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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대 대통령 선거 재외투표가 시작된 첫 날. 베트남 하노이에 위치한 주베트남한국대사관 투표소를 일찌감치 찾은 교민 이건(55) 신월여행사 대표는 "출근하기 전에 바로 왔다. 밖에서도 한 20분 대기하고 있다가 입장했다"고 말했다. 베트남에 오래 거주한 그는 "총선·대선 등 8번 정도 재외투표를 한 것 같다. 우리 국민들이 갖고 있는 힘을 국내는 물론 전 세계로 발산할 수 있는 그런 대통령이 선출되길 바란다"며 차기 정부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6·3 대선을 2주 앞둔 이날 베트남을 비롯한 전 세계 118개국 223개 투표소에선 재외투표가 시작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선거 재외유권자는 25만 8254명이다.
이번 대선은 베트남 전체에서 총 1만6693명이 투표를 신청했다. 주베트남한국대사관에 투표를 신청한 인원이 8620명으로 가장 많고, 호치민총영사관과 다낭총영사관에는 각각 7466명과 607명이 투표를 신청했다.
이날 아침 교민들과 함께 투표를 마친 최영삼 주베트남 한국대사는 "올해는 하노이를 중심으로 역대 최다 규모의 국외 부재자 신고가 이뤄지는 등 어느 때보다도 선거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것을 알 수 있었다"며 "이러한 관심과 열망에 부응하기 위해 투표 준비를 잘 했다"고 밝혔다.
주베트남한국대사관이 있는 하노이에선 이날부터 25일까지 총 6일간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사전신청자를 대상으로 투표가 진행된다. 24~25일에는 대사관 외에도 하노이한국국제학교에서도 투표가 가능하다. 하노이 인근 북부지방에서 근무·거주하는 재외유권자들을 위해 하노이에서 2시간 가량 떨어진 하이퐁에서도 22~24일 3일간 투표가 진행된다.
최 대사는 "베트남대사관 역사상 최다 사전 신고 신청자수를 기록했다"며 "한국과 베트남간의 관계가 깊어지면서 교민사회가 굉장히 빠르게 커지고 있고, 대선에 대한 교민들의 관심도 더 커진 것 같다"고 밝혔다.
베트남 거주 21년차인 권혁준(45)씨는 "일 때문에 해외에 나와있고, 자녀들이 많다보니 재외국민(재외동포) 관련 공약과 아동 관련 공약들을 많이 살펴보게 된다"며 "해외에 살다보니 다자녀 혜택 등과는 무관하지만 아이들에게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줄 후보, 한국인으로서의 자긍심을 느끼게 해 줄 후보가 누구일지를 고민했다"고 말했다.
투표는 국내 사전투표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투표소에 들어선 뒤 여권·주민등록증·운전면허증 등 국내에서 유효한 신분증을 제시한 후 확인과정을 거쳐 투표용지와 밀봉용 등기 봉투를 받는다. 기표소에 들어가 기표한 뒤, 봉투에 담아 양면테이프로 밀봉한 뒤 투표함에 넣는다. 이렇게 재외유권자들이 던진 한 표가 담긴 투표용지는 투표자의 주민등록지 관할 선관위로 보내져 개표될 예정이다.
25만명이 넘는 재외유권자들이 해외에서도 표를 행사한다는 점에서 뜻깊지만,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온다. 재외투표를 신청하며 등록한 메일로 투표 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사전신청자들에게 정당과 후보자들의 정보 자료를 보내지만 한 장 분량의 후보자 정보공개자료와 한 장 분량의 공약 이미지 파일이 전부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민은 "이번 대선 뿐만이 아니라 전에도 대선 후보들의 전체공약집을 재외유권자들이 보기 힘들었던 것 같다"며 "이런저런 공약들을 내놓지만 정작 그것들을 어떻게 실현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공약을 보고 표를 던지는 게 아니라 사람(후보)이나 정당만 보고 표를 던진다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지적했다. 일부 재외유권자들은 "메일로 그런 것이 오는 줄은 몰랐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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