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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증권사 투자의견, 왜 늘 ‘매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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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연 기자

승인 : 2025. 07. 30. 18:06

2153042023
/게티이미지뱅크
박주연_증명
"실적 둔화, 목표주가 하향…그러나 투자의견은 '매수' 유지."

증권사 리포트를 읽다 보면 익숙한 문구다. 분석은 부정적이면서도 결론은 매수 유지에 머무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시장에서는 이런 리포트를 두고 '투자 참고자료'가 아니라 '기업 친화적 문서'라는 냉소가 나온다.

자본시장연구원의 '애널리스트의 낙관적 편향' 보고서에는 이러한 현실을 수치로 입증한다. 최근 5년(2020~2024년) 동안 발표된 리포트의 93.1%가 '매수' 또는 '적극 매수' 의견이었다. 같은 기간 '매도' 의견은 0.1%에 불과했다. 리포트 1000건 중 매도 의견은 단 1건 꼴이라는 의미다. 투자의견 변경률도 2.5%에 그쳤다. 한 번 매수를 찍으면 이후 실적이 악화돼도 그대로 유지되는 구조다.

이 같은 낙관 편향은 갈수록 심화됐다. 2000년대 초반 매수 비중은 10건 중 6~7건(67.3%) 수준이었다. 그러다 2010년대 들어 9건(89.6%)으로 치솟더니 최근 5년은 아예 9건을 넘어 93%까지 올라섰다. 매도 리포트는 사실상 실종됐다.

리포트는 본래 실적과 리스크를 분석해 투자자에게 매수·매도 시점을 가늠할 근거를 주는 도구여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보고서는 매수 권유만 반복하며 경고 기능을 상실했다. 투자자는 '무엇을 살지'는 알고, '언제 팔아야 하는지'는 알기 어렵다.

이런 현상 뒤에는 이해상충 구조가 있다. 애널리스트는 리서치 부서에 속해 있지만, 같은 회사 안에서 IPO와 유상증자를 맡는 투자은행(IB) 부문과 긴밀히 얽혀 있다. 잠재 고객인 상장사를 의식할 수 밖에 없는 구조에서 부정적 평가를 내기는 쉽지 않다.

결국 개인 투자자들의 정보 선택권은 좁아진다. 시장은 오르내리기를 반복하는데, 리포트가 매수 중심으로만 쏠리면 합리적인 매도 시점과 리스크 신호를 놓치기 쉽다. 시장 분석 보고서가 아닌 주가 상승을 뒷받침하는 긍정 리포트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해외는 다르다. 미국의 경우 매도 의견 비중이 15~20%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애널리스트 독립성이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장치가 있고, 리서치 자체가 유료로 거래되는 구조 덕분이다.

애널리스트의 역할은 '매수 권유'가 아니라 '분석'이어야 한다. 이 원칙이 지켜질 때 비로소 리포트는 투자자의 나침반으로서 제 기능을 되찾을 수 있다.

애널리스트가 눈치 보지 않고 소신을 낼 수 있도록 리서치 독립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투자의견과 목표주가 변동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장치도 마련돼야 한다. 투자자 역시 리포트를 맹신하기보다 실적 추정치와 리스크 요인을 직접 살피며 균형 잡힌 시각을 가져야 한다.
박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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