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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이글스’ 英 하늘서 BTS 칼군무···세계인 마음 훔쳤다(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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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종 기자

승인 : 2022. 07. 18. 11:32

10년만에 다시 찾은 리아트 에어쇼서 최우수상·인기상 싹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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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가 17일(현지시간) 영국 페어포드 공군기지에서 열린 세계 최대 군사에어쇼 '리아트(RIAT)'에 10년 만에 참가해 고난도 특수기동을 선보이고 있다./제공=공군
아시아투데이 페어포드(영국) 국방부 공동취재단·이석종 국방전문기자 =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 이글스가 17일(현지시간) 영국 하늘에서 BTS의 '칼군무' 못지않은 압도적 기동을 펼쳐 현지 관객들의 찬사를 받았다.

이날 블랙 이글스는 영국 페어포드 공군기지에서 열린 세계 최대 군사에어쇼 '리아트(RIAT)'에 10년 만에 참가해 대한민국의 저력을 뽐냈다. 이들은 창의적이고 화려한 퍼포먼스로 한국이 개발한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B의 성능을 과시하며 10년 전처럼 최우수상과 인기상을 휩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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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가 17일(현지시간) 영국 페어포드 공군기지에서 열린 세계 최대 군사에어쇼 '리아트(RIAT)'에 10년 만에 참가해 고난도 특수기동을 선보이고 있다./제공=공군
8대의 T-50B 항공기가 활주로를 박차고 하늘로 날아오르자 관중들은 블랙이글스 조종사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지상에서 상황을 지휘·통제하는 김용민 공군 53특수비행전대장(대령·공사 47기)과 심규용 대대장(중령·공사 51기)도 조종사들과 무전을 주고받느라 바빠지기 시작했다. 하늘에서 잠시 숨을 고른 8대의 비행기들은 이내 자로 잰 듯 대형을 갖춰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이어 비행기들은 하얀 파랑색과 붉은색 물감을 찍은 붓을 쥔 것처럼 하늘에 크고 아름다운 호를 그렸다.

블랙이글스가 연신 대형을 바꿔가며 기동을 펼치자 관중석 분위기도 점점 고조됐다. 이어 항공기들이 오페라 투란도트의 아리아 '네순 도르마'의 마지막 가사인 '빈체로(vincero·승리하리라)'에 맞춰 급강하하며 부챗살처럼 펼쳐지는 '레인 폴' 기동을 펼치자 관중석에서는 뜨거운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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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가 17일(현지시간) 영국 페어포드 공군기지에서 열린 세계 최대 군사에어쇼 '리아트(RIAT)'에 10년 만에 참가해 고난도 특수기동을 선보이고 있다./국방부 공동취재단
블랙이글스는 약 25분 동안 품격있는 기동을 선보이며 눈 높은 영국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두 대의 항공기가 존 레넌의 노래 '이매진'에 맞춰 흰 연기로 하늘에 하트 모양을 그리자 다른 항공기 한 대가 먼 하늘에서 쏜살같이 달려와 가운데를 꿰뚫는 큐피트의 화살을 표현하기도 했다. 특히 이날 블랙이글스는 서정적인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7월의 영국 하늘에 선명한 태극 문양을 수놓아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 냈다.

공연을 마친 8대의 항공기가 차례로 활주로에 내리자 관중들은 더 큰 환호성으로 대한민국 공군 조종사들을 맞이했다. 무전기를 쥐고 하늘을 노려보며 상황을 통제했던 김 대령과 심 중령의 얼굴에서도 긴장감이 가셨다. 관중들은 블랙이글스 지상팀과 한국 취재진들이 퇴장할 때까지 뜨거운 박수로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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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 관계자들이 17일(현지시간) 영국 페어포드 공군기지에서 열린 세계 최대 군사에어쇼 '리아트(RIAT)'에서 최우수상과 인기상을 수상한 후 환호하고 있다./국방부 공동취재단
영국 하늘을 수놓은 블랙이글스의 멋진 비행은 34개국 38개팀이 경합한 공연에서 기술에서 가장 뛰어난 팀에게 주는 'Best Flying Demonstration judged by FRIAT'와 참가팀 중 최고의 팀에게 주는 'The King Hussein Memorial Sword RIAT 2022'을 동시에 수상했다.

