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와세다대 강당에 울려 퍼진 한국어 열기… “일본 대학이 자발적으로 만든 무대”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stgauto.asiatoday.co.kr/kn/view.php?key=20251213010007116

글자크기

닫기

최영재 도쿄 특파원

승인 : 2025. 12. 13. 11:23

대학본부는 관심 없어... 한국정부와 기업의 관심 절실
KakaoTalk_20251213_105517877
12월 12일 와세다학생들이 제 19회 한국어 말하기 대회를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최영재 도쿄 특파원
일본 도쿄 와세다대학교에서 열린 제19회 한국어 말하기 대회는 단순한 외국어 경연을 넘어, 일본 청년층에서 확산되고 있는 한국 문화와 자발적 학습 열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자리였다. 이번 대회는 12월 12일 오후 와세다대 오노기념강당에서 열렸으며, 학생·교수·일반 청중 등으로 객석이 가득 찼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이 대회가 한국문화원이나 정부 주도의 행사가 아니라, 일본 명문 사립대학인 와세다대 교수진과 학생들의 자발적 참여로 2006년부터 이어져 왔다는 사실이다. 올해로 19회를 맞은 이 대회는 '한국어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말한다'는 취지 아래, 해마다 일본 대학가에서 가장 수준 높은 한국어 말하기 무대로 평가받고 있다.
KakaoTalk_20251213_105748312
이날 무대에 오른 참가자들은 모두 일본인 와세다생들이었다. 그러나 이들이 한국어로 풀어낸 내용은 단순한 학습 성과 발표를 훨씬 넘어섰다. '왜 한국어를 배우는가', '언어가 사람과 사람을 어떻게 연결하는가', '한국 영화와 독립영화관의 매력', '한옥·한복의 미학', '한국 유학의 꿈' 등 주제는 개인의 경험과 감정을 바탕으로 깊이 있게 전개됐다./사진=최영재 도쿄 특파원
이날 무대에 오른 참가자들은 모두 일본인 와세다생들이었다. 그러나 이들이 한국어로 풀어낸 내용은 단순한 학습 성과 발표를 훨씬 넘어섰다. '왜 한국어를 배우는가', '언어가 사람과 사람을 어떻게 연결하는가', '한국 영화와 독립영화관의 매력', '한옥·한복의 미학', '한국 유학의 꿈' 등 주제는 개인의 경험과 감정을 바탕으로 깊이 있게 전개됐다.

이 대회에 참석한 한 와세다대생은 "단순한 호기심으로 시작한 한국어 공부가 이제는 한국어로 삶의 경험을 넓히고 싶다는 욕망으로 바뀌었다"며 "한국 대학에서 수업을 듣고, 공연과 음악을 한국어로 직접 경험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은 "상대방의 모국어로 말을 건네는 순간, 관계의 깊이가 완전히 달라진다는 것을 한국어를 통해 알게 됐다"고 고백했다.
KakaoTalk_20251213_105613427
이번 대회에 참가한 와세다생들이 케팝 공연을 하고 있다./사진=최영재 도쿄 특파원
발음과 억양은 물론, 감정 표현과 논리 전개에서도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 발표가 이어지자 객석에서는 여러 차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심사위원단 역시 "과거와 달리 한국어 발음과 표현력이 눈에 띄게 향상됐다"며 "한국 대중문화와 일상 콘텐츠에 익숙한 세대의 강점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고 평가했다.

와세다대 재학시절 이 대회를 계기로 한국전문가가 된 스키모토 유 일본 자민당 구의원은 "처음 대회를 시작했을 당시에는 한국어 학습자가 지금처럼 많지 않았지만, 이제는 어린 시절부터 한국 드라마·음악·유튜브 콘텐츠에 노출된 세대가 대학에 들어오고 있다"며 "한국어가 더 이상 '특별한 외국어'가 아니라 하나의 생활 언어로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KakaoTalk_20251213_105859067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서 사물놀이 공연을 하고 있는 와세다대 동아리 '시나위', 이들은 모두 와세다대 졸업생들로 이 대회를 위해 자원봉사 공연을 하고 있다/사진=최영재 도쿄 특파원
실제로 무대에 오른 학생들 상당수는 K-팝, 한국 드라마, 영화, 유튜브를 계기로 한국어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일본 사회 전반에서 나타나는 한국 문화 붐의 세대적 확산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과거 한류가 '스타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언어·생활·인문 영역으로 깊숙이 스며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날 대회는 경쟁보다는 공감과 교류에 방점이 찍혔다. 발표가 끝날 때마다 참가자들은 서로를 격려했고, 청중 역시 언어의 완성도보다 진정성에 더 큰 박수를 보냈다. 일본 대학이라는 공간에서, 일본 학생들이 한국어로 자신의 삶과 꿈을 이야기하는 장면은 한일 관계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주는 상징적 풍경이었다.
KakaoTalk_20251213_110006422
와세다대 한국어 말하기 대회가 처음 열린 2006년 12월 기념사진. 19년째 교수진과 학생들은 자발적으로 이 대회를 열고 있다./사진=최영재 도쿄 특파원
하지만 한계는 있었다. 이 대회를 2006년부터 지도하고 있는 와세다대 국제교양학부 호테이 토시히로(布袋敏博) 명예교수는 "와세다대 본부측은 한국과 한국문화에 대한 학생들의 자발적인 수요가 쏟아지고 있는데 아직까지 이렇다할 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며 "20주년이 되는 2026년 한국어 말하기 대회를 제대로 치르려면 한국정부와 기업 단위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영재 도쿄 특파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