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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도국식 ‘메이크 인 아메리카’ 압박 트럼프 관세, 제조업 부활 성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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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5. 04. 15. 13:45

미 민간 일자리 중 제조업 비중, 1950년대 35%서 9.4%로 급락
제조업 일자리 30% 증가해도 비중 12%...부활과 거리
경제학자 "광범위한 관세 대신 고부가가치 특정 산업 투자 집중해야"
Trum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 두번째)이 14일(현지시간) 백악관 남쪽 잔디마당에서 2025 미국 대학 풋볼 내셔널 챔피언인 오하이오 주립대 선수들과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AP·연합
아시아투데이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고율 관세 정책의 궁극적인 목표는 '메이크 인 아메리카'를 통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다.

고율 관세 부과로 전 세계 공장의 미국 이전을 압박해 제조업 강국으로 부활한다는 계획이다. 만성적인 대규모 무역수지 적자 완화는 관세 정책의 또 다른 목표이지만, 제조업의 부활 없이는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박정희 대통령의 산업화 정책이나 2014년 집권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메이크 인 인디아'에서 보듯 개발도상국 정부의 정책을 세계 최대 경제대국(G1)인 미국이 추진하는 것이 현실성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Trump US El Salvador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의 오벌 오피스(집무실)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AP·연합
◇ 개도국식 '메이크 인 아메리카' 압박 트럼프 관세 정책, 미 제조업 부활 가져올까
미 민간 일자리 중 제조업 비중, 1950년대 35%서 9.4%로 급락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현지시간) '미국은 어떻게 세계 제조업 강국의 자리를 잃었는가'라는 분석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관세 정책이 미국 제조업의 능력을 회복할 것이라고 말하지만, 경제학자들은 회의적"이라고 전했다.

미국 제조업의 쇠퇴는 일자리 비중에서 나타난다. 1950년대 미국 민간 부문 일자리 가운데 제조업이 약 35%를 차지했지만, 지금은 9.4%(1280만개)에 불과하다.

미국이 세계 제조업 거대국으로 부상한 것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미국은 1900년대 초 대량 생산을 위한 호환성 있는 부품과 조직화 요소 사용을 개척했고, 제2차 세계대전으로 제조 능력이 크게 증가하면서 경쟁국들이 파괴됐다고 조 바이든 대통령 재임 때 백악관 산업 전략 수석 고문이었던 수전 헬퍼 케이스웨스턴리저브대 경제학 교수가 분석했다.

전쟁 중에 개발된 식기 세척기·TV·제트기 등 당시 첨단 제품들은 자동차 등과 함께 전후 급증한 새로운 중산층의 구매 대상이 됐다. 당시 '메이크 인 아메리카'는 최첨단을 유지하기 위해 연구개발(R&D)팀과 공장 현장이 긴밀히 협력해야 했기 때문에 타당했다.

20세기 초에 시작된 고등학교 교육 운동으로 교육 수준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노동력을 보유한 국가가 된 것도 도움이 됐다.

CHINA-ECONOMY/TRADE
13일 중국 상하이(上海)항에서 선적을 기다리는 전기자동차와 컨테이너들./로이터·연합
◇ 1960~1980년대 급증 미 중산층, 서비스 지출 확대
남미·아시아 등 저인건비 지역, 비내구재 생산 확대, 미 수입 시작

하지만 1950년대 이후 미국 경제에서 제조업의 역할을 감소하기 시작했다. 그중 일부는 미국인들이 더 부유해지면서 여행·외식·의료와 같은 서비스에 더 많은 지출을 할애했기 때문이다.

그 영향으로 1960년대 중반부터 1980년대 초반까지 제조업 고용은 본질적으로 같은 수준이었다. 미국인들이 구매하는 의류 등 비내구재 상품의 생산지가 인건비가 저렴한 남부의 주들로 이동했다.

그 무렵 인건비가 훨씬 저렴한 남미·아시아에서 비내구재 상품 생산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미국은 이러한 품목을 더 많이 수입하기 시작했으며 시간이 지나면서 믹서기 같은 경량 내구성 제품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났다.

