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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대출로 방향 튼 은행권… 외면받던 기술금융도 ‘훈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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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욱 기자

승인 : 2026. 02. 03. 18:02

생산적금융 기조따라 여신 전략 전환
전체 기업대출 감소속 중기대출 급증
성장 잠재력·기술력 중심 심사 본격화
기술신용대출도 3년 만에 잔액 반등

유망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이재명 정부의 생산적 금융 정책이 은행권에서 구체적인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새해 첫 달 5대 시중은행의 전체 기업대출 잔액 증가폭은 전년보다 줄었지만, 중소기업대출은 오히려 4배 가까이 급증하며 중소기업 자금 지원의 마중물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 정책 기조에 발맞춰 첨단전략산업과 혁신 기업을 중심으로 대출 공급이 확대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흐름은 중소기업에 기술력을 담보로 대출을 내주는 기술신용대출에서도 확인된다. 최근 몇 년간 지속적으로 감소했던 시중은행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지난해 다시 160조원대를 넘어서며 3년 만에 증가로 전환했다. 은행들이 단순한 재무제표 안정성 및 담보 중심의 여신 심사에서 벗어나 성장 잠재력을 갖춘 기업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대출 확대에 나서고 있는 만큼, 올해 중기대출 역시 증가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847조353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월 말(844조7254억원)보다 2조6276억원 늘어난 수준이다. 이들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작년 말 4조7392억원 감소했는데, 새해 들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그럼에도 작년 1월 증가폭(5조1002억원)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으로 크게 줄었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보면 자금 여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공급은 크게 늘었다. 5대 은행의 지난달 중소기업대출 잔액 증가폭은 1조4791억원으로, 지난해 1월 증가폭(3941억원)보다 1조원 넘게 확대됐다. 반면 대기업대출 증가폭은 같은 기간 4조7061억원에서 1조1484억원으로 급감했다. 이는 대출 외에도 다양한 자금 조달 수단을 활용할 수 있는 대기업들이 금리가 높은 은행 대출 대신, 회사채 발행이나 PRS(주가수익스와프) 거래 등으로 자금 조달에 나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소기업대출 증가폭이 크게 확대된 배경에는 정부의 생산적 금융 정책에 발맞춰 은행들이 신규 중기대출 취급에 힘을 실은 영향이 크다. 주요 시중은행들은 내부적으로 올해 기업대출 성장률 목표를 5.5~6.5% 수준으로 설정하고, 기술력과 성장 잠재력을 갖춘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을 예년보다 확대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용등급이나 담보력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첨단·혁신산업에 속한 기업에 대해서는 대출 문턱을 낮추고 있다"며 "성장 가능성이 높은 유망 기업을 잡기 위해 은행 간 유치 경쟁도 치열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들 은행이 여신 운용 방침을 보증·신용 중심에서 기업의 성장 잠재력 중심으로 전환하면서, 한동안 외면 받았던 기술금융도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5대 은행의 지난해 말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161조6287억원을 기록하며 지난 2022년 이후 3년 만에 증가세를 기록했다. 그간 기술신용대출은 높은 위험가중치에 비해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로 시중은행들이 취급을 꺼려왔지만, 기준금리 인하 국면에서 대출 수요가 회복된 데다 지원 대상 확대 등이 맞물리면서 잔액 규모가 반등한 것으로 분석된다.

기술신용대출 증가세는 올해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 정책에 발맞춰 은행들이 생산적 부문에 대한 자금 공급 수단으로 기술신용대출을 적극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망 기업을 선별하기 위한 은행권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9월부터 기업 여신심사 고도화를 위해 기술력 등 비재무 지표를 객관화해 반영하는 작업에 착수했고, NH농협은행도 같은 해 12월 생성형 AI(인공지능)를 적용한 기술신용평가 자동 작성 시스템을 도입했다. 금융당국은 기술금융 확대를 뒷받침하기 위해 올해 상반기 중 관련 활성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중기대출 역시 확대 흐름이 지속될 전망이다. 5대 금융그룹이 발표한 총 430조원 규모의 생산적 금융 자금 투입 계획이 올해부터 본격화되면서, 단순 계산으로 매년 50조원이 넘는 자금이 기업대출을 통해 공급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 금융그룹은 반도체·AI 등 첨단전략산업 육성과 유망 스타트업 지원에 자금을 집중 투입할 방침이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생산적 금융 전환 정책이 일시적인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한 금융 정책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정책적 관점의 고려가 필요하다"며 "생산적 금융의 선순환을 위해서는 초기 투자처 선정에 필요한 모험자본에 특화된 기업평가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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