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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산책] 여전히 비주얼은 압도적인데…, ‘아바타: 불과 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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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준 기자

승인 : 2025. 12. 16. 23:01

시리즈 3편…아들 잃은 주인공 부부와 인간들의 한판승부 그려
다양한 캐릭터의 가세와 디테일한 감정 묘사로 드라마적 재미 ↑
너무 뛰어난 기술적 완성도가 거리감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있어
아바타 불과 재
17일 개봉하는 '아바타: 불과 재'는 나비족인 '제이크'(오른쪽)와 '네이티리' 부부가 판도라 행성 주민들을 이끌고 인간들에 맞서는 내용을 담았다./제공=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판도라를 위협하는 인간들에 맞서 싸우던 중 첫째 아들 '네테이얌'을 잃은 후, '제이크'(샘 워싱턴)와 '네이티리'(조 샐다나) 부부는 깊은 슬픔에 빠진다. 상실에 빠진 이들 앞에 나비족으로 부활한 '제이크'의 숙적 '쿼리치' 대령(스티븐 랭)과 호전적임 성격의 '바랑'(우나 채플린)이 이끄는 재의 부족이 등장하면서, 판도라는 더욱 큰 위험에 빠지게 되고 '설리' 가족은 선택의 기로에 선다.

2009년 첫발을 내딛은 '아바타' 시리즈가 전 세계 영화 흥행 역사를 새로 쓴 이유로는 손에 잡힐 듯 입체적 영상을 제공하는 3D와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가상의 캐릭터를 창조해낸 모션 캡처 등 최첨단 기술력이 우선 꼽힌다. 또 '아라비아의 로렌스' '늑대와 춤을' 등에서 영감을 받은 듯한, 인종 차별을 앞세운 제국주의와 무분별한 자연 훼손을 비판하고 공존을 역설하는 내용의 스토리 라인도 1·2편이 역대 전 세계 박스오피스 1·3위로 자리매김하는 데 힘을 보탰다. 이 중 뭐니뭐니해도 시리즈의 가장 주된 성공 동력이 시각적 쾌감을 극대화히는 테크놀로지의 과시에 있다는 건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제임스 캐머런 감독
제임스 캐머런(왼쪽 세번째)이 '아바타: 불과 재' 촬영장에서 연기를 지도중인 모습이다. 캐머런 감독은 지난 12일 국내 기자들과의 화상 간담회에서 "'아바타' 시리즈에 AI는 단 1초도 쓰지 않았다"며 "AI가 연출한 사람의 이미지는 대략 '사람 같은' 느낌을 줄 수는 있어도 실제 배우들이 해석하고 묘사하는 고유의 캐릭터만큼의 섬세함까지 갖출 수는 없다"고 강조해 눈길을 모았다./제공=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같은 최대 강점이 17일 개봉하는 '아바타: 불과 재'의 흥행에 어쩌면 장애물로 작용할 지도 모르겠다는 우려가 든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영화 제작의 전 공정에 무섭도록 빠른 기세로 도입되고 있는 요즘, 과거에는 칭찬받았던 기술적 성취가 '손쉽게 AI의 힘을 빌린 게 아니야'란 오해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일부 점쳐지기 때문이다.

예상했던대로 이번 작품도 어마어마한 물량 공세를 퍼붓는다. 인간들과 판도라 행성 원주민들의 한판 승부는 하늘과 땅, 바다에서 마치 한 편의 전쟁 대서사시처럼 장엄하면서도 박진감 넘치게 치러진다. 감정적인 부분 역시 놓치지 않는다. 새롭게 가세한 재의 부족은 긴장과 공포를 더하고, '제이크' 가족이 '네테이얌'을 하늘로 떠나보낸 뒤 겪는 갈등과 화해는 웬만한 홈드라마 이상으로 자세하게 다뤄진다. 1편(2시간 42분)과 2편(3시간 12분)보다도 더 늘어난 3시간 17분의 상영 시간이 아주 길지 않게 느껴지는 이유다.

문제는 오히려 높아진 외형적 완성도에 있는 것처럼 여겨진다. 이를테면 가전 매장에 비치된 최신형 TV가 선명도를 과시하기 위해 하루 온종일 틀어놓는 영상같아, 예전과 달리 몇몇 이들은 AI의 본격적인 활용을 대하는 수준으로 그저 놀라기만 할 뿐 감정의 동요를 경험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연출자인 제임스 캐머런 감독은 이런 반응이 나올 걸 미리 걱정해서였는지 지난 13일 국내 기자들과 화상으로 만난 자리에서 "이번 작품을 포함해 '아바타' 시리즈에 AI는 단 1초도 쓰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만약 '…불과 재'가 전편들에 비해 흥행 성적이 떨어지게 된다면, 사용하지도 않은 AI에 책임을 물어야 하는 첫 사례가 될 듯 싶다. 12세 이상 관람가.
조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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