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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일이 결정되고 대선 정국이 펼쳐진 초반, 각 당에서는 후보들이 정책 공약을 내고 관련 주제로 토론을 벌였다. 그러나 이런 흐름은 채 한 달이 가지 못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에서 유죄 취지 파기환송 결정이 나오고, 대선 후보로 등판한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 간 단일화 논란이 불거지면서다.
민주당은 이 후보에 대한 대법원의 유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에 즉각 반발하며 사법부와 행정부 공격에 나섰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인용 이후 중단했던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탄핵을 갑작스레 다시 추진했고, 사법부에 대해서는 대법원장 탄핵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사법 쿠데타'라는 주장까지 튀어나왔고, 일부 의원들은 대선 당선 후 재판 절차를 중단시키는 위한 법안까지 발의했다. 공직선거법 사건 재판의 신속 처리 원칙은 사라지고, 헌법 84조에서는 '소추'에 더해 '재판'까지 중단한다는 해석을 끄집어내는 등 자당의 대선 후보를 법의 적용에서 벗어나게 하는 방법 찾기에 집중했다.
국민의힘에서는 경선을 통해 후보로 선출된 김문수 후보와 무소속으로 출마를 선언한 한덕수 전 총리와의 단일화 이슈가 내홍으로 번지는 모습이 이어졌다. 자당이 배출한 대통령의 탄핵으로 조기 대선이 열리게 된 상황에서, 그 대행을 맡고 있던 총리까지 책무를 저버렸는데도 선거에 정신이 팔려 문제를 파악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이런 정치권의 혼란이 지속됐던 몇 주 사이 정부에서는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았던 총리가 대선에 출마하고 그 다음으로 대행을 맡을 기재부 장관이 국회의 탄핵 추진으로 사퇴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결국 정부에서 경제통이 모두 사라지고 교육부 장관이 국가수반 역할을 하게 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폭탄' 부과 정책과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2%를 나타낸 저성장이 겹친 위기 국면에서 국가의 경제를 이끌 사령탑이 사라진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사태를 초래한 발단은 바로 정치권이다. 한덕수 전 총리의 사퇴와 출마, 경선 당시부터 그와의 단일화를 고려하고 있던 국민의힘. 자당의 후보를 옹위하기 위해 삼권분립을 무시하고 사법부에 공격과 탄핵 추진으로 경제 사령탑을 없애 버린 민주당.
이런 소란스러운 상황 안에서 경제라는 중요 이슈가 실종된 것이 지금의 대한민국이다. 차기 정권을 잡겠다는 두 세력이 모두 국가의 어려움 앞에서 안정을 위한 지원에 나서기는커녕 자기 진영의 이익을 우선해 위기를 가속화시키고 있는 꼴이다.
이제 대선까지는 채 한 달도 남지 않았다. 다방면으로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 앞에서, 과연 정치의 본령이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