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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홋카이도, 지방소멸의 해법을 묻다] ③ 도시재생, 공무원이 아닌 민간이 책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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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재 도쿄 특파원

승인 : 2026. 02. 13. 08:32

"손해나도 민간이 부담, 시민이 사업주체" "왜 공무원이 안 하나' '적자 나면 누가 책임지나?"…현장 질문서 확인된 운영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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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코다테 서부지역 산기슭 언덕에 형성돼 있는 문화재 거리의 소마저택, 하코다테시의 도시재생 현장이다. 소마라는 상인 가문이 살던 대저낵을 활용하는 문화재 건물로 숙박, 헤리지티지 호텔 프로젝트로 사용이 전행되고 있다. /사진=최영재 도쿄 특파원
"도시재생 사업은 보통 시청 공무원이 하는데, 왜 하코다테는 민간회사가 맡습니까."
2월 6일 홋카이도 하코다테 서부지구 도시재생 현장 설명회에서 아시아투데이의 질문에 기타야마 다쿠(北山拓) 하코다테 서부 마치즈쿠리 Re-Design 대표는 잠시 생각한 뒤 이렇게 답했다.
"행정은 실패하면 안 됩니다. 하지만 도시재생은 실패 가능성이 있는 사업입니다. 그래서 민간이 맡습니다."
아시아투데이는 재차 질문했다.
"손해가 나면 재정적 책임은 누가 부담합니까? 시당국입니까? 민간회사입니까?"
답은 짧았다.
"민간이 집니다. 그래서 민간이 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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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마 저택의 내부. 하코다테항을 내려다보고 있다. /사진=최영재 도쿄 특파원
하코다테시 서부지구는 19세기 개항기의 창고와 상가, 주택이 남아 있는 항구 언덕 지역이다. 일반 재개발처럼 철거 후 신축하는 방식이 아니라 기존 건물을 활용해 가게·숙박·관광 기능을 다시 넣어 되살리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기타야마 대표는 "도시재생은 건설사업이 아니라 운영사업"이라고 말했다.
"건물을 고치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사람이 오고 가게가 유지되고 지역 경제가 돌아가야 합니다."

이 말은 곧바로 현장에서 확인됐다. 설명회 뒤 이어진 투어에서 방문한 옛 상인 저택(소마 주택)은 숙박시설로 전환을 준비 중이었다. 건물 보존에는 공공이 관여하지만, 임차 구성과 운영, 수익과 손실은 민간 법인이 맡는다. 인근 공공 건물 역시 카페로 활용되고 있었고 임대 관리와 영업 판단은 운영 주체가 책임지고 있었다. 즉 '보존'이 아니라 '영업 가능한 상태'를 만드는 것이 재생의 목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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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야마 다쿠(北山拓) 하코다테 서부 마치즈쿠리 Re-Design 대표. 그는 도시재생 사업은 손해가 나도 민간이 진다고 잘라 말했다. "민간이 집니다. 그래서 민간이 하는 겁니다."/사진=최영재 도쿄 특파원
◇서울시가 만든 경희궁 옆 '유령도시'
이 장면은 서울 도심 한 구역을 떠올리게 한다. 서울시 중구 경희궁 옆, 신문로·정동 옆의 언덕에 형성된 이른바 '박물관 거리'다. 이곳은 과거에는 식당과 카페, 소형 상점이 이어진 생활 상권이었다. 하지만 서울시 당국의 정비 과정에서 기존 가게들이 철거되고 옛 여관·이발소·상점 형태를 복고풍으로 복원한 '전시형 거리'로 바뀌었다.

거리의 외형은 정돈됐지만 상업 활동은 살아나지 못했다. 상주 인구도, 반복 방문객도 형성되지 못하면서 낮 시간대에도 인적이 드물고 밤에는 사실상 비어 있는 '유령도시'가 되어버렸다. 건물은 남았지만 기능은 사라진, '전시 공간형 도시재생'의 전형적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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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로 운영되고 있는 옛 홋카이도청 하코다테 지청사 건물/사진=최영재 도쿄 특파원
서울시와 하코다테의 차이는 '운영 주체'에 있었다. 서울의 경우 공간 정비는 성공했지만 누가 상권을 운영하고 책임질 것인지가 설계되지 않았다. 반면 하코다테는 처음부터 수익과 손실을 부담하는 주체를 정해 놓고 임차 업종과 동선을 계속 조정했다. 살아남지 못하는 가게는 교체하고 체류 시간이 늘어나는 업종을 다시 들인다. 도시를 시설이 아니라 경제 활동으로 다루는 접근이었다.

기타야마 대표는 설명을 마치며 이렇게 말했다. "도시는 건물이 아니라 이용이 계속될 때 유지됩니다." 하코다테의 도시재생은 건물을 보존하는 정책이 아니라, 동네가 실제로 돌아가게 만드는 운영 실험에 가까웠다. 서울의 '보여주는 거리'와 하코다테의 '돌아가는 거리'가 갈리는 지점도 바로 여기였다.
최영재 도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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