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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국민 연설로 ‘국내 정치 리셋’…경제 성과 강조하며 민심 반전 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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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연 기자

승인 : 2025. 12. 18. 15:44

"내년 경제 한층 좋아질 것"…물가·고용 지표와는 괴리
지지율 하락 속 국정 성과 자화자찬…군인 145만명에 특별지급금
Trum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백악관 외교접견실에서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전 대통령 행정부를 맹비난하고, 자신의 국정 성과를 강조하며 흔들리는 여론 반전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생활비 부담 등 경제 불안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국민이 체감할 성과가 곧 나타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오후 9시(미 동부시간)쯤 시작해 20분 가까이 생중계한 연설에서 "지난 11개월 동안 미국 역사상 어느 정부보다 더 많은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왔다"며 이같이 밝혔다.

내년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고(高)물가 등으로 여론이 악화하자, 지난 1월 취임 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이뤄낸 성과를 부각하며 여론 반전을 시도한 것으로 분석된다.

AP통신·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크리스마스트리와 장식물로 꾸며진 백악관 외교접견실에서 평소보다 빠른 속도로 연설을 이어갔다. 그는 "불과 1년 전 미국은 사실상 죽어 있는 상태였다"며 "지금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나라'가 됐다"고 말했다. 또 이민, 물가, 사회 정책 등 각종 현안을 언급하며 자신이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세계가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의 경제 붐을 앞두고 있다"며 내년 경제 상황이 한층 더 좋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는 곧 대규모 호황에 진입할 것"이라며 주택담보대출 금리 하락과 대규모 주택 공급 확대를 예고했다. 또 해외 투자 유입과 제조업 설비 투자 확대를 근거로 경기 반등을 자신했다.

하지만 지표는 대통령의 주장과 엇갈린다. 주가는 상승했고 휘발유 가격은 하락했지만,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관세 발표 이후 다시 높아졌다.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연율 기준 3%로, 4월의 2.3%보다 상승했다. 4월 이후 월평균 일자리 증가 폭은 1만7000명에 그쳤고, 실업률은 1월 4%에서 4.6%로 올라섰다.

경제 외 현안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규모 이민자 추방 정책은 국경 통제 성과에도 불구하고 여론의 반감을 사고 있다. 또 베네수엘라 인근 선박 공격과 해외 분쟁 중재를 위한 외교 행보도 국민적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건강보험 문제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케어(ACA) 보조금 만료에 따른 보험료 인상 책임을 민주당에 돌리면서, 보험사 대신 가입자에게 직접 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입법 대안은 제시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세금 환급 확대가 소비를 자극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정 여력과 물가 재자극 가능성을 고려할 때 정책 지속 가능성에는 의문이 제기된다고 AP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입 관세를 통해 확보된 재원을 활용해 약 145만 명의 미군 장병에게 '전사 배당금(warrior dividend)'이라는 이름으로 특별지급금을 예고했다. 총규모는 약 26억 달러로, 1인당 지급액 1776달러(약 260만원)는 미국 독립선언서가 채택된 해를 상징한다. 연말 소비 여력을 일부 보완하는 단기 부양책 성격이다. 다만 관세가 소비자 가격에 전가되며 인플레이션 압력을 키워왔다는 점에서 정책 효과를 둘러싼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5월 취임할 차기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비둘기파'가 될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차기 연준 의장에 대해 "대폭적인 금리 인하를 믿는 사람"이라고 언급하며 "곧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대외정책 강경 기조로 주목받고 있는 베네수엘라 관련 군사 긴장 문제에 대해서는 사실상 언급을 피했다. 대신 "10개월 동안 8개의 전쟁을 종식했다"고 주장하며 바이든 행정부가 혼란을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전국에 생중계되는 대통령 연설은 통상 초당적 메시지에 무게를 두지만, 이날 연설은 선거 유세를 축약한 듯한 색채가 짙었다고 AP통신은 지적했다.  



자료=마리스트/ 그래픽=박종규 기자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연설은 지지율이 하락한 상황에서 나왔다. WP가 최근 여론조사를 종합한 결과,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39%, 부정 평가는 57%로 나타났다. 특히 경제 분야에서는 긍정 평가가 36%에 그쳤다.
김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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