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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세운지구, 도심재개발의 본질과 거버넌스에 집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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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12. 15. 11:15

한국디벨로퍼협회 회장 김승배
김승배 한국디벨로퍼협회 회장
세운지구는 '도시재정비 촉진을 위한 특별법'에 근거한 도심재개발 사업으로, 단순한 정비 수준을 넘어 산업, 생활, 역사적 흔적이 공존하는 도심 공간을 재구성하는 사업이다. 이해관계자의 스펙트럼이 넓을 수밖에 없기에 촉진계획 수립, 주민·상인 의견 수렴, 환경·교통·경관 영향평가, 문화재 조사, 기반시설 계획 등의 다층적 법적 절차를 거치며 협의와 조율을 해나간다. 도심 재개발은 통상 10~20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이러한 절차가 축적한 합의와 결과에 대한 존중은 사업의 지속성을 담보하는 최소 조건이다.

최근 논쟁을 지켜보며, 부동산 개발업계에 오랜 시간 몸담아 온 사람으로서 안타까움을 느낀다. 정부가 마련한 법적 틀 아래 지자체와 사업자 간 장시간 진행해 온 성과가 한순간에 퇴색되었기 때문이다. 시민이 도심에서 새로운 공간을 향유하고, 구도심이 활력을 회복할 시기는 다시 늦어지게 됐다. 이 지구의 개발에 참여한 디벨로퍼는 한국형 모리 빌딩을 지향하며 주민·상인과 소통해 왔고 정책 변화에도 발맞추려 노력해 왔다. 물론 금융비·공사비 상승에 따른 리스크도 온전히 부담했다. 그럼에도 그 노력에 대한 지원과 평가보다는 비판이 앞서면서 사업 지속 자체가 어려워졌다. 여러모로 사회적 손실이다.

세운지구와 같은 대규모 도심재개발은 공공이 단독으로 수행하기에 한계가 있다. 민간의 자본, 기술, 창의성을 활용해야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누구의 계획이 맞는지가 아니라 도심이 시민에게 어떤 기능과 공간을 제공해야 하는지에 대한 공통의 인식이다. 이 본질이 정립되면 이후의 설계, 재원조달, 일정은 자연스럽게 정돈된다. 공공의 장기 전략과 민간의 실행 경험이 균형을 이룰 때 지속가능한 도심재개발 모델이 작동한다.

일본 모리빌딩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 아자부다이힐스, 롯폰기힐스 같은 초고밀 복합개발은 환경·경관·녹지 전략 검토, 교통 영향 조정 등 장기간의 협의가 수반됐다. 세계문화유산과 직접 맞닿은 입지는 아니지만, 도심의 역사성과 경관을 해치지 않기 위해 디벨로퍼도 노력을 하였고, 중앙정부·도쿄도도 디벨로퍼와 긴밀하게 조율하며 지원하였다. 이러한 과정이 도심재개발의 모범 사례를 만들었고 도시경쟁력과 시민의 공간적 만족도를 높였다.

세운지구도 지금의 논쟁을 소모적 갈등으로 소비할 필요가 없다. '시민에게 가장 큰 효용을 주는 도심 공간은 무엇인가?'라는 본질적 질문을 중심에 두고 조속히 협의를 이뤄야 한다. 이번 혼선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한국 도심재개발 거버넌스의 역량이 증명될 것이고, 또 민간 디벨로퍼에게는 시장 신뢰 회복의 중요한 신호를 줄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경쟁력 있는 도시, 시민이 공감하는 가치 있는 도심 공간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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