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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쓰촨성 학폭 시위대에 곤봉 휘두른 경찰…보도·인터넷 검열도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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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아름 기자 | 천현빈 기자 | 김지항 기자

승인 : 2025. 08. 07.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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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집단구타 사건을 미온적으로 처리한 중국 공안당국에 항의하기 위해 모인 시위대가 무장한 공안들에게 강제로 끌려가는 모습.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중국 쓰촨성 장유시에서 발생한 한 여학생 집단폭행 사건이 당국의 미온적 대응으로 시민들의 분노를 촉발, 대규모 시위로 번졌다. 중국 매체들은 해당 시위에 대한 보도와 인터넷 게시물들을 통제하고 있다.

6일(현지시간) 독일 방송 도이체 벨레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강유시에서 14세 여학생 A양이 또래 청소년들에게 장시간 폭행당하고 모욕을 당하는 장면이 촬영된 영상이 8월 초 SNS를 통해 확산됐다. 피해자는 오랫동안 학교에서 괴롭힘과 고립에 시달려왔다고 도이체벨레는 보도했다.

도이체벨레는 여러 언론을 인용해 피해자 부모가 학교 폭력 사건 당일 밤인 7월 22일 경찰에 신고하고 학교를 여러 차례 방문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경찰은 8월 4일이 되어서야 신고를 접수했다. 사건 발생 후 경찰 보고서가 발표되기까지 열흘 이상이 걸렸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목격자가 현장을 몰래 찍어 인터넷에 올린 영상이 급속도로 퍼졌고, 가해 학생들 부모가 현지 경찰 고위 간부와 변호사라는 소문이 퍼졌다. 공안당국은 이 소문이 거짓이라고 밝히고 가해학생 1명에게 '치안처벌'(경고, 벌금, 구류 등) 에 처했다. 치안처벌은 주로 경범죄자들에게 내려지는 경징계에 해당한다. 다른 2명은 청소년 교화를 담당하는 특수학교로 보내졌다.

지역 주민들은 이와 관련해 "교정 교육을 받은 것이 아니라 징계 기간 동안 학교 밖에서 당구를 치는 가해자를 붙잡았다"고 주장했다.

경찰의 안이한 대응에 분노한 시민들은 8월 4일 장유시 주요 교차로에 모여 항의 행진을 벌였다. 시위대는 "민주주의를 돌려달라", "아이들의 진실을 돌려달라", "살인범을 엄중히 처벌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경찰은 시위에 대응해 8월 5일 이른 아침 강경 진압에 나섰다.

곤봉을 휘두르고 최루탄과 후추 스프레이를 사용해 시위대를 해산시켰다. 경찰관이 바닥에 쓰러져 있던 시위대를 곤봉으로 구타하는 영상도 퍼지고 있다.

시위 해산 작업은 5일 오전 3시에 끝났다. 이번 시위엔 최소 400명에서 많게는 1000여명이 모인 것으로 추산된다.

영국 BBC는 이번 시위를 두고 "중국 현지 국영 매체와 인터넷에서는 시위 관련 내용을 철저히 검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BBC에 따르면 시위에 참여한 이들과 목격자들은 인터뷰에서 "경찰이 지역 주민들에게 사건에 대하지 말라고 경고했기 때문에, 자신의 이름을 밝히기를 꺼렸다"고 밝혔다. BBC는 지역 공안국에 취재를 시도했으나 "외신의 질문에는 제한이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전했다.

시위대가 해산된 이후 근처 호텔 직원은 "전날 밤 밖이 매우 혼란스러웠다"면서도 자세한 내용을 언급하진 않았다. 추후 공안의 조사 과정에서 받게 될 불이익을 우려한 태도라고 SCMP는 전했다,.

중국 경찰은 학폭 가해자들이 변호사와 경감의 딸이라는 소문에 대해서는 허위 사실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경찰은 "이들의 부모들은 실업 중이거나 다른 직업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온라인에 가짜 정보를 유포한 혐의로 두 명을 처벌했다.

상하이의 한 변호사는 중국 SNS 웨이보에 "이번 사건이 중국 사법당국의 지속적 법적 딜레마를 드러내고 있다"며 "부상을 입힌 것에 대한 처벌은 너무 가볍고, 피해자가 겪는 신체, 정신적 외상은 법에서 간과되고 있어 권리 보호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지만 이 변호사는 이름을 밝히기 꺼렸다고 BBC는 보도했다.

현지 여러 지도 앱엔 수요일까지도 장유시 중심부 도로들이 이유 없이 통제된 것으로 표시됐다. 중국 공산당과 제휴한 온라인 매체 푸앙 관차는 "영상을 리포스팅하는 것을 중단해 달라"며 "일상생활로 돌아가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정아름 기자
천현빈 기자
김지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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