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실적 하락 속 증권만 선방
가계대출 중심 수익 구조 탈피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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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장은 이를 의식한 듯, 지난 28일 '2025년 하반기 경영전략회의'를 열고 본업 경쟁력 강화, 미래 성장동력 확보, 신뢰기반 및 지속가능 경영 등 3대 중점 과제를 내세웠다. 그는 이 자리에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위기를 혁신의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3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농협금융의 2025년 상반기 당기 순이익은 1조628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6% 감소했다. 시장 여건이 좋아지면서 비이자이익은 1조3296억원으로 19.6% 증가했지만, 주 수익원인 이자이익이 4조977억원으로 5.3% 줄었다.
앞서 농협금융은 1분기 714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우리금융을 앞지르고 5년 만에 '빅4'에 진입했다. 상반기 기준으로도 4위를 유지했지만, 2분기 실적은 부진했다. 그룹 핵심 자회사인 농협은행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2% 감소한 1조1879억원에 그쳤다. 비은행계열사의 경우 NH농협생명은 1547억원으로 5.6%가, NH농협손보는 875억원으로 20.7%, NH농협캐피탈은 441억원으로 18.9% 줄었다.
NH투자증권이 4650억원의 순이익으로 호실적을 기록했지만, 농협금융의 지분율이 50%대에 그친다는 점에서 실적 반영에는 한계가 있다. 지분율을 감안하면 실질 반영되는 이익 규모는 제한적이다.
같은 기간 KB금융(3조4357억원), 신한금융(3조374억원), 하나금융(2조3010억원)과의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우리금융(1조5513억원)보다 순익 규모는 컸지만, 이는 1분기 희망퇴직 등 일회성 비용에 따른 것이다. 여기에 우리금융은 3분기부터 동양·ABL생명 실적이 반영된다. 경쟁력 차이는 여전하다는 분석이다.
농협금융의 수익 기반이 가계대출에 치우쳐 있다는 점은 문제다. 농협은행의 6월 말 기준 원화대출 잔액은 303조5556억원으로 전년말 대비 4.4% 증가했으며, 이 가운데 가계대출은 146조1685억원으로 6.2% 늘었다. 국민은행(2.8% 증가), 하나은행(2.5% 증가), 신한은행(0.8% 증가)과 비교해도 가계대출 증가 폭이 가장 크다.
이는 금리 인하와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기조 속에서 수익성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농협은행은 비수도권과 리테일 중심의 자산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어 연체율과 충당금에 더 민감하다. 특히 올 상반기 대손충당금적립률은 214.26%로, 작년 상반기 대비 23%포인트 가량 떨어져 위험 대응 여력이 다소 낮아진 모습이다. 또한 농협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은 6월 기준 1.7%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기업금융 시장 점유율도 5대 시중은행 중 가장 낮다는 평가가 따른다.
이에 농협금융은 최근 NH투자증권과의 협업을 확대하며 비이자이익 확대를 꾀하고 있다. 올 초에는 농협은행이 투자자문업 겸영 인가를 받아 자산관리 사업에도 진출한 상태다. 하지만 전체 그룹 차원에서 보면, 비은행 부문 실적이 여전히 취약해 실질적인 수익원 다변화에는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시장금리 하락 영향으로 이자이익이 줄면서, 상반기 성적이 부진했다"며 "하반기부터 중장기 전략 컨설팅 등을 통해 반전을 꾀할 예정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