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반납하고 동행 선택…서울서 달린 희망의 발걸음
|
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강공원 물빛관장은 이른 아침부터 '제22회 소아암 환우돕기 서울시민 마라톤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들로 북적였다.
이들은 가슴팍에 번호표를 붙이고 가족, 친구, 연인, 동호회원들과 함께 무릎에 테이핑을 하거나 스트레칭 등을 하며 서로의 완주를 응원했다.
|
남편과 딸 부부, 손주들까지 3대가 함께 출전한 가족도 있었다. 조복임씨(70)는 "손주들도 뛰는 걸 좋아하고 '1년에 한 번 정도는 소아암 환우를 위해 뛰어보자'라는 대회 취지가 좋아 3대가 함께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전재형씨(41)는 아내, 아들, 딸, 처형과 함께 참여했다. 전씨는 "사실 마라톤 대회는 처음"이라며 "소아암 환우를 돕는다는 취지가 너무 좋아 망설임 없이 신청했다"고 밝혔다. 딸 전시율양(9)은 "오늘 열심히 달려서 아빠보다 먼저 들어올 것"이라며 힘찬 각오를 다졌다.
유아차 러닝을 통해 기부 문화를 만들어가는 '캥거루 크루'도 이날 단체로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캥거루가 그려진 단체 티셔츠를 맞춰 입은 이들은 유모차를 밀며 한강변을 달리는 이색적인 풍경을 연출했다. 8개월 차 임산부 안정은씨(33)는 "오늘 10km 코스에 참가했다"며 "날씨도 좋고 시민들의 응원을 받으며 달리다 보니 힘들기보다는 오히려 더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
올해로 22회째를 맞은 '소아암 환우돕기 서울시민 마라톤대회'는 전국 12대 종합일간지 아시아투데이와 ㈔소아암환우돕기 마라톤 조직위원회가 공동 주최하고, 서울시아동복지협회가 후원하는 행사다. '1년에 하루는 이웃을 위해 달리자'라는 슬로건 아래, 가정형편이 어려운 소아암 환우들을 돕기 위해 매년 열리고 있으며, 그간 21차례에 걸쳐 8억원의 기금을 조성해 소아암 환우들의 치료비를 지원해 왔다.
이날 행사에는 황석순 아시아투데이 사장을 비롯해 황규석 서울특별시 의사회장, 길광화 애큐온캐피탈 사회책임 운영위원장, 강신자 애큐온저축은행 사회책임 운영위원장, 김주현 한국마라톤협회 명예 회장, 이재진 대통령경호안전연구회장, 김신규 오뜨베 대표, 요시오까 일본 민간마라토너 외교관, 시모죠 일본 달리는 의사회장, 뉴질랜드 교포 김경남, 이재진 마라닉TV 대표, 이동윤 소아암환우돕기 조직위원회 대회장 등 5000여 명이 참석했다.
|
올해로 소아암 환우돕기 마라톤대회 출전이 13번째라는 박정일씨(68)는 "암 환자 중 소아암은 아이 자신뿐 아니라 가족 전체가 무너질 만큼 힘든 병"이라며 "이 대회는 단순한 마라톤이 아니라, 그 가족들에게 함께하겠다는 마음을 전하는 자리라고 생각해 2010년부터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
이동훈씨(40)는 "평소 30~40km 거리를 자주 뛰는데 소아암 환우돕기 마라톤대회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참가비 전액이 기부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혼자라도 꼭 참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3km 걷기 코스에 출전한 이재진 대통령경호안전연구회장은 "경호 업무가 국가 안전을 지키는 일이라면, 이런 행사는 우리 사회의 미래인 아이들을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3km는 짧은 거리지만, 한 걸음 한 걸음이 아픈 아이들에게 희망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걸었다"고 했다.
|
연휴 기간 뜻깊은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서울로 올라온 참가자들도 많았다. '여주 행복한 운동 클럽' 회원 12명과 함께 대회에 출전한 박희창씨(58)는 "우리 클럽은 40대부터 70대까지 연령대가 다양하다"며 "매주 모여 운동을 하다가 대회 취지에 모두가 공감해 함께 출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춘천에서 남편과 함께 올라온 이지혜씨(28)는 "사실 오늘이 제 생일"이라고 수줍게 말하며 "마라톤 대회 참여는 이번이 처음인데, 연휴도 길고 좋은 날 의미 있는 하루를 보내고 싶어 남편 손을 잡고 왔다"고 밝혔다.
황석순 아시아투데이 사장은 "오늘 '소아암 환우돕기 서울시민 마라톤대회'에 참석해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우리는 오늘 단순한 달리기가 아닌, 소아암과 싸우는 어린 용사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뜻깊은 여정을 함께했다"고 말했다. 이어 황 사장은 "여러분의 한 걸음 한 걸음이 어린 생명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며 "오늘 우리의 달림이 아이들의 웃음으로 피어나길 바란다"고 했다.
#대회 수상자 명단
◇하프코스 남자 순위
1위 주인석 1시간 16분 44초
2위 김문규 1시간 17분 20초
3위 신홍섭 1시간 17분 23초
4위 지명건 1시간 20분 21초
5위 김영원 1시간 20분 37초
◇하프코스 여자 순위
1위 김진경 1시간 36분 11초
2위 김모란 1시간 41분 42초
3위 노아현 1시간 46분 57초
4위 김명옥 1시간 47분 40초
5위 윤은정 1시간 49분 28초
◇10㎞코스 남자 순위
1위 김민범 34분 33초
2위 박용호 35분 15초
3위 김우용 35분 23초
4위 조성호 35분 51초
5위 이성철 36분 02초
◇10㎞코스 여자 순위
1위 박진희 39분 59초
2위 위하라 44분 15초
3위 권나은 45분 11초
4위 엄희진 45분 18초
5위 정유진 45분 43초