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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원 기자

승인 : 2022. 06. 03. 06:00

이장원
이장원 국제부 기자.
전 세계가 소수 몇몇 국가를 제외하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그늘에서 벗어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이름도 생소한 원숭이두창이 다시 인류를 습격해 우려를 낳았다.

공교롭게도 빌 게이츠 등 일부 저명 인사가 또 다른 팬데믹이 올 수 있다고 경고한 뒤 얼마 되지 않아 다소 흉측한 증상을 지닌 바이러스가 등장하자 모두가 전염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위험한지’, ‘나도 걸릴 수 있는지’ 파악하기도 이른 상황에서 국제기구들은 소수자에 대한 혐오부터 걱정하고 나서 의문을 자아냈다. 지난 달 유엔의 에이즈 대책 전담 기구인 유엔에이즈계획은 원숭이두창에 대한 보도가 인종차별적이고 동성애 혐오적이라고 지적했다.

애초에 원숭이두창이 완전히 새롭게 발생한 바이러스는 아니며 동성 간 행위를 통해 주로 전파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었음에도 마치 동성애자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라는 듯한 메시지였다. 세계보건기구(WHO)도 동성애와의 관련성을 인정하면서도 다른 경로를 통해 감염될 수도 있으니 경계해야 한다는 모호한 입장만 거듭 내놨다.
바이러스 확산 방지에 역할을 해야 하는 기구들이 주로 전파가 이뤄지는 특정 집단이 아닌 가능성이 낮은 대다수에 대한 경고에 집중하는 모습은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유엔은 동성애 관련 발언이 사회적 오명을 키워 감염 대응을 약화할 수 있다고 했는데 언급을 자제하는 것이 문제 해결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는 알기 어렵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1일(현지시간) “원숭이두창은 동성과 성관계를 가진 남성 사이에서 감염 사례가 두드러진다”면서도 “밀접한 신체 접촉이 이뤄지면 누구든지 감염될 수 있다”고 다시 경고했다. 바이러스에 대한 정보가 아직은 부족한 상황이지만 이 같은 신체 접촉은 대다수의 사람은 하지 않을 것으로 추측된다. 상처 받을지 모를 소수에 대한 배려였다면 어쩌면 괜한 것일지 모를 불안을 느끼는 대다수에 고려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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