'1번기' 조종사로 편대를 이끄는 양은호 소령(공사 56기)은 "10년 만에 리아트라는 세계 최대 에어쇼에 참가하게 돼서 개인적으로 너무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며 감회를 밝혔다. 양 소령은 "저희 블랙이글스의 경쟁력은 뛰어난 T-50 항공기가 있기 때문이며 기동성이 정말 좋은 것"이라며 "빠른 템포로 에어쇼를 할 수 있고, 전투기동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블랙이글스 에어쇼를 좋아하고 즐거워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T-50설계에 직접 참여한 경험이 있는 김지형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홍보부장은 "세계 각국의 쟁쟁한 전투기와 특수비행팀 중에 단연 돋보인 대한민국 공군의 블랙이글 T-50B를 보며 설계에 참여한 과거 5년의 세월이 자랑스럽고 뿌듯했다"며 "이제는 홍보맨으로서 T-50의 뛰어난 성능과 검증된 신뢰도를 바탕으로 1000대 수출의 밀알이 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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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가 7월 17일(일), 영국 RIAT 에어쇼에서 영국 공군의 특수비행팀 레드 애로우즈(Red Arrows)와 우정비행을 선보이고 있다./제공=공군
블랙이글스 멤버들은 이번 리아트에서 K팝 그룹처럼 높은 인기를 누렸다. 기동을 끝낸 블랙이글스 조종사들을 기다려 사인을 받는 현지 관중들도 있었다. 현지 관객인 이슬라 러셀 양은 K팝을 통해 틈틈이 공부한 한글로 꾹꾹 눌러쓴 편지를 조종사에게 전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편지에 한글로 "친애하는 검은 독수리, 귀하와 함께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여기 영국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조만간 다시 돌아올 수 있기를 바랍니다"라며 깊은 '팬심'을 담았다.

이날 에어쇼에는 블랙이글스와 20년 간 특별한 우정을 맺고 있는 교민 신영주 씨의 가족도 행사장을 찾았다. 영국 유학 중 남편인 크리스 노튼 씨를 만난 그는 지난 2003년 한국에서 전투기 애호가인 남편에게 이끌려 성남에어쇼를 찾은 것을 인연으로 온 가족이 블랙 이글스의 팬이 됐다. 에어쇼가 열린 페어포드 근처에 살며 요리사로 일하고 있는 신 씨는 이번에 블랙 이글스 팀에게 따뜻한 한국식 집밥을 대접했다. 그는 "남편에게 블랙 이글스는 BTS나 마찬가지"라며 "T-50은 정말 파워풀한 우리 나라의 자랑스러운 비행기인 것 같다"면서 "너무너무 가슴이 뭉클할 정도로 자랑스럽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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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화 공군참모총장이 리아트 에어쇼에 참가한 블랙이글스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제공=공군
지난 1971년에 처음 개최된 리아트 에어쇼는 영국 글로스터셔에 위치한 페어포드에서 진행되는 세계 최대의 군사에어쇼로, 코로나19로 인해 3년만에 개최되는 올해는 영국, 프랑스, 독일 등 34개국(38개팀)에서 200여 대의 항공기와 17만명이 넘는 관람객이 참여했다.

행사장을 찾은 정상화 참모총장은 블랙이글스 임무 요원들을 격려하며 "여러분들의 자랑스러운 모습은 어떤 표현을 해도 모자랄 것"이라며 "힘든 환경이지만, 대한민국이라는 네글자를 가슴에 새기고 남은 기간도 멋지게 비행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블랙이글스는 16일에는 영국 버턴어폰트렌트에 위치한 한국전 참전비 상공에서 대한민국의 자유 수호를 위해 참전한 용사들의 숭고한 희생과 헌신을 기리며 추모비행을 펼쳤고, 17일에는 영국 공군 특수비행팀 레드 애로우즈와 우정비행을 선보이며 한·영 공군 간 우호를 증진했다.


이석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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