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취재후일담] 해외투자 마케팅 중단이 가져온 역설적 호재는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stgauto.asiatoday.co.kr/kn/view.php?key=20251219010010830

글자크기

닫기

박이삭 기자

승인 : 2025. 12. 19. 18:00

박이삭님 크랍
해외주식 투자 마케팅이 곧 전면 중단되면서, 증권업계에 예상치 못한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고환율 속 금융당국이 투자자 보호에 나섰고 업계가 이에 발맞춰 해외투자 신규 마케팅을 멈추기로 한 겁니다. 상당수 증권사가 기존 이벤트 종료 시점을 올 연말로 잡아뒀기 때문에, 내년부터는 해외주식이나 선물 옵션 관련 혜택을 보기 힘들 것 같습니다.

이런 마케팅 중단은 업계에 오히려 호재가 될 수 있는 역설적 상황입니다. 그동안 해외투자 마케팅은 사실상 치킨게임이었습니다. 한 증권사가 수수료 면제 이벤트를 내놓으면 다른 증권사들도 경쟁적으로 따라 붙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여기에 각종 리워드·캐시백·경품 이벤트까지 더해지면서 출혈 경쟁은 갈수록 심화됐죠. 증권사 입장에선 고객 한 명을 유치하는 데 드는 비용은 늘어나는데, 정작 그 고객에게서 벌어들이는 수익은 줄어드는 모순적인 상황이 계속됐습니다.

이게 모두 일제히 멈추면서 증권사들은 숨통이 트이게 됐습니다. 당국 규제라는 명분이 생긴 만큼 누구 하나 먼저 이벤트를 중단했다고 비난받을 일도 없고, 혼자만 마케팅을 계속하다가 눈총 받을 위험도 사라졌습니다. 어찌 보면 업계 전체가 암묵적으로 바라던 출구 전략이 당국 개입으로 현실화된 셈입니다.

회사별로는 희비가 엇갈릴 수 있습니다. 특히 유례 없는 마케팅으로 단기간에 폭발적 성장을 이룬 증권사들에게는 위기가 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곳이 메리츠증권입니다. 메리츠증권은 1000억원의 비용을 들여 작년 11월부터 내년 말까지 완전 무료 수수료 이벤트를 진행 중인데, 1년 사이 예탁자산은 1713%, 고객 수는 1041% 급증했습니다.

하지만 이벤트를 중단하면 그동안 무료 수수료에 끌려왔던 고객들이 대거 이탈할 위험이 있습니다. 가격 민감도가 높은 고객층일수록 혜택이 사라지면 발을 빼기 쉽죠. 반면 이벤트를 계속 유지하자니 다른 증권사들이 모두 마케팅을 접는 상황에서 혼자만 비용을 태우는 게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게다가 당국의 투자자 보호 기조에 역행하는 것처럼 비칠 수도 있습니다. 메리츠증권이 이달 19일부터 외화 환매조건부채권(RP)의 1인당 매수한도를 1000만 달러로 신설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외화 수급 안정을 꾀하는 당국 방침에 보조를 맞추는 것입니다.

토스증권은 상대적으로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토스증권의 강점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시스템 자체의 경쟁력에 있어서입니다. 직관적인 사용자 환경(UI)과 간편한 투자 프로세스로 이미 탄탄한 사용자층을 확보했고, 최근엔 미국주식 상시 수수료율을 0.25%에서 0.1%로 대폭 낮췄습니다. 이벤트가 아닌 기본 수수료 자체를 내린 것으로, 이처럼 본질적인 경쟁력을 갖춘 곳들은 마케팅 공백기가 시장 지배력을 더욱 강화할 절호의 기회가 될지 모릅니다.
박이삭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