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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수첩] 3년간 방치된 음주운전 사건 규명…구지훈 검사 “지연된 정의는 정의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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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영 기자

승인 : 2026. 02. 22. 18:00

"실수" 피의자만 믿다 묻힐뻔한 사건
영상 등 토대로 재수사…자백 이끌어
"억울한 피해자 나오지 않도록 최선"
서울남부지검 구지훈 주임검사
지난 20일 서울남부지검에서 만난 구지훈 검사가 검찰의 보완수사권 필요성에 대해 말하고 있다./박성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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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0월 2일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 출범을 앞둔 형사사법 체계는 중대한 전환기에 서 있다. '검사수첩'은 그 변화의 한가운데서 끝까지 사건의 실체를 파헤친 검사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아시아투데이 법조팀은 경찰의 불송치 결정을 뒤집은 보완수사로 숨겨진 진실을 밝혀내는 등 국민 피해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한 검찰의 마지막 기록을 남긴다. 편집자 주

"수사는 지연되선 안 된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19세기 영국 정치가 윌리엄 글래드스톤이 말한 것으로 알려진 이 말은 형사사법시스템에서 신속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나타낸다. 지난 20일 서울남부지검 소회의실에서 만난 금융조사1부 소속 구지훈 검사(변호사시험 6회)는 최근 이 말의 의미를 명확히 보여주는 사건을 만났다.

구 검사는 지난해 인권보호부(사법통제·불송치전담부)에서 근무했다. 2021년 7월 직제개편으로 신설된 인권보호부는 경찰 사법통제의 핵심 조직으로 불린다. 인권보호부는 경찰이 신청한 모든 종류의 영장을 처리하고 불송치 결정한 기록을 검토해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 때문에 초임 검사보다는 직무수행능력과 사건 처리 경력이 풍부한 베테랑 실무 검사들이 주로 배치된다. 부서 특성상 다양한 영장을 신속하게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때 구 검사는 3년간 방치돼 암장될 뻔 했던 음주운전 사건(도로교통법위반)을 직접 보완수사해 기소했다. 2022년 7월 9일 피의자는 혈중알코올농도 0.206%의 만취 상태로 수회에 걸쳐 차량을 약 1m 가량 운전했다. 경찰은 1차 수사에서 '실수로 가속페달을 밟았다'는 피의자의 주장만을 근거로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심지어 기록을 검찰에 즉시 보내지 않고 방치하다 3년 후인 2025년 11월경 송치했다.

형사소송법 제245조의5 제2호에 따르면 경찰은 사건을 불송치하는 경우, 그 이유를 명시한 서면과 함께 관계서류와 증거물을 지체없이 검사에게 송부해야 한다. 검사는 송부받은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경찰에게 반환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당시 음주운전 사건을 담당했던 경찰관은 사건을 검찰에 송부하지 않고 방치해 수사 관련 법령을 위반한 혐의로 징계절차가 개시된 상태다.

구 검사는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 사건이 접수된 것이 이상했다. 주요 피의자가 해외로 도주한 것도 아니었고, 음주운전 사건은 사실관계 파악도 비교적 단순한데 3년 이상 경과된 것이 특이해 기록을 검토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만약 보완수사권이 없었다면 최종적인 기소 여부의 명확한 판단이 어려울 수 있었을 것"이라며 "범죄자들은 반드시 처벌받아야 한다. 수사의 핵심은 억울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수사 당시 구 검사는 3년 전의 상황을 복원하기 위해 참고인들과 피의자의 희미해진 기억을 환기시키는 데 집중해, 피의자의 자백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당시 기록과 영상, 진술들을 보여주며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게 만든 것이다. 구 검사는 "초반에는 피의자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범행을 부인했다. 기록이 늦게오면 재수사 요청이든, 보완수사든 증거 확보나 신속한 수사가 불가능해 진다. 증거는 휘발성 강해 교체해버리거나 파손되면 추가 수사가 어려워질 수 있다. 공소시효도 도과되는 경우가 있어 적정한 사건 처리가 안 될 수도 있다. 피의자 입장에서도 '그때 처분하지 왜 이제와서 그러냐'고 말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피의자에게 운전하는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보여줬다. 영상 전체를 다시 새롭게 살펴보며 재수사에 나섰다. 기록을 다시 봤을 땐 왜 1차 수사에서 이런 판단이 나왔나 할 정도였다. 단순 실수라고 보이지 않는 증거들이 있었고 고의를 가지고 운전했던 것이 명확했다. 객관적으로 부합하는 증거들이 있었다"고 기소에 이르게 된 배경을 전했다.

서울남부지검 구지훈 주임검사
지난 20일 서울남부지검에서 만난 구지훈 검사가 검찰의 보완수사권 필요성에 대해 말하고 있다./박성일 기자
이번 사건은 경찰 단계에서 암장될 뻔했지만, 검찰의 이중 확인으로 실체가 규명됐다. 검찰 내 사법통제 우수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구 검사는 "만약 놓쳤다면 죄를 지은 사람이 처벌을 안 받게 되는 것이다. 이는 실체적 진실의 암장으로, (검찰 단계에서) 사건을 발견해 추가 재수사를 요청하고 직접 보완수사를 통해 피의자의 자백도 받았다. 검찰 본연의 역할을 한 것"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검찰이 경찰 수사에 더해 다시 한 번 사건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사법통제는 반드시 필요하다"며 검찰의 보완수사권에 대해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검사는 법률적 쟁점을 따져 범죄 혐의의 유·무를 판단해 기소여부를 결정한다. 검찰도 수사해서 기소하면 법원의 재판 과정에서 한 번 더 심리를 받게 된다. 어느 조직이든 수사에 있어 완전하다 자평하긴 어렵다"고 했다.

올해 10월 검찰청 폐지를 골자로 한 개정 정부조직법이 입법예고된 상황이다. 검찰의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구 검사는 말미에 "수사권은 결국 국민들이 위임한 권한"이라며 "검찰은 국민의 뜻에 따를 수 밖에 없다. 검찰에 어떤 변화가 오더라도 주어진 환경 안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맞고, 만약 필요한 권한이라면 국민들이 유지시켜 주실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민생사건을 비롯해 검찰 구성원은 송치·불송치 기록 등 다양한 사건들을 묵묵히 조사하면서 최선을 다해 일하고 있다. 실체적 진실이 밝혀져 범죄자가 처벌되는 기본적인 검찰 소임을 다하고 있는 것"이라며 "사법정의가 실현되도록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노력할 것이니 국민들께서도 믿고 지켜봐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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