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기자의눈]‘겨울나기’ 이어 ‘명절나기’ 대책은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stgauto.asiatoday.co.kr/kn/view.php?key=20251215010008091

글자크기

닫기

이정연 기자

승인 : 2025. 12. 15. 18:18

따뜻한 사랑이 필요한 연말<YONHAP NO-3600>
지난 14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서 구세군 자선냄비 봉사자가 모금 활동을 하고 있다. /연합
이정연
이정연 기획취재부 기자
사회의 '소통'에 이상신호가 감지된다. 혹자는 이를 양극화 심화로, 도시화에 따른 영향 등 갖가지 분석을 내놓지만, 무엇보다 소외계층과 시민들의 따뜻한 연결을 지원해온 자원봉사가 줄어드는 데서도 원인을 찾을 수 있다.

10년간 무엇이 변했을까. 먼저 지난 2019년 대입의 공정성을 높이겠다는 명목으로 10대 학생들이 개인 봉사활동 실적을 입시에 활용하지 못하게 된 변화가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녀 입시 불공정 논란이 계기가 됐다. 문제는 그 이후다. 이와 함께 코로나19까지 겹치며 사회복지 현장 곳곳에선 봉사자 구인난에 처하게 됐다. 자녀와의 추억 쌓기, 진로 탐색, 공동체 의식 함양 등 전인교육 차원에서 이뤄지던 가족 단위 봉사활동의 자리를 의대 진학을 위한 무한 입시 경쟁과 사교육이 대체했다.

새해가 다가오기 전 연말연시와 명절을 앞두면 민간 봉사단체들은 각기 다른 이유로 바빠진다. 홀몸어르신에게 말벗이 돼 주기 위해, 학대피해 혹은 취약가정 아동에게 선물을 전달하기 위한 일일산타 준비 등으로 사회 각 기관과 시민들의 협력도 많아지는 때다. 그들이 바빠지는 이유는 추운 겨울을 끝내고 찾아올 봄에 이들이 좀 더 따뜻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얼마 전, 보건복지부는 고독사 통계와 취약계층의 안전한 '겨울나기' 대책을 발표했다. 중장년층 남성이 특히 고독사에 취약한 현실이 담겼다. 홀몸어르신 중에는 할아버지들도 존재하는데 온라인에는 이들에 대한 조롱이 넘치지만, 10년 전 경험했던 봉사자들이 이들을 대하는 태도는 달랐다. 곧잘 집에서 밥을 잘 해먹는 할머니들과는 달라서 간편하게 조리할 수 있도록 쌀보다는 즉석밥을, 청소를, 진짜 필요로 하는 도움을 주기 위해 애쓰는 시민들이 손을 맞잡고 이들에게 안부 인사를 건네던 따뜻한 풍경이 골목골목에 있었다. 돌이켜보니, 상대방의 어려움을 진정으로 경청할 줄 아는 시민들은 바로 여기에 모여있었다.

10년간 우리 사회의 소외계층이 겪는 어려움에도 분명 변화가 있었을 것이다. 지역사회의 문제를 찾아 나서고, 어려움에 귀를 기울일 미래 리더들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이 분명 많아질 때다. 봉사활동은 '타인에게 도움이 되는 경험'을 통해 사회에 대한 신뢰감과 효능감을 가질 수 있는 가장 값진 교육이다. 이번 대책에서 아쉬운 점은, 명절에 홀로 있을 수 있는 취약계층을 위해 나서줄 구체적인 자원봉사자 육성 계획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10대와 70대가 세대·성별을 초월해 친구가 되는 경험, 따뜻한 추억을 쌓을 수 있는 '명절나기' 대책이 나올 때 우리 사회는 비로소 한층 더욱 성숙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다가오는 새해에는 지역사회에서 서로의 연결망을 더욱 튼튼히 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가 마련되고, 많은 시민들과 학생들이 이러한 경험을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 민간만의 노력으로는 어렵다. 정부가 이토록 소중한 '만남'을 주선할 수 있는 민관협력 방안을 보다 강구할 때다.
이정연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