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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배 늘어난 ‘깜깜이 금융사고’… 은행권 내부통제 공염불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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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욱 기자

승인 : 2025. 06. 08. 17:47

5대 은행 10억 미만 금융사고 18건
소형 사고 급증에 대응 미흡 우려
전문가 "사전예방에 초점 맞춰야"
올해 각 시중은행들이 내부통제를 강화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금융사고 건수는 오히려 1년새 4배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공시 대상이 아닌 10억원 미만의 '깜깜이 금융사고'가 크게 늘었는데, 그간 은행들이 대형 금융사고 대응에만 급급하면서 상대적으로 소형사고에 대한 통제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새 정부가 금융사에 대한 징벌적 과징금과 보수환수제 등 금융사고 발생 시 엄정 처벌을 시사한 가운데, 향후 사고가 빈번한 은행의 경우 모회사인 금융그룹의 주가에도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책무구조도의 엄격한 적용과 함께, 은행들이 사전 예방에 초점을 맞춘 내부통제 체계로 금융사고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 발생한 금융사고 건수는 23건으로, 작년 1분기(6건)보다 17건이 늘었다. 10억원 미만 금융사고가 18건에 달했고, 10억원 이상 100억원 미만 금융사고도 5건이 발생했다. 사고 유형별로는 사기가 8건으로 가장 많았고, 기타 6건, 횡령 4건, 실명제 위반 2건 등이었다.

금융사고 중 공시 대상이 아닌 소규모 금융사고가 4배 넘게 늘었다. 은행별로 보면 작년 1분기에는 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에서 10억원 미만 사고가 단 한 건도 없었으나, 올해 1분기 들어 신한은행에서 5건, 나머지 세 은행에서도 각각 3건씩 발생했다. 같은 기간 KB국민은행은 4건의 사고가 발생해 전년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올해 초 은행권이 나란히 내부통제 강화를 다짐했지만,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지난해 5대 은행에서 역대 최다인 89건의 금융사고가 발생하자, 각 은행은 조직과 체계를 정비하고 FDS(이상거래탐지시스템) 고도화 등 내부통제 강화에 힘을 쏟았다. 하지만 대형 금융사고 수습에만 집중한 나머지, 횡령·사기 등 소형 금융사고에 대한 대응은 소홀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이에 대해 은행권은 거래감시 시스템 고도화와 감사 인력 확대로 인해 금융사고 적발이 증가했다고 설명한다. 특히 올해부터 책무구조도의 본격적인 도입으로 내부통제망이 더욱 촘촘해져, 과거에는 포착하기 어려웠던 소형사고까지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금융사고의 사후 수습이 아닌 사전 예방이 내부통제의 본질이라는 점에서, 은행들의 부족한 사전 대응이 사고 증가로 이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금융사고를 근절하려면 은행들이 선제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STR(의심거래보고) 제도의 항목 조정과 개선을 통해 보고 품질을 높이고, 단기 성과 중심의 핵심성과지표(KPI)도 내부통제 항목의 비중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 금융거래가 빈번한 고객에게는 금융거래 현황표를 의무적으로 통지하는 등 소비자 보호를 위한 제도 마련도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서기수 서경대 금융정보공학과 교수는 "공개적인 수사나 법적 조치만으로는 공시되지 않는 소규모 금융사고를 근절하기 어렵다"며 "은행 내부에서 자체 징계나 인사평가 등을 통해 내부통제 의식을 높이는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각 금융그룹이 주주가치 제고에 집중하는 가운데, 핵심 자회사인 은행들의 내부통제는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금융사고가 반복되면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사고 피해액이 실적에도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재명 새 정부가 보안사고를 일으킨 금융사에 대해 징벌적 과징금 부과와 경영진의 보수를 일정기간 회수하는 보수환수제 도입을 시사하면서, 내부통제와 보안관리 강화를 위한 은행권의 대응도 분주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손재성 숭실대 회계학과 교수는 "금융사고는 일반적으로 경기 침체기에 급증하는 경향이 있다"며 "올해 역시 경기 둔화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은행들은 영업 현장 점검을 강화하는 등 원칙 중심의 내부통제 방안을 우선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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