 연대(P4G)' 정상회의 참석 및 양자 공식 방문을 위해 베트남을 찾은 조태열 외교부 장관을 만난 찐 총리는 "한국의 원전 기술이 이전되길 희망한다. 한국도 우리와 함께 원전을 건설했으면 한다"며 이 같이 밝혔다.
찐 총리는 프랑스 등 다른 국가들도 베트남의 원전 건설을 희망하고 있다면서도 한국과 우선 협력하고 싶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한국의 '원자로 건설'을 콕집어 언급한 찐 총리는 "(원전 협상이) 기본적으로 아주 잘 진행되고 있지만 몇 가지 쟁점들이 있어 여기에 좀 더 집중하려 한다"고 밝혔다.
베트남 측은 이미 한국이 원전 사업에 참가할 기술적 역량은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베트남 정부 관계자는 "한국은 우리가 검토하고 있는 중요한 파트너 중 하나"라며 "한국의 원전 기술이 국제적 기준과 우리의 요구를 충족할 수 있으리라 본다"고 밝혔다. 베트남은 아직 원전과 관련된 자체 기술 규정을 마련하지 못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기준 충족을 우선시하고 있다. 원전 사업 참가를 타진하고 있는 한국전력의 '한국형 원전'은 국제적으로도 인정받고, 기술적 역량도 검증됐다는 것이 양국 관계자들의 공통된 평가다.
하지만 찐 총리가 언급한 '쟁점' 가운데 최대 사안은 재원 조달 문제다. 베트남은 올해부터 2030년까지 추진할 닌투언성(省) 원전 프로젝트의 비용을 250억달러(35조 5150억원)에서 300억달러(42조 6120억원)로 추산하고 있다. 최우선 국책사업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워낙 대규모인 탓에 베트남 정부도 당장 내년부터 추가적인 재원 조달방안을 모색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사안에 정통한 한국측 관계자는 본지에 "베트남 정부와 닌투언 원전사업자인 베트남전력공사(EVN)과 베트남석유공사(PVN) 모두 재원 조달 부분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규모가 워낙 크다보니 베트남에선 한전의 직접 투자와 수출입은행의 자금 지원 외에도 정부 차원의 '보다 과감한 지원'을 희망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프랑스도 베트남 원전 사업 참여를 적극 타진하고 있지만 비용 부분에선 한국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한국형 원전 기술 이전·인력 양성 지원과 원전에 필요한 인력과 기자재들의 '현지화'를 어필하고 있는 한국은 현재 러시아 국영 기업 로사톰과 함께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이 또 다른 관계자의 전언이다.
베트남은 지난 2009년 원전 2기 개발 계획을 승인하고 이후 러시아와 일본을 원전 건설 협력국으로 선정했다. 하지만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한 안정성 문제와 막대한 건설비 문제가 불거지며 2016년 원전 사업을 중단했다. 화력·수력 발전에 의존하고 있는 베트남은 최근 수년간 심각한 전력난을 겪어왔고 결국 지난해 11월 원전 재개를 결정했다. 일본과 러시아가 우선 협상권을 가지고 있지만 찐 총리는 "전통적 파트너 외에도 다른 선택지를 고려할 수 있다"며 협력 대상국 확대를 시사한 바 있다.
'세계의 공장'으로 성장하고 있는 베트남에게 전력 문제는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다. 찐 총리를 비롯한 정부 주요 지도자들 모두 "경제성장을 위해선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필수적"이라며 "전력 생산을 늘이기 위해선 원자력 발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당장 2030년까지 15만MW(메가와트)의 발전용량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현재 베트남이 갖추고 있는 전체 전력 시스템의 총 발전용량은 약 8만5000MW 수준이다. 당장 7만MW의 발전 용량을 추가로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서 원자력 발전이야말로 이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국가 핵심 과제인 '2050년 넷제로(탄소중립)' 달성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 베트남 정부의 계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