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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NSW, 범죄자 감형 사유에 ‘선량한 품성’ 금지 법안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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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원 시드니 통신원

승인 : 2026. 02. 03. 14:20

NSW 형량위원회 "불확실한 개념 폐지" 권고
사회적 불평등 해소 기대…일각 반대 목소리도
화면 캡처 2026-02-03 134400
호주 뉴사우스웨일스(NSW)주 법원 건물/연합
호주 뉴사우스웨일스(NSW)주가 전국 최초로 형량 선고 시 피고인의 '선량한 품성'을 감형 고려 대상에서 제외하는 법 개정을 추진한다.

호주 주요 언론은 2일(현지시간) 해당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유죄 판결이 내려진 피고인에 대해 '성실한 가장'이나 '모범적인 시민'이라는 근거로 형량을 감경해주는 관행이 종식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NSW 형량위원회는 지난달 공개된 검토 보고서에서 "선량한 품성은 정의가 모호하고 불확실한 개념이며 재범 위험이나 재활 가능성을 판단하는 과학적 근거로 부족하다"며 모든 범죄에 대해 해당 요소의 고려를 폐지할 것을 권고했다.

그동안 법원은 피고인 측이 주장하는 '선량한 품성'의 근거로 가족, 친구, 고용주, 종교 지도자 등이 작성한 추천서를 인정했다.

성폭력 등 중범죄 혐의를 받는 피고인이 '높은 도덕적 가치를 지닌 아버지' 혹은 '직업 윤리가 뛰어난 사회인' 등을 근거로 감형을 요청했을 때 법원이 이를 수용하는 사례가 잇따르자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마이클 데일리 NSW 법무장관은 이번 법안 추진을 두고 "피해자들은 법정에서 자신을 해친 가해자가 '좋은 사람'으로 묘사되는 것을 더 이상 견디지 않아도 된다"며 "범죄자가 자신의 명성과 사회적 지위를 방패 삼아 책임을 경감받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재판부는 전과 여부, 재활 가능성, 재범 위험 등의 지표를 고려하면서 전과가 없는 점을 '선량한 품성'의 근거로 삼아 감형할 수 없게 된다.

다만 양형 단계가 아닌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할 때 성품을 논하는 것은 허용된다.

범죄 피해자 보호 단체들은 즉각 환영의 뜻을 밝혔다. 아동 성학대 생존자 해리슨 제임스는 "피해자의 고통이 가해자의 사회적 명성보다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한다"며 이번 개정 추진을 "법원 양형 판단 방식의 중대한 변화"라고 평가했다.

이번 개정에는 기득권층이 감형을 받기 용이한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려는 목적도 있다. 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품성 고려의 혜택이 주로 백인 중산층 남성에게 집중돼 왔다"고 지적했다.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원주민 법률 서비스 등 일부 단체는 사법부의 재량권과 피고인의 권리가 침해당할 수 있다며 피해자 지원 체계를 강화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반박했다.

한 법조계 인사는 "우발적 범죄나 순간의 실수에 대해 재활을 장려하는 측면이 위축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대원 시드니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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