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印 중서부서 “이슬람 왕 무덤 철거하라” 폭력시위…“무기한 통행금지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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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5. 03. 19. 11:39

India Violence <YONHAP NO-3741> (AP)
지난 17일 인도 나그푸르에서 무굴 제국의 황제였던 아우랑제브의 무덤을 철거할 것을 요구하는 힌두교도들의 폭력 시위 현장/AP연합뉴스
아시아투데이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 인도 중서부 나그푸르에서 17세기 무굴 제국의 황제의 무덤을 철거하라는 힌두교 극단주의자들과 무슬림 사이 충돌이 벌어지며 무기한 통행금지령이 내려졌다.

19일(현지시간) AP·인도 ANI통신 등에 따르면 인도 당국은 전날 중서부 마하라슈트라주 나그푸르시에서 17일 밤부터 벌어진 폭력 사태로 최소 34명의 경찰과 시민 5명이 부상을 입었고 주택과 차량들이 파손됐다며 해당 지역에 무기한 통행 금지령을 발령한다고 발표했다.

이 지역에서는 지난 17일 저녁 비슈와힌두파리샤드(VHP)·바즈랑 달 등 극우 힌두교 단체들이 나그푸르 인근 아우랑가바드에 있는 무굴제국 6대 황제 아우랑제브의 무덤을 철거할 것을 요구하면서 소요사태가 벌어졌다. 아우랑제브의 형상을 불태우며 무덤을 철거할 것을 요구하던 이들은 이후 근처의 차량을 불태우고 주택과 인근 시설을 파괴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종교적 상징들이 모독을 당했다는 소문이 퍼졌고, 라마단 금식을 마친 무슬림들이 모여들며 사태가 확산했다. 두 종교의 충돌로 확산하자 결국 경찰이 무력을 사용해 개입했고 이로 인해 50명 이상이 구금됐다. 시위대를 해산시킨 경찰은 이후 4명 이상이 모이는 집회를 금지했지만 다음날에도 계속해 시위와 폭력 사태가 일어나자 결국 무기한 통행 금지령을 발표했다.

무굴제국은 16~19세기 인도 대부분을 지배했던 이슬람 왕조다. 인도에서는 무굴 제국에 대한 힌두교도들의 반감이 크지만 이번 사태는 특히 최근 아우랑제브와 마라타 왕국의 삼바지를 다룬 볼리우드 영화 '차바'를 계기로 촉발됐다.

이슬람 우선주의를 펼치며 다른 종교를 탄압한 아우랑제브 황제는 1689년 마라타 왕조의 왕이자 힌두교도였던 삼바지를 급습해 생포했다. 아우랑제브는 삼바지에게 이슬람으로 개종할 것을 요구하며 잔혹하게 고문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최근 개봉한 영화인 '차바'가 이를 생생하게 묘사하며 인도 내에선 아우랑제브에 대한 힌두교도들의 분노가 거세게 일었다. 힌두 민족주의 성향이 강한 정치인들도 공개적으로 아우랑제브를 비판하며 그의 무덤을 철거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데벤드라 파드나비스 마하라슈트라 주총리도 치안과 질서 유지를 강조하면서도 "아우랑제브의 박해 역사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그의 무덤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역시 과거 아우랑제브의 잔혹 행위를 언급하며 "그의 폭정때문에 많은 힌두교도가 죽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인도에서 오랜기간 힌두교도와 무슬림 사이의 긴장이 있었지만 인권 단체들과 전문가들은 힌두교 민족주의를 내세운 모디 총리 이후 무슬림에 대한 차별과 공격이 더욱 노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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