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윤철 부총리 합류로 협상 유종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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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미국 현지에서 진행된 화상 브리핑에서 "쉽지 않은 상황에서 지성이면 감천을 마음으로 새겼다"면서 "러트닉 상무장관과 어떻게든 딜을 만들기 위해 그의 자택을 방문하고 스코틀랜드 일정을 따라가며 자정 이후까지 협의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지난 24일 미국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이 예정됐던 '2+2 통상 협의'를 돌연 취소하면서 고위급 회담은 묘연해졌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변수에도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여 본부장은 러트닉 장관의 동선을 따라 이동하며 접촉을 시도했다. 이들은 24일 워싱턴D.C.에서 러트닉 장관과 직접 면담한 데 이어, 다음 날인 25일에는 뉴욕에 위치한 장관의 자택까지 찾아가 협상을 지속했다.
이어 러트닉 장관이 일정상 영국 스코틀랜드로 이동하자, 이들도 곧바로 유럽행 비행기에 올라 27일엔 러트닉 장관과 그리어 대표와 마주 앉았다. 이후 러트닉 장관의 귀국 일정에 맞춰 구윤철 부총리를 포함한 협상단이 다시 미국에 모였다. 이 과정에서 조선 산업 중심의 대미 협력 프로젝트 'MASGA'와 대미 투자 펀드 안을 미국 측에 제안하며 협상 동력을 이어갔다.
여 본부장은 "우리 협상팀의 열의를 미국 측에서도 확인 했을 것"이라면서 "러트닉 장관과 대화하는 과정에서 합의의 틀을 구체화했을 뿐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과의 직접 회담에서 유용한 팁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러트닉 장관이 딜 메이커로서 큰 역할을 해줬다"고 말했다.
농축산물 시장 방어도 대표적 성과다. 한국 협상단은 협상 초기부터 미국 측이 농축산물 시장 추가 개방을 거세게 압박했음에도 강경한 입장을 유지했다. 결과적으로 관련 내용은 협상에서 제외됐다.
여 본부장은 "어느 시점에선 광우병 시위 사진까지 들고 다녔다"면서 "광화문을 가득 채운 인파를 미국무역대표부 대표와 상무장관에게 직접 보여주며 감정적으로 호소한 것"이라고 전했다. 또 "최근 국내 농축산물 개방 반대 여론이 거세게 일었던 점도 미국 측이 모니터링 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자동차 품목관세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기존 25%에서 15%로 낮추는 데 성공했지만, 목표치인 12.5%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 본부장은 "현지 자동차 기업들의 반발이 심했기에 시기를 놓치면 오히려 관세가 더 높아질 우려가 있었다"면서 "향후 기회가 포착된다면 1%라도 관세를 낮추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