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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계엄으로 이미지 나빠졌다고 軍전투복 바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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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12. 16. 00:00

/연합
군 당국이 비상계엄으로 군 이미지가 나빠졌다며 전투복을 전면 교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최근 '헌법 존중 정부혁신 태스크 포스(TF)'를 중심으로 신형 전투복 도입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한다. 이 TF는 국방부 등 정부 각 부처에 설치돼 공무원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하는 한시적 조직이다. 이로 인해 TF가 전투복에까지 내란 동조 낙인을 찍었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여권 등 관계자들 역시 전투복 교체 사유로 12·3 계엄을 부각시키고 있다. 당시 투입된 전투복 차림의 군병력이 공개되면서 군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형성돼 신형 전투복 도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미지 세탁용' 교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전투복 교체는 많은 예산이 요구되는 중대 사안이다. 국군은 지난 2010년부터 한국 지형에 흔한 5가지 색을 조합해 위장 성능을 높인 디지털 무늬 패턴 전투복을 사용하고 있다. 불과 15년 만에 다시 이를 교체하려면 수백만 벌의 제작, 보급, 기존 재고 처리 등 연쇄적으로 비용이 들기 마련이다. 게다가 현재의 국방 예산은 북한의 핵무기 고도화로 인한 첨단 무기 도입 등 국방력 강화를 위한 필수 분야에 쓰일 곳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명확한 군사적 사유 없는, 정치적 목적의 전투복 교체는 국방 예산의 우선순위를 뒤집는 잘못된 발상이라는 지적이 많다.

외국의 경우도 전투복 교체는 철저한 위장과 전쟁 환경 적응을 위한 기능 개선 등 실전 성능 향상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미국은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을 거치며 사막과 도시 환경에 적합한 위장 효과를 높이기 위해 전투복을 바꿨다. 영국 역시 전쟁 환경 적응을 위해 40년 만에 전투복 패턴을 향상시켰고, 일본 자위대도 섬 지역 방어와 은폐 효과를 고려해 위장 패턴을 개선해 왔다. 전투 효율성이 아닌 정치적 사건이 전투복 교체의 사유가 된 경우는 찾기 어렵다.

최근 들어 북한군이 일부 정예부대 위주로 국군 전투복을 모방하면서 피아식별을 위해 변화를 줄 때가 됐다는 의견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군사 전문가들은 부착용 표식과 계급장, 이름표 등 식별 표식 강화로 북한군의 모방을 효과적 대처를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서둘러 전투복을 교체할 정도는 아니라는 얘기다. 군 내부에서 전투복까지 '내란 청산'과 연결하는 것이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군 당국은 전투복 교체 여부를 내년 초 최종 결정할 예정이라고 한다. 전투복이 군의 정체성을 상징하며 전투 효율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정치적 동기'에 따른 교체의 적절성 여부와 막대한 예산 지출 등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그래서 이미지 관리라는 정치적 동기로 이를 서둘러서는 안 되는 것이다. 군에 대한 신뢰는 군 본연의 훈련 강화와 전투력 제고 등 내부 결속에 따라 저절로 쌓이는 것이지, 전투복 바꿔서 될 일이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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