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1500억원… 잡음없이 경영 승계
함영준號 15년간 매출 4조 기업 키워내
심장병 어린이 후원·라면 가격 동결까지
부친 정도경영 물려받아 착한기업 우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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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주 함태호 회장은 당시 40세. 그는 선친의 사업을 물려받는 대신, 식품산업으로 홀로서기에 나섰다. 변변한 먹거리가 부족했던 시절, 우리 국민의 식문화를 개선해 보자고 시작한 일이었다. 사업은 일사천리였다. 카레에 이어 마요네즈, 케첩, 식초, 라면 등 오뚜기가 손대는 사업마다 '대박'을 쳤다. 2016년 함태호 명예회장의 별세에도 오뚜기의 성장세는 꾸준했다. 후계자 함영준 회장은 오뚜기를 매출 4조원을 넘보는 '국민 식품기업'으로 키웠다.
'갓뚜기'로 불릴 정도로 기업 평판도 좋다. 단 한 번도 마이너스 성장을 한 적 없는 안정적 경영, 창업주부터 이어진 '착한 기업'의 전통까지….
재계에서 오뚜기를 "기업승계의 모범 사례"로 꼽는 이유다.
◇ '기업승계 모범생' 오뚜기
오뚜기의 역사는 50년이 넘는다. 반세기가 넘는 기간 동안 오뚜기는 단 한 번도 역(逆)성장을 한 적이 없다. 창업 20년 만에 매출 1000억원, 47년 만에 매출 2조원을 넘어섰고, 2022년엔 매출 3조원 시대를 열었다. 창업주 함태호 명예회장과 아들 함영준 회장의 성공적인 '바통터치'가 이뤄낸 성과다.
현재 오뚜기그룹의 계열사는 총 32개(자회사 및 종속기업 포함). 지배구조는 단순하다. 사업지주회사인 오뚜기가 최상단에 위치하고, 그 밑에 오뚜기라면, 오뚜기에스에프, 오뚜기물류서비스, 조흥(조미료 사업) 등 계열사가 있다. 지주사 오뚜기는 조흥을 제외한 대부분의 계열사 지분을 100% 확보하고 있다.
지금의 지배구조가 만들어지기 시작한 건 2016년이다. 그해 함태호 명예회장이 별세하면서 지분 승계가 이뤄졌다. 승계과정에 잡음은 전혀 없었다. 아들 함영준 회장은 1500억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내고, 승계를 마무리했다.
이후 함영준 회장은 5년에 걸쳐 대대적인 지배구조 재편을 추진했다. 복잡한 지분구조에서 발생하는 내부거래, 비효율을 제거하고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기 위해서다. 2017년 오뚜기라면을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고, 2018년에는 식용유 및 유지 사업을 담당하던 오뚜기제유지주를 합병했다. 2020년과 2022년에는 오뚜기물류서비스와 조흥을 계열사로 각각 편입했다. 이를 통해 오뚜기는 '함영준 회장 일가'→오뚜기(사업지주)→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 간소화를 이뤘다. 현재 오뚜기의 최대주주는 함영준 회장(25.07%)이다. 2대주주는 오뚜기함태호재단(7.83%)이고, 장남 함윤식(2.79%), 장녀 함연지(1.07%) 등 오너 일가 지분이 50%에 육박한다.
◇'정도경영 DNA'도 물려받다
아버지에게서 아들로의 경영승계는 '성공작'이었다. 2010년 창업주가 경영일선에서 물러날 당시 오뚜기 매출은 1조3700억원. 2세 함영준 회장 체제 15년간 오뚜기는 무섭게 성장했다. 2019년 매출은 2조3597억원으로 두 배가량으로 늘었다. 이어 2023년 3조4545억원, 지난해 3조5029억원으로 다시 껑충 뛰었다. 영업이익은 2010년 550억원에서 지난해 2400억원(추정치)으로 4배 증가했다.
오뚜기의 성공적인 승계는 외형 성장에만 있는 건 아니다. 창업주의 '정도경영' DNA도 고스란히 승계되고 있다. 함태호 창업주의 경영철학은 '애국'과 '나눔'이다. 1992년부터 심장병 어린이를 돕는 후원사업이 그가 시작한 나눔이다. "인류에 필요한 기업이 되면 좋겠다"는 게 그가 생전에 강조했던 말이다. 이런 창업주의 경영철학은 아들 함영준 회장에게로 이어지고 있다. 함 회장은 아버지가 시작한 심장병 어린이 후원을 비롯해 다양한 사회공헌을 전개하고 있다. 경영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대표적인 게 라면 시장에서 '착한가격' 정책을 유지한 것을 들 수 있다. 2017년 경쟁사들이 라면가격을 인상할 때 오뚜기는 가격을 동결했다. 이 결정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면서 오뚜기에 '갓뚜기'라는 별칭이 붙기 시작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를 이은 '착한 기업' 이미지가 오뚜기의 지속적인 성장을 이끄는 큰 동력"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