1980년대에 미국의 비내구재 제조업체들은 인건비가 저렴한 다른 국가들과 경쟁하기에 더 어려움을 겪었고, 1994년 1월 발효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으로 멕시코산 제품에 대한 관세 인하 등으로 상황은 더욱 나빠졌다.

또한 한국과 같은 개도국이 철강 산업을 발전시키고 전 세계에 과잉 생산 능력이 넘쳐 나게 해 미국 철강업 일자리가 감소했다고 미국 W.E.업존(Upjohn)고용연구소의 수잔 하우스먼 선임 이코노미스트가 지적했다.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교역국에 대한 상호 관세를 발표하면서 각국·지역에 대한 관세율이 적힌 차트를 들어 보이고 있다./AP·연합
◇ 2001년 WTO 가입 중국 상품 수출, 1999년 미국의 10분의 1에서 2008년 세계 1위
'차이나 쇼크'로 미 서비스 생산 확대
미 고임금 일자리, 제조업 1980년 39% → 2021년 20%...전문직, 8%→26%

1980~1990년대 일어난 일은 중국이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해 국내 시장을 외국인 투자에 개방하고, 세계 시장에 진출한 이후 일어난 일에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WSJ은 분석했다.

고든 핸슨 하버드대 교수는 "저임금 국가이면서 상당한 생산 능력을 갖춘 중국의 갑작스러운 등장은 큰 변화였다"고 평가했다.

미국은 이전에도 일본 등 다른 국가와의 수입 경쟁에 직면한 적이 있었지만, 모두 미국보다 인구가 적었다. 중국은 세계 1위 인구 대국의 힘을 수출에서 보여줬다.

1999년 중국의 상품 수출액은 미국의 10분의 1에 불과했는데, 2008년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가 됐다. 값싼 중국산 제품의 유입은 미국 남부·중서부 제조업 지역 사회에 큰 피해를 줬고, 이는 지금까지도 사용되는 '차이나 쇼크'라고 명명됐다.

중국이 점점 더 많은 상품을 생산함에 따라 미국은 서비스 생산에 더욱 능숙해졌다. 미국은 지난해 1조달러가 넘는 서비스를 수출해 세계 1위인데, 기업들이 절세 목적으로 특허·상표 등 미국의 지식재산권을 해외로 이전했기 때문에 실제 서비스 수출액은 더 많다고 WSJ은 지적했다.

핸슨 교수와 엔리코 모레티 버클리대 교수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1980년 고임금(교육 등 요인 조정) 미국 일자리 가운데 제조업의 비율이 39%였는데, 2021년 20%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금융·전문직·법률 업계의 고임금 일자리 비중은 8%에서 26%로 급증했다.

정의선 트럼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왼쪽 두번째)이 3월 2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 세번째)이 백악관에서 주재한 기자회견에서 2028년까지 미국에 총액 210억달러(31조원)를 투자할 것이라고 발표하고 있다. 오른쪽은 현대차그룹 현대제철이 전기로 제철소를 건설하는 루이지애나주의 제프 랜드리 지사이고 왼쪽은 루이지애나주에 지역구를 둔 공화당 소속 마이큰 존슨 하원의장. /AP·연합
◇ 고율 관세, 상품·서비스 지출 감소 초래... 제조업 일자리 30% 증가해도 비중 12%...부활과 거리
경제학자 "광범위한 관세 대신 고부가가치 특정 산업 투자 집중해야"

경제학자들은 고율 관세가 결국 소비자들에게 전가된다고 본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은 미국산 제품을 포함해 다른 상품과 서비스 지출을 줄이게 된다. 이러한 지출 감소는 미국 국내 생산 및 연방 정부의 관세 수입 증가로 인한 이익을 웃도는 것으로 일부 제조업체는 이익을 얻을 수 있지만, 대부분 미국인은 손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경제학자들은 관측한다.

핸슨 교수는 제조업 일자리가 30% 증가해도 민간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12%로 제조업 강국일 때에 크게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우스먼 이코노미스트는 제조업 일자리가 다른 부문과 다른 방식으로 다른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본다. 그녀는 광범위한 관세 적용보다 비록 비용이 들더라도 표적화한 방식으로 더 많은 것을 생산하기 위해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저가 제품이 아니라 반도체 등 첨단 제품 등 더 많은 이익을 볼 수 있는 특정 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의미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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