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MBK 가처분 속 명분 약화 우려
경영권 분쟁, 산업·안보 이슈로 확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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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MBK로서는 명분 쌓기가 쉽지 않게 됐다. 곧장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대해 가처분을 신청한 것을 밝히면서도 "미국 제련소 건설 사업에 반대한다는 의미가 아니다"라며 "최윤범 회장의 지배력 유지를 목적으로 설계된 신주배정이 상법과 대법원 판례가 엄격히 금지하는 행위"라고 부연했지만, 이미 미국 현지에서는 주요 정계 인사들의 열렬한 환영이 이어지는데다가 홈플러스 사태로 여론이 악화할 대로 악화해 운신의 폭이 더 좁아질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고려아연은 "영풍과 MBK가 고려아연을 여전히 적대적 M&A의 대상으로 보는 탓에 이번 미국 제련소 건설 프로젝트의 가치를 폄훼하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15일(현지시간)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고려아연의 투자 소식이 알려진 후 자신의 SNS에 "2026년부터 미국은 고려아연의 확대된 글로벌 생산에 우선 접근권을 확보해 미국 안보와 제조업을 최우선에 둘 것"이라면서 "이것이 바로 우리가 이기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을 위한 또 하나의 거대한 승리를 거둔 트럼프 대통령에게 축하를 보낸다"고 올렸다.
스티브 파인버그 미 전쟁부 부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했다. 파인버그 부장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핵심광물을 미국의 국방 및 경제안보에 필수적인 전략 자산으로 보고, 행정부 차원의 최우선 과제로 삼도록 지시한 바 있다"며 "전쟁부가 14억 달러를 조건부로 투자해 1970년대 이후 처음으로 미국 현지 아연 제련소와 핵심광물 가공 시설을 건설하는 이번 결정은 지난 50년간의 제련산업 쇠퇴를 되돌리는 전환점"이라고 평가했다.
테네시주를 지역구로 둔 빌 해거티 미 상원의원은 SNS에 "고려아연이 우리 주에 세계적 수준의 제련소를 건설하기로 한 것은 단순한 경제적 성과를 넘어, 동맹인 한국과의 협력을 통해 미국의 경제안보를 회복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노력을 직접적으로 지지하는 지정학적 승리"라고 평가했다.
이같은 반응들은 경영권 분쟁을 이어오고 있는 영풍·MBK 측에 부담이다. 영풍·MBK는 이날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그러면서 "미국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반대 하는게 아니다"라면서 "경영권 분쟁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최윤범 회장의 지배력 방어를 위해 특정 제3자에게 신주를 배정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없으며, 주주의 권리와 회사의 지배구조를 심각하게 왜곡한다"고 덧붙였다.
고려아연은 미국 제련소 건설을 위해 미국 정부 및 미국 내 전략 투자자가 출자한 합작법인인 '크루서블JV'를 통해 약 2조8600억원(약 19만4000만 달러)를 조달한다. 고려아연은 주당 129만133원에 신주 220만9716주를 발행하는 내용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하는데, 제3자배정 대상자는 크루서블JV이다. 고려아연 미국 제련소에 미국 정부가 직접 투자로 참여하면서 주주로 등재하게 되는 것이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최윤범 회장의 우군으로 미국 정부가 섰다고 보고 있다. 이제는 회사 간의 경영권 분쟁이 아니며, 고려아연 자체가 미국의 안보 자산으로 분류되는 격이어서 M&A도 매우 복잡해지게 된다. 영풍과 MBK가 지분 및 이사회 장악 차원을 넘어 불리해질 수 있는구도다.
고려아연은 영풍·MBK의 가처분 신청에 "경제안보와 글로벌 공급망 구축 뿐 아니라 기업의 미래 성장 발전이라는 합리적 시선으로 해당 프로젝트를 평가하거나 살펴보지 못하는 모습"이라고 받